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2인자’임을 자청하는 연예인 박명수가 방송에서 이제는 자신이 ‘쩜오’, 즉 ‘1.5인자’라며 말해 사람들을 폭소케 한 적이 있다. 이처럼 비록 ‘1’은 아니더라도 ‘0.5’라는 숫자는 의미가 크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0.5’가 있다. 그들은 20대의 시작, 스무살을 1이 아닌 0.5만큼 살아낸다. 누군지 감이 오는가?
바로 반수생이다. 보통 반수생은 ‘고3 입시 후에 대학교에 등록했지만 1학기만 다닌 뒤 다시 입시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1년의 절반인 여름방학부터 다시 수능공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1이 아닌 0.5, ‘반’수란 이름이 붙었다. 

반수의 이유는 다양하다. 대학을 다녀보니 현재 다니는 학교가 생각만큼 맘에 들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두 번째 입시가 실패해도 돌아갈 대학교가 있다는 안정성 때문에 일부러 반수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반수의 이유로 ‘진로’를 꼽은 반수생, 강하람(20)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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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는'(웃음), 20살 강하람이다.


Q. 요새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지 않은가. 수능도 얼마 남지 않은 걸로 안다.

바쁘다(웃음). 39일 남았다. 사실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시점이다.


Q. 사실 100% 재수생은 아니다.

그렇다. 보통 재수생은 고3 때 수능 본 이후에 바로 시작하니까. 그래도 1학기 중간고사 이후부터 대학교를 나가지 않았으니 반수생치고는 꽤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반수를 일찍 결정한 것 같은데, 반수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작년 입시결과가 원래 불만족스러웠었나.

불만족스러웠다(웃음). 성적이 평소보다 잘 나왔냐 안나왔냐를 떠나서, 내가 원하는 진로와 성적이 맞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인문계열에 맞는 성적이 나와야 하는데, 수리 과목이 언어/외국어 성적보다 잘 나와서 그 반대가 되어버렸다. 결국 대학교도 공과계열로 갔다. 


Q. 그 성적을 받았을 때 바로 재수를 결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진로와 정 반대인것을 무릅쓰고 대학교를 갔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20살에는 당연히 대학교를 가야 한다는 일반적 생각. 그 길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게다가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척을 통틀어서 내가 첫째다. 집안에서 첫번째로 입시를 치르는 거라 부담감이 컸다. 내가 재수를 시작한다면 ‘잘못된 선례’가 된다는 생각이었다.


Q. 그렇다면 원래 가고자 하는 진로는 무엇인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영어를 배우는 것도 좋았고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자연스레 영어 교사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학 전공도 영어 교육과가 당연히 1순위 였다. 여행 가이드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도 있었기에 영어 영문과는 영어 교육과 외의 대안으로 생각해보았지만 그 외의 과들은 거의 생각해 본 적 없다. 그 진로에 대한 희망이 컸고, 대학교를 와보니 평소에 관심 없던 것을 배운다는 건 너무나 힘들었다. 결국 이렇게 다시 공부 중이다(웃음).

Q. 집안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
반대가 무척 심했다(웃음). 아까 말했던 첫째로서의 책임감도 있었지만, 입학한 대학교에서 2년 장학금이 확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난 보통처럼 휴학하고 수능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퇴해버렸다. 2년 장학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불확실한 것에 투자한다며, ‘엄청난 낭비’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반대하실만 하다. 그리고 사실 아직도 반대중이시다. 학교를 자퇴하고 반수 선언을 했을 때 한참 싸운 뒤 부모님도 선언했다. ‘그것은 네 자유지만 일절의 도움은 없다’고. 결국 교재, 학원비 등 반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자비로 충당중이다.


Q. 재수비용도 만만찮다. 어떻게 마련했나.

반수를 시작한 뒤, 마침 고3 때 오래 다닌 독서실에서 자리가 나서 바로 독서실 총무 알바를 시작했다. 도서관을 다니면 교통비가 들었고, 학원비는 훨씬 비쌌다. 독서실은 걸어다닐 수 있었고, 돈을 벌면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독서실 사장님이 총무 알바를 하는 시간이 끝나면 공부하라고 따로 독서실 자리도 주셨다. 나에겐 최적이었던 셈이다. 현재 다니는 학원은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충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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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보통 반수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전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돌아갈 곳이 없지 않나.

