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대상포진에 걸린 A양은 당시 학교 안에서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받아 수월하게 치료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교는 대상 포진 같은 전문 피부병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을까?

“제가 대상포진에 걸린 것 같은데, 치료나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서울 지역의 아홉 군데 대학 건강센터에 전화를 걸어 대상포진에 대해 진단이나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지 직접 물어보았다. 네 군데에서는 진단과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고, 다섯 군데에서는 전문 의료기관을 추천했다. 그 중 어떤 대학은 피부과의 경우는 진료가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학생들의 1차 건강진료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대학교 건강센터들의 대답치곤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 취업 우울증, 경제적 사정 등으로 20대의 건강 취약 층인 대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교 건강센터. 그 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파헤쳐 보자.


대학 병원이나 의대의 유무에 따라 서비스의 질도 천차만별 

대학교 건강센터들의 가장 큰 허점은 대학교 마다 지원되는 건강서비스의 질의 차이였다. 부속 병원이나 의대의 유무에 따라 학교 내 의료서비스의 질이 많이 달랐다. 서울대의 경우 가정의학과, 정신건강 의학과, 정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10개의 진료과목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학생의료공제회가 있어 진료비의 60~70%를 공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 150명에서 3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보건소를 찾고 있다. 전남대, 이화여대 등도 의료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인하대, 성신여대 등에서는 진료과목 별로 전문 의사를 배치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에서는 충치치료, 치아교정상담, 구강검사, 스케일링 등의 간단한 치료가 가능하다. 동국대와 가천대는 다른 대학 내의 보건소와 달리 한방치료를 할 수 있다. 전남대, 이화여대, 삼육대, 가천대는 주기적으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으며, 서울대와 청주대등도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대학들과 달리, 보건소가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중 약 30%는 학교 내에 의료시설이 없는 실정이다(2007년 기준). 게다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이 학교마다 다르다. 학교에 따라 일부 진료는 아예 받을 수 없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겐 학교 선택에 따라 건강 진료의 수준이 달라지는 억울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학교에 건강 센터가 있더라도 그 센터를 구성하는 인력도 천차 만별이다. 보건소가 있는 243개 대학 중에서 의사가 정규직으로 고용된 곳은 10개 대학 뿐이었고, 대부분의 학교가 비정규직으로 의사를 고용했다. 비정규직으로 의사를 고용한 대학 중 13개교만이 풀타임으로 고용했다. 특히 약사의 경우는 더욱 심해 정규직으로 약사가 근무하는 대학은 위의 대학 중 1곳, 평균 고용인원 수는 각 학교당 평균 ‘1.0’이었다.

홍보 부족, 예산 부족…
보건소의 진료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들


이와 같은 교내 보건소의 인력, 시설 미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학교 건강센터가 진료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아닌 보건소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학생들에게 질병 치료를 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발병원인이 불분명해 쉽게 치료를 할 수 없는 피부과나 내과 같은 경우는 건강센터 측에서도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강보험비가 등록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 등록금 중 건강보험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많고, 학교에 따라 비용부담의 유무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정해놓은 학교도 많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보건실은 대학 예산 배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전문 인력과 시설의 부족은 당연한 결과 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홍보 부족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이용률 저조도 대학 보건소의 질적 발전을 막는 요소이다.  대학 보건실 운영현황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보고서(2007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 중의 약 20%는 보건소의 존재를 모른 채 졸업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 센터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의 모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B양은 “얼마 전에야 학교 보건소에서 치과 진료를 해 주는 줄 알았다. 학교를 다닌 햇수만 5년인데 황당하다” 라며 건강 서비스 홍보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대학 보건소의 학생 이용률 수준도 생각보다 매우 낮은 편인데, 학생 수가 1만 5000명이상인 학교에서 조차 평균 이용률이 0.1%정도였다.  이쯤이면 학생들도 외면하는 대학 보건소인데 투자의 유의미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생들은 접근성,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병원 가는 날짜를 차일 피일 미루기 일쑤이며, 특히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자취생들의 경우 치료비의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에 대한 지식도 없어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한다. 여기에 대학교 건강센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20대들은 학교에서 쉽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센터가 있어야 자신들의 기초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20대. 이들을 돕기 위해선 학교 건강센터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허울 뿐인 건강센터, 그 속에서 위협 받고 있는 20대의 건강

2007년에 행해진 대학보건실 운영현실태조사 및 분석연구에 따르면 보건소가 설치된 대학교의 사업발전을 위한 1순위로 관련 법 규정미비 그리고 2순위로 학교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대학교 건강센터가 허울 뿐이라는 증거이고, 그만큼 사회와 학교가 20대의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 놈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냐’라는 말이 있다. 20대들은 다른 세대들에 비해 면역력, 기초체력이 높아 병에 취약한 세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20대들의 건강을 보호해 줄 울타리가 존재하지 않거나, 허술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학교 측과 사회측의 무관심 속에 20대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1차적 울타리인 건강센터가  흔들리고 있고, 20대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와 학교의 체계적이고 접근성 높은 의료체계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