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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4] “내 안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가 힘들어요” 여행 중독자 김진주 씨


여행이란 단어처럼 낭만과 현실을 적절히 섞어놓은 단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잠시 떠나 그 동안 꿈꿔온 낭만을 직접 체험하는 그 기분은 형용할 수 없다. 한편으로 그 낭만은 또 다른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또 묘하게 매력적이다. 이러한 매력에 이끌려 여행을 갔다오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느끼고 오는 것일까. 

여러 번의 해외 여행을 통해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고 한계에 도전하면서 열병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여행 중독자 김진주 씨(세종대학교 역사학과 4⋅23)를 만나보았다.






Q. 지금까지 여행 갔다 온 데가 어디어디인가?



갔다 온 순서대로 일본, 그리스, 두바이, 터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캐나다, 인도 이렇게 된다.




Q. 여행 갔다 온 곳 중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인상적이었던 곳은?



다 좋았는데 굳이 꼽자면 그리스를 꼽고 싶다. 처음으로 여행 동아리를 들어서 간 곳인데 여행 구성원이 다 여자여서 기억에 남는다. 또 단체여행에선 사람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한데 같이 다닌 10명이 취미가 같다 보니까 많이 친해졌고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그렇게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섬나라를 여행했다는 것이 특별한 추억이 된 것 같다. 그리스는 아름다운 섬이 많기로 유명한데 특히 산토리니 섬이 정말 예쁘다. CF에서 보면 집이 모두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지 않나. 그게 알고 보니 나라에서 그렇게 칠하도록 지정한 거였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집들이 해변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예뻤다. 마치 신혼여행 간 느낌이랄까. 그 곳에 있는 와인박물관에서 와인 시음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반면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는 관광객은 많은데 약간 어둡고 낡고 무너져가는 느낌의 건물도 많고 치안도 안 좋았다.




Q. 그리스 사람들은 어땠나? 특히 남유럽 남자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후지다(웃음) 생각보다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다.





Q. 20대에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있다면?



인도를 추천하고 싶다. 20대하면 보통 유럽여행을 떠올리는데 유럽은 내 생각에 식상하다. 책이랑 다큐멘터리에 매우 자주 나오고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똑같은 이야기만 한다. 파리의 에펠탑이 좋았다느니 이런 뻔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인도는 다르다. 인도라는 나라만의 특이한 매력이 있다. 일단 물가가 우리나라의 십 분의 일이라는 점에서 경비가 싼 게 가장 큰 메리트고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란 점에서도 그렇고. 인도라는 나라만의 매력이 있다. 이건 진짜 가봐야 아는 거다.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다. 인도인들의 약 80%가 힌두교를 믿고 나머지 20%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는데 두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건 역사적 사실을 알고 가야 더 재밌는 건데 인도는 16세기 전반에서 19세기 중엽까지 이슬람 왕조인 무굴 제국의 통치를 받았다. 19세기 말 무굴 제국이 영국의 식민 지배로 멸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문화가 인도 문화의 주를 이루었는데 제국의 멸망 이후로 힌두 문화와 그 위치가 역전되었다.


인도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거다. 나처럼 모험심이 많고 여러 문화를 접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인도를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인도의 더러움과 무질서가 정말 여행자들을 힘들게 만든다. 나도 처음엔 신호등도 없고 무질서한 인도의 교통 체계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적이 많아서 싫었는데 이상하게 나중엔 그게 오히려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나 할까. 재밌는 건 무질서한 인도의 교통사고율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보다 더 낮다는 점이다. 인도에 가 있는 동안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홀가분하게 인도에 다 버리고 온 느낌도 든다.



Q.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여행 경비는 어떻게 조달했나?



처음에 갔던 일본과 그리스, 터키는 부모님이 다 대주셨다. 일단 여행을 가고 싶어서 예약금은 내 돈으로 했고 그 다음에 부모님께 일방적으로 통보했다.(웃음) 내가 주택청약을 오래 했는데 그걸 깨서 여행경비로 썼다. 그 후론 스무 살 때 작사가로 데뷔하면서 번 수입으로 계속 여행을 갔다. 번 돈은 다 여행 경비로 들어갔다. 그리스 터키 이후론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다.



여행경비의 경우, 일본은 백만원이 좀 넘었고 그리스 터키는 3~400만원은 잡아야 했다. 최소의 여행경비로 남미는 5~600만원, 인도는 100만원 후반대정도 일듯하다.





