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권센터가 대학원생 1380명을 대상으로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폐해를 조사한 결과 41.6%가 교수의 부실한 수업준비로 학습 연구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응답했다. “교수나 선배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경우가 16%였고 28.1%는 “강제로 행사에 동원됐다”고 밝혔다. 지도교수가 싫어하는 교수의 강의를 못 듣게 하거나 특정 과목 수강을 강요하는가 하면 논문지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교수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의 사료를 대신 챙겨주거나 이삿짐을 날랐다고 대답하는 대학원생도 있었다. 제자여야 할 대학원생을 몸종으로 취급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후에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학생도 많을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 벌어진 사례까지 조사해 합쳐보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악습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예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교수가 여학생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거나 성적인 농담도 마다하지 않는 등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은 대학사회 내에 공공연한 비밀로 퍼져있다. 그럼에도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교수사회가 성찰 없는 폐쇄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안으로 곪은 상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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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제관계라는 자행돼왔던 악습을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봐 그동안 눈감아온 대학원생들과 학교를 비롯한 대학사회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앞서 밝힌 것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동료교수들의 행동이나 범죄마저도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지 않아온 교수사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인간과 사회현상을 연구하고 문제를 탐구해 진리를 밝히는 게 교수들의 본업이 아닌가. 자신들 옆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어떻게 그리 무심했는지 묻고 싶어진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다. 더불어 학생들의 졸업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교수들의 권한 축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서울대가 조만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포함해 각 단과대학 특성을 고려한 인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지도교수 교체를 원할 경우 지도교수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던 절차를 없애는 등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는 뜻도 전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련의 후속조치가 서울대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대학을 자부하는 서울대학의 실상이 드러난 이번 조사가 자정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