‘난 이번엔 반드시 성공한다’는 자신감 때문에 안전성을 포기한 건 아니다. 단지 ‘벼랑 끝’에 서고 싶었다. 배수진을 친다는 것처럼, 그렇게 날 벼랑 끝에 몰아 세우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재수생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훨씬 더 공부해야 하지 않은가. 또 과거를 정리하고 싶었다. 내 진로와 맞지 않는 과거를 남겨두면 그만큼 미련이 생길 것 같았다.

Q. 집안의 지원도 없고, 대학생활을 했다가 공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돌아갈 곳도 없다. 반수를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한 적 없다. 내가 단순히 좀 더 나은 학벌이나, 안전을 원했다면 당연히 후회했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무시무시한 마당에 2년 장학금 포기하고, 이번에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나. 하지만 진로에 맞지 않은 현실을 바꾸고 싶었고, 바꾸는 중이다. 내 선택에 만족한다.

 

Q. 그렇다면 이번에 결과가 좋지 않다면 어떻게 할 건가.
친구들에게는 늘 ‘바로 군대 간다’고 말했다(웃음). 그런데 사실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결과가 안 좋을거라 생각할 여유가 없지 않나. 그리고 대학 서열에 상관없이 영어교육 혹은 영어영문에 맞출 계획이다.


Q.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은 어떤가.

고3때와 비교하면 담담한 편이다. 고3때의 공부는 사실 막연한 공부였다. 하라고 하니까, 해야 된다고 하니까 했다. 목표가 명확치 않았다. 지금은 내가 정한 목표를 위해 공부하고 있기에 많이 다르다. 긴 통로를 그냥 걷는 게 아니라 길의 끝에는 빛이 보이고, 그 끝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이기에 담담하다. 그 동안 많이 공부해왔고,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긴장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나. 단지 고3때는 막연히 공부했고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목표의식이 명확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고3때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뿐이다. 긴장과 불안은 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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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좀 큰 얘기를 해보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학/학과에 투자하기 위해 1년 이상의 시간을 더 투자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재수’라는 것에 찬성하는 편이다. 수능이란 건 단 한번에 좌우되는 것이고, 실수 한 번 하면 끝장이다. 또 고3때 꿈을 정하면 좋지만 아닐 수도 있기에 자신의 목표 대학이나 목표 과를 찾기 위해 더 공부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본인은 가고 싶은 과에 가기 위해 공부 중이지만, 늘 많은 사람들이 ‘과보다 대학 이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실제로 학생들도 그러고 있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교에서부터 대학 이름을 우선적으로 얘기하는 건 모두 다 알 거다. 많은 선생님들이 ‘일단 대학부터 붙자’고 말하고, 원서를 넣을 때 다들 경쟁률 낮은 과를 쓰려고 엄청 눈치를 보지 않나. 게다가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늘 ‘대학 이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개인적 생각이지만 어른들 말은 틀린 거 없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이름이라는 건 무척 중요하고, 어른들은 그런 것을 겪어보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거다.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가서 고생하고 있다. 나처럼 다시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 당연히 문제가 있는 거다. 경영학과 같은 인기 학과나 여타 학과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어른들은 왜 학생들이 자신의 것을 찾게 하지 않는건지, 학생들은 왜 남이 좋다고 하면 깊은 고민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 건지.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없고, 잘못된 거라 생각하는 것 뿐이다.


Q. 고3, 19살이 아니라 이제 20대다. 대선도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는가.

정책이라. 난 공대생이어서 잘 모르겠다(웃음). 농담이고, 근현대사를 전 고교생에게 필수화하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3때는 사회탐구에서 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근현대사를 선택해 공부 중이다. 근현대사를 공부해보니 너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들을 또 많은 학생들이 모른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 독도 문제도 그렇고, 최근 불거진 과거사 논란은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국사까지 필수화시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테니 일단 근현대사만큼이라도 필수화가 되면 좋겠다.

 

Q.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차기 대통령으로 어떤 분이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들이 이제는 조금씩 해결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일들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이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