경력
5년차에서 6년차로 접어드는, 초등학교 교사 신선정씨(29)를 만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선망의 대상인 교육공무원은, 그러나 학교 안팎으로 나날이 거세어져가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흔히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학교폭력이나 왕따현상, 잇따른 자살 등 병든 사회의 징후는 학교 사회에서 유난히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보조를 맞출 새로운 시대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인터뷰에서는 이에 대한 젊은 교사의 생각을 최대한 가감없이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나이는 스물아홉이고, 교사로 일한 지는 5년 반 정도 됐습니다. 전공은 영어교육과입니다.

Q.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면 무슨 힘든 일이 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론 어떤가요? 교사로 일해보니 이런 건 좋다, 이런 건 나쁘다?

교사는 근무시간이 짧고, 상사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내 일만 마치면 정시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지요. 방학이 있는 것은 역시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에 쓸 시간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교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일 때가 있어요, 상대적으로 편해보인다는 것이죠.

교사는 사람(학생)을 상대로 하는 일입니다, 그것도 어른이 아닌 미성숙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른인 교사가 이해하고 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교사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에 인내심에 한계가 올 때도 있습니다. 아이인데도 인간적으로 너무 심하다 싶은 아이도 있구요.

 

Q. 사람을 다루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고 했는데, 사제지간 말고 교사 사회 내부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없는지요?

관리자(교장, 교감)과의 갈등, 학부모와의 갈등이 물론 있어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정에서 충분한 케어를 받지 못해요. 아이의 문제는 교사 혼자 힘으론 해결이 안되고 가정의 협력이 필요한데, 학부모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내 아이를 차별한다고 생각하거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힘들어요. 최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학부모들이 교사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기도 하구요.


Q. 변화하는 시대에서
, 앞으로의 초등 교육은 어떻게 변해갈까요?

많은 선배 교사들이 예전에 비해 힘들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라고 전망합니다. 사회에서 교사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는 달리 비판적으로 변했고, 교원평가 같은 정책들도 교사에게 비우호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요. 교사에게 만능인이 되기를 요구하기도 하지요. 아동 정서, 생활지도, 학교폭력 같은 문제에서 오로지 학교와 교사가 책임지고 대책을 내놓고 해결하기를 바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습니다.


Q. 사회가 많이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 과거 사회와 학교 간 관계에는 존경과 신뢰라는 좋은 면도 있었지만, 그 존경과 신뢰를 악이용하는 권위주의적이고 무책임한 교사도 있었습니다. 좋은 점은 계승하되 변화된 사회에서 학교와 사회의 관계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관계라는 것이 교육의 상품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즉 교육에서마저 소비자가 왕이다논리가 판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의 교육 정책은 미국 정책을 많이 벤치마킹했습니다. 미국 교육의 특징은 문맹률이 높고, 중도탈락률이 높고, 교사의 질이 낮다는 것인데요, 우리 현실과 다릅니다. 그런데도 무비판적으로 미국 정책을 벤치마킹하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격이지요. 교육도 서비스업이지만, 그 전에 교육은 공공재입니다. 가끔 어떤 학부모는 교육을 물건을 사는 것처럼 생각하곤 해요. 교육은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이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해서 풀어갈 일인데 말이지요. 편식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문제는 학교만 노력한다고 고칠 순 없어요. 그런데 어떤 학부모는 그냥 팔짱끼고 선생님이 애들 편식 좀 고쳐주세요, 라고 요구하기만 해요.


Q. 아이를 기르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 어쩌면 새로운 시대의 교육철학이란 그런 데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기존의 교육은 아빠는 직장인, 엄마가 전업주부인, 중산층 4인가족을 기준삼아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구성원들은 놀랍도록 다양해졌습니다. 교육현장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현재 그런 아이들에 대한 정책이 중구난방입니다. 한 탈북자 학생이 있었는데, 정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복지관 프로그램,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한 주 내내 여기저기서 불려다녔어요. 나중에는 혼란스럽다고 호소하더라구요. 중복지원되는 프로그램을 한가지로 통합시켜, 최상의 맞춤식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교사 1인으론 역부족이니, 외부 전문가들과 학교간 인트라넷을 구축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현행처럼 중앙에서 기획안을 작성해 일선에 하달하는 방식이 아닌, 현장에서 의견을 모아내 상부에서 채택하고, 상부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요.


Q. 대학문제를 못 건드리는 이상
, 중고등학교는 입시기관 역할에서 자유로울수가 없습니다. 초등교육 단계에서 꼭 잡아줘야 하는게 있다면 뭘까요?

정서적인 문제겠지요.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면 그것이 인권교육의 기초가 됩니다, 핵가족화, 입시위주 교육정책 때문에 아이들에게 타인과 어울려 사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어요. 또한 학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제공해야 합니다. 어떤 학부모는 우리 아이 적성은 과학인 것 같아요라고 미리 정해놓기도 하는데, 부모가 아이의 잠재성을 속단해버리지 않도록 학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라면 한번 실패해도 다른 데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들지 않아요. ‘한번도 안해봤어요, 못해요라고 지레 포기하죠. 호기심을 잃고 뭐든 안전하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늘어났습니다.


Q.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교육 정책이 있다면
?

진보교육감이 들어오면서 인권과 문예체 교육이 많이 강조됐습니다. 방향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과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체벌금지 같은 경우 제 주변엔 그 전에도 체벌하는 교사들이 없었는데, 그 조례 이후 더욱 버릇없게 구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인권조례의 의미와 필요성, 실제로 구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도입된 바람에, 부작용을 낳게 된 것이죠. 좋은 정책이었지만, 그 정책 역시 기존의 상명하달 방식에서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민주적인 절차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Q. 마지막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학교폭력의 문제는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입니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냐, 관리를 잘못했다, 식으로 학교 내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사회의 성과주의, 1등주의, 물질만능주의부터 반성해야 합니다. 사회가 변하지 않는데 학교 안에서만 잘한다고 변화할 순 없습니다. 어른들부터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도 그렇게 키울 수 있어요. 대통령이 그런 사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