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사진을 찍는 평범한 20대 남자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으며, 트위터를 자주 이용했다. 사회당원으로서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던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문제와 3대 세습을 비판해왔다. 팔로잉 명단 중에는 북한 대남기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었다. 올해 초 그는 트위터에서 해당 사이트의 글을 인용(RT, 리트윗)하며 북한을 조롱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그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리트윗으로 청년은 10월 10일 어제 검찰에게 징역 2년을 구형 받았다. 박정근(25)씨의 이야기다.

농담 같은 일이다. 박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사건에 부당함을 느낀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내 2월 20일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지금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던 중, 어제 수원지법 형사10단독 이상훈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정근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양형의 이유로 “박씨가 북한을 찬양하고 고무하는 글을 리트윗한 행위를 장난으로 볼 수 없고 트위터는 전파성이 상당해 이적 표현물을 올렸을 경우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박정근씨 사건은 국보법이 얼마나 황당하게 오·남용될 수 있는지에 보여준다. 사실상 국보법은 사상을 검열하고 억압하는 제도적인 도구로써 남용되어 왔다. 사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울뿐더러, 법 적용의 논리가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귀에 붙이면 귀걸이고, 코에 붙이면 코걸이인 식이다. 박정근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해당 글을 리트윗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이 박씨의 의도였다. 국보법의 논리대로라면 북한 정권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사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검찰이 박정근씨가 농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그런 농담의 자유조차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다. 2004년 “범죄구성요건의 개념이 애매해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국보법의 찬양고무죄에 대한 위헌 청구 소송이 있었다. 하지만 전원일치로 합헌 판결이 난 바 있다.

 
국보법 존치론자들은 ‘우리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며, 주적인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국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보법이 없어도 형법이나 다른 법들로 무장공비나 간첩 행위를 비롯한 국가이적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보법 오남용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오늘 오전, 진보신당의 당원인 김정도씨도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박정근씨와 같은 북한 사이트의 글을 리트윗한 혐의다. 박정근씨 사건은 많이 알려진 축에 속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국보법에 이유없는 철퇴를 맞고 있다. 
 
1970년대 독재정권 아래 벌어진 인혁당 사건으로부터 박정근씨 사건까지, 40여 년이 흐른 지금. 국보법은 여전히 건재하고, 역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박씨에 대한 선고 공개재판은 11월 21일 9시 40분에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정근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는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누구든,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면 누구나 무죄를 확신할 것이다. 무죄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동안 박정근씨가 받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