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수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4860원으로 현행보다 6.1% 인상되었다. 이는 주 44시간 근로기준 월 109만8360원이다. 그러나 10%가 넘는 현 물가 인상률을 감안하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 최저임금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어도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는 사업체가 태반이다.


“비정규직.” 정규직을 전혀 고용하지 않거나, 정리해고를 밥 먹듯이 하는 기업들의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물론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서 시행될 수 있으나, 단순히 그것만이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수준 차이를 이용하여 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많기 때문.


“힘겨운 노동 환경.” 최근 SNS에서 대나무 숲 열풍이 불고 있다. 출판사 옆 대나무 숲 계정이 생긴 것을 시초로 익명성을 전제로 사람들은 이 계정을 이용해 직장의 부당한 처사나 불만을 토로한다. 자칫 뒷담화 공간처럼 보이나 대나무 숲 계정에서 이뤄지는 논의들은 실제 노동 상담 사례와 유사하다. 약자라는 위치 때문에 근로계약서 작성·최저임금 준수처럼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고용주에게 주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는 현재 20대가 취업의 현실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기간제 근무나 ‘인턴’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표를 달고, 최저 임금이라는 단어 근처에서 맴돌며 지금도 곳곳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친구와 선배들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지 않은가. 현 상황을 다시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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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 실태보고


사회 초년생인 20대에게 특히 친숙한 ‘최저임금제도’부터 들여다보자. ‘국가가 근로자의 생활안정 등을 위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최저임금 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노동부장관이 결정 및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제시했듯, 최저임금 위원회에서는 12차 전원회의를 통해서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4860원으로 6.1% 인상한다고 한다. 이로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급이 최초로 100만원이 넘어서게 됐다. 그러나 이번 인상안은 노동계에서 제시한 5600원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고, 경영계 역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여 많은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과연 위의 정의에서 이야기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여전히 의문스러운 이유다.


자본금 규모가 큰 대기업은 ‘최저임금제’를 잘 지키지 않는다. 국내 화장품 기업 A사가 최저임금제에 충족되지 않는 임금을 내걸고 채용공고를 냈다. 뷰티 사업장 내 그린갤러리의 계약직원 1명에 대한 채용 공고로, 담당 업무는 전시장 작품설명과 작품 지킴이다. 근무시간은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6개월 계약직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반 채용공고문과 별다를 바 없지만, 임금을 “실비 지급 : 80만원(중식 제공)”으로 적은 것이 지원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주 5일 40시간 근무할 경우 최저임금은 월 평균 95만7220원이어야 하는데, 무려 15만원 이상 부족한 액수인 것이다.  
 
최저 임금제는 정부에 의한 노동자 보호 장치로 기능해야 함이 목적이지만, 현재와 같이 불만족스러운 금액 수준 하에서도 사용주들이 노동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편리에 따라 악용하는 제도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을 때 ‘일단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혹은 정규직의 관문보다는 좀 더 쉬울 것이라는 추측으로 20대들이 뛰어드는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더한 현실을 마주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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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실태보고


비정규직은 1990년대 중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짧은 시기에 급격히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보완하는 형태라기보다는 정규직을 대체하는 형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비정규직은 실업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도입되었다. 초기부터 노동자에게 ‘불리한’ 각종 고용형태에 대한 규제 혹은 차별시정이 제도화되고, 정규직을 대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비정규직 사용이 권장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기업의 효율성 전략의 일환으로 정규직을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체계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숙련 격자나 근로시간에서의 차이는 적은 반면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매우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1년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EU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30%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3% 대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비정규직 고용은 정규직 보완 차원에서 허용하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의 노동법전은 고용계약은 무기한의 정규직 계약이 원칙이며 비정규직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정 기간 한도 내에서 사용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OECD에 가입된 대다수 국가들이 기간제의 사용 사유에 제한을 두거나 파견근로에 대해 다양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일본도 2000년대 초반 파견 근로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였다가 최근 다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스페인도 2006년 이후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정책방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 대체형이라는 것은 기업이 단기적 이윤 추구를 위해 비정규직 고용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정규직 유발의 원인이 기업의 단기주의적인 경영 방식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은 교육시장에서 왜곡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전체 20대 취업자의 28%에 달하는 100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인(2011년 기준) 현실은 20대의 ‘불안’에 대한 상징적인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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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 증원,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 난무하고, 비정규직에게 지나치게 차별대우를 하는 등 악덕 기업들에 근로자 홀로 대항하기는 어렵다. 이에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유서깊은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체불임금이 발생하였거나 해고나 정직 등 부당한 징계를 당했을 때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하면 만날 수 있는 ‘근로감독관’ 제도가 그것이다. 근로감독관은 법으로 정해진 근로조건의 최소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그에 대한 감독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이다.


근로감독관에게는 다음과 같은 권한이 있다: (1) 근로조건 기준 확보를 위해 행정적 감독 및 위법사실 발견과 시정을 하게 할 수 있도록 사업장, 기숙사 기타 부속건물을 임하고 장비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 (2) 사용자와 노동자에 대하여 심문할 수 있는 권한 (3) 의사인 근로감독관 또는 근로감독관의 위촉을 받은 의사는 취업을 금지하여야 할 질병에 걸릴 의심이 있는 노동자에 대하여 검진할 수 있는 권한 등. 사용자(기업 측) 또는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시행에 관하여 근로감독관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보고 또는 출석하여야 한다. ‘나쁜 노동’을 잡아내고 시정 명령을 요구할 수 있는 직접적 권한을 지닌 직책인 것.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각 지방 노동청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감독관은 930여 명이다. 이들이 1년에 처리하는 체임 진정 건은 30만 건, 다시 말해 1인당 한 달에 50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2건 이상의 진정 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하지만 체임 사건의 특성상 하루에 이 정도 사건을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고용부는 설명한다. 사법경찰권을 행사하는 감독관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을 만큼 업무 부담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취지를 지녔어도 그 시행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근로 상황을 감독해야 하므로 근무에 태만해지기가 쉽고, 실제로 감독관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있어 왔다. 효과적인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오히려 노동자가 고용주에 의해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근로감독관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촉진법, 근로기준법 등이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고용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감시자가 없다면 알 수도, 고칠 수도 없다. 실제로 근로감독관은 이른바 ‘나쁜 노동’에 대해 사법경찰의 권한을 대리하며,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고의로 묵과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법적 조치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활성화시킨다면 충분히 강력한 감시 제도인 것이다.

이에 더하여, ‘20대 근로감독관’직을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1998년 공포된 「근로감독관규정개정령」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계급(1급~9급)에 따른 직렬 구분이 없다. 직급의 고하가 없으므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0대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 공무원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해당 산업군별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을 위주로 선발하되, 엄격한 교육을 거쳐 각 사업장에 배정시킨다면 고용 현실을 보다 개선하고 20대 고용률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각종 ‘나쁜 노동’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은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체제 전반의 개혁이다. 다만, 이러한 궁극적인 해법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단기적이라도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법을 통해 억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경력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리다는 이유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 특히 20대에게는 대나무숲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근로감독관이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을지라도 개선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