Q. 부모님께서 처음에 여행 경비를 대주실 때 부담스러워하거나 여행을 말리진 않으셨나?



부모님께선 내가 젊었을 때 많은 경험을 하길 원하셔서 전혀 말리지 않으셨다. 대학생 때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오히려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셨다.



Q. 정말 좋은 부모님이신 것 같다. 지금 20대 대학생일 때 가는 여행과 직장인이 돼서 가는 여행, 그리고 그 이후에 더 나이 들어서 가는 여행은 느낌이 많이 다를까?



남미 여행을 갔을 때 같이 갔던 사람들이 대학생이 아니라 거의 다 직장인이었다. 그 분들이 하는 말이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여행을 갔다면 지금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나이먹고 가면 좋긴 좋은데 삶의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 젊었을 때 가는 여행은 나도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고, 젊은 만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사실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열정적으로 산 적이 없는데 인도를 갔을 때 거리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한국에서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주로 해외여행만을 다닌 것 같은데 국내 여행은 가본 적이 없나?



아무래도 역사학과다 보니까 과에서 일 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가는 학술답사는 가봤어도 내가 직접 일정을 짜서 국내 여행을 가본 적은 없다. 국내 여행이야 나중에 나이 들고 돈이 좀 모이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지만 해외여행은 그렇지 않다. 해외여행이 더 가기 힘들기도 하고, 아까 말했듯이 젊을 때 가는 여행과 나이 들어서 가는 여행은 천지차이다. 특히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에서 느끼는 깨달음의 편차가 더 큰 것 같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순간순간 도전받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건 정말 해외여행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거다. 한국에서는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포기하고 내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외국에서는 내가 이런 음식도 먹을 수 있네? 피부가 검은 사람도 있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내 한계에 도전할 수 있었다.


 



Q.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세렝게티 초원을 매우 가보고 싶다. 그리고 북유럽도 가보고 싶다. 북유럽은 여행 경비도 비싸고 갈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지금 가면 해가 짧고 축제를 즐기려면 6~7, 8월에 가야한다. 그리고 몽골! 두 번이나 가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 원래 도시보다는 초원을 좋아한다. 도시 가봤자 헤매야 되고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커피 마시고 쇼핑하는 일 뿐이지 않나. 오지여행을 하고 싶다. 남들 다하는 여행은 싫다.



Q. 해외여행을 하면서 인종 차별을 받은 적은 없는가?



영어권을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딱히 인종차별을 받은 적은 없고 캐나다에 가서 카지노를 갔는데 카지노라는 곳 자체가 돈을 잃은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지 않나. 어떤 사람들이 내가 젊고 어린데 여기서 여유를 부리니까 괜히 심사가 뒤틀려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스타일을 욕하더라. 하필 그 때 친구는 도박에 미쳐서 안 오고 정말이지 울 뻔 했다.



Q. 그런 안 좋은 기억이 있으면서도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일의 원흉은 그리스다.(웃음) 그리스가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여행 동호회에서 만난 친한 동생 한 명,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그리스에서 만나서 인도까지 같이 간 애들이다. 그때 그리스에 같이 간 애들이 모두 여행에 미쳤다. 근데 나도 그렇게 돼버렸다. 여행은 한 번 가면 중독되는 것 같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한번 가니까 또 가고 싶고.



Q. 중독될 만큼 치명적인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상의 고민을 다 놓아 버리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에선 시간 개념도 다르다. 오늘도 내일이고 내일도 오늘이고 항상 오늘만 있다. 오늘은 뭐할까, 무슨 밥을 먹을까. 어디를 갈까. 이렇게 항상 오늘만 생각하게 되다 보면 그 전에 갖고 있던 내 삶의 고민을 버리게 된다. 또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다.




