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다. 내가 서강대에 첫발을 내딛었던 2006년도엔 지금은 회색 건물이 차지하고 없는 삼민광장이란 잔디밭에서 손수 고기를 굽고 소주를 나눠 먹었다. 단순히 그때가 단과대 축제기간이어서만은 아니다. 자신을 옥죄는 굴레에서 갓 벗어난 신입생들부터 군대에서 전역한 복학생들까지 학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천 원짜리 과자와 이천오백원어치 떡볶이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눈에 들어왔다. 학생식당의 메뉴가 마음에 안 들고 교문 밖을 나가기 귀찮을 적엔 섹(션)방에서 도시락이나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군대를 갔다 왔다. 있던 것이 없어졌고 그저 하면 됐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됐다. 도서관 앞 터줏대감인 들고양이가 모습을 감춘 게 아니다. 학교에서 정부가 교내 음주를 금지시키는 입법예고안을 내기 훨씬 이전 이를 막고, 올 여름 배달 음식을 먹는 것(오후 5시 이전)도 금지시켰던 탓이다. 술에 취한 학생들 사이에 ‘한 차례’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과 배달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러워 면학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분명 빈번히 일어났거나 새로이 발생해 크게 문제가 된 일은 아니었다.

학생자치공간이었던 학생회관 2-3층과 음악감상실, 여학생 휴게실이 없어지거나 하나둘씩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다. 새로 지어진다던 신 학생회관엔 학생자치공간보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자리가 더 많다는 얘기가 들렸다.

하라공 콘서트의 포스터. 학교측의 제지로 장소가 바꼈다. ⓒ 서강대 총학생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콘서트(이하 하나공 콘서트)가 기획된 건 그 때문이다. 
26일 저녁 6시 서강대 총학생회와 하라공 네트워크의 주최로 메이저 농구코트에서 열린 하나공 콘서트는 ‘정치금지’의 금지, 학생자치공간 보장, 교육공공성 확보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며 학교의 관리와 규제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았다. 와이낫, 블랙백, 신나는 섬, 시저시저, 사과버스 등이 공연했고 총학생회가 맥주를 무료로 제공했다. 교내 음주를 금지시킨 학교에 대해 버젓이 술을 마시는 행동으로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는 어린애가 아니다’ 
고명우 총학생회장은 무대에서 학교측에서 “콘서트를 열면 징계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부르고 싶을 때 노래를 부르고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는 게, 학생자치공간을 요구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처럼 당연한 것들이 정치이고 자치며 자신은 그것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이를 위해 콘서트를 열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학생과 학교의 문제지 특정 정당, 정치세력 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공개 발언과 자율적 행사를 규제하는 학교에 대한 대답인 셈이다.

고명우 총학생회장이 무대에서 말하고 있다.

실제로 서강대는 정치적 성격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학생들의 자치활동까지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작년 고 이소선 여사의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에 “학교에 유명인사가 찾아오는데 보기 안좋다”며 몽니를 부렸고, 10월 27일 교내에서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김제동 콘서트를 불허했다. 유력대선후보를 상징적 홍보모델로 쓰는 학교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사를 학내에서 열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런 학교의 태도는 자신은 정치적이어도 되지만 학생은 정치적이면 안된다는 얘기로 보일 수 있다.
김진근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사회와 학교가 우리 대학생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보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통제와 규제를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에서 대학생을 어른이 아니라고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연 40대 어른이 술에 취해서 휘청거리거나 길에누워 잔다고 해서 술 마시는 것을 금지시키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김제동이 올 수 있냐 없냐는 게 아닌 점차 줄어드는 우리의 자유와 자치공간을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학생들이 콘서트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은 우리들, 자신의 문제”
이번 콘서트를 지지 방문한 정욱 서강대 민주동문회 부회장은 김제동 콘서트가 불허됐다는 소식을 듣고 “왜?”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그가 학교에 다닐 적에는 “그냥 하면 돼서”다. 당시에 당연히 해도 됐던 게 지금은 불가능한 까닭은 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의 사회와 학교 그리고 학생이 처해있는 환경이나 형편이 불가피하게 다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는 “학교를 부끄러워 하는 선배들이 많다”고 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활동을 부정적 행위로 규정하고 성인으로서 투표권까지 부여된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을 근거로 대학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삭제 또는 개정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도 서강대에는 ‘학생은 수업, 연구 등 학교의 기본기능 수행을 방해하는 개인 또는 집단적 행위와 교육목적에 위배되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학칙(제88조)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아이러니다. 아이러니라 느끼지 않는 이들도 물론 있다. 서강대측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음주시위를 벌여 학교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고명우 회장을 제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잘못된 투자로 25억원의 손실을 입히며 학교명예를 넘어 재정에까지 누를 끼친 장본인이 누굴까?’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콘서트 장소를 지나던 친구는 “지금 총학생회가 하는 짓이 마음에 안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도 감시의 눈을 피해 외진 곳에서 몰래 술을 마시곤 한다. 김제동도, 정치권도, 졸업생도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