Q.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세상은 넓고 가볼 데는 많다는 거다. 또 내가 살아있는 느낌도 들고 생각이 많아진다. 여행은 사람을 철학자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의 한계, 지금껏 나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 내가 이런 음식도 먹을 수 있구나, 이런 더위도 참을 수 있구나’ 이렇게 한계를 알고 극복하게 되면 못할 짓도 없고 용기도 많아지게 된다. 여행을 많이 안 가본 사람들은 여행지의 자연을 본다던가 문화를 경험하는 축복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여행갔을 땐 내가 돈만 쓰고 뭐하는 거지?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나중에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내가 잘한 거 같다. 돈 주고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아 그리고 영어를 정말 잘해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쟤들이 내 욕하는구나 이건 알아들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Q. 여행은 진주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


열병, 뜨거운 사막의 열기 같은 느낌이랄까. 많이 가봐서 그런지 열기가 사그라들긴 했지만 처음 갔다왔을 땐 이 열기를 식히기가 힘들었다.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그런 게 있다. 갔다오고 두 달 있음 또 가봐야 한다. 그 열기가 다시 끓어오르는 거다. 여행 가기위해 돈을 모으고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도 좋고 갔다 와서 그걸 추억하는 시간이 좋다. 갔다와서 삶에 치일 때마다 그 추억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다. 사진을 보면서 ‘인간은 추억으로 산다’는 말이 맞다는 걸 느꼈다.






Q. 이제 진주 씨 개인에 대한 질문이다. 휴학 중이라고 들었는데 무얼 하면서 지내나?



일종의 스펙 휴학을 한 건데 처음에 9월 한 달은 토익학원에서 토익 700을 넘기 위해서 단기 집중 코스를 들었고 지금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




Q. 아까 스무 살에 작사가로 데뷔했다고 했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 그 전에 하던 음악은 안 하는 건가?



여전히 음악은 하고 있다. 내가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편하게 음악하는 거다. 공무원은 음악을 편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음악을 하기 위해 부모님께 빌붙어서 불편하게 음악하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일단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반 기업이나 전문 직업을 가지게 되면 아예 그 일에만 시간을 뺏기게 된다. 여가시간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공무원은 여가 시간이 충분히 보장된다. 공무원 중에서도 취미로 예술을 하거나 음악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Q. 음악과 전공인 역사학은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역사학과에 들어온 이유는?



내가 음악을 한다고 해서 굳이 음악 관련 과를 갈 필요는 없다. 음악 같은 경우는 음악적 스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삶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걸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중요하다. 원래 인문대를 갈까 생각했는데 그쪽 분야 중 잘하고 좋아하는 게 역사였다. 어릴 때 아빠랑 박물관도 가고 <태조왕건> <허준> 같은 사극 진짜 좋아했다. 처음에 대학에 입학했을 땐 사극 작가나 역사스페셜작가 이런 게 되고 싶었다. 고고학에도 관심이 많았고. 그게 적성에 맞았더라면 계속 했을 텐데 막상 배워보니까 내 생각과 많이 다르더라. 그래도 대학을 다닌 4년 동안은 즐거웠다.




Q. 그렇다면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동방신기! 그 가수 때문에 하게 된 게 매우 크다. 동방신기가 너무 좋더라. 처음으로 팬클럽에 들었고 거기서 알게 된 언니랑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갔다 왔다. 동방신기가 일본 활동을 해서 일본어도 배우게 된 거다. 그들에게 내가 쓴 곡을 주고 싶었다. 원래 SM 스타일도 좋아한다. 그래서 내 곡들이 다 사회비판적이었다. 락을 쓰고 그랬다.


 
Q. 사회비판적인 곡을 쓰면서 혹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정책이나 공약은 없나?


 좀 더 서민을 위한 정책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사회는 최상위층만 더 잘사는 사회로 가는 것 같다. 상위 1%의 극소수를 위해서 모든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경제지표는 발달했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힘들다. 우리나라가 그런 식으로 발전한 건 맞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갈 건가. 서민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갑자기 한꺼번에 바뀌기보단 천천히 바꿔나갔으면 한다.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갑자기 모든 걸 개혁하려고 하면 안 된다. 혁명적인 방법보다는 약간의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좋다고 본다. 그렇게 차근차근 바꾸다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소수를 위한 정책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걸 조금씩 반영했으면 좋겠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Avatar
    독자

    2012년 10월 8일 14:39

    좋은 글이네요 ^^ 저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작사로,, 여행경비를 충당하셨다니^^ 부럽네요.. ㅎㅎ

    아그런데, 이건 조금 다른 건데, 질문하는 글씨크기가 다른게 있네요^^ 수정하면 좀 더 좋을 것 같네요.

  2. Avatar
    더치스

    2012년 10월 10일 07:19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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