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경영진이 8일 회동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하여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회동의 주요내용은 MBC의 민영화에 관련한 것이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MBC 주식 지분 중 30%를 소유하고 있다. 최필립 이사장은 정수장학회 지분을 매각 후 이를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한 부산일보를 함께 매각해, MBC와 부산일보 매각을 통해 발생하는 재원을 부산, 경남 지역의 반값등록금 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MBC 경영진 측도 방송문화진흥회가 가진 70%의 지분 중 12%를 매각하는 방안으로 화답했다. 사실상 민영화가 추진되는 듯한 모양새다.

정수장학회 회동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MBC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전략이었다. 소위 ‘낙하산 사장’인 김재철 사장의 임기 동안 이 논란은 잊힐만하면 다시 고개를 들어왔다. 올 봄, MBC 노조의 장기 파업 사태도 결국엔 ‘공영방송 MBC’를 지키겠다는 힘과 ‘민영방송 MBC’를 만들겠다는 힘이 충돌한 것이었다. 민영화 추진세력의 입장에도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방송문화진흥회와 정수장학회가 소유해 ‘국영’도 ‘민영’도 아닌 애매한 ‘공영방송’으로 남아 있는 MBC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독특한 방송소유구조를 가진 회사다. 언론학계 일각에서 MBC를 민영화시켜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MBC 귀족 노조가 공영방송을 빌미로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시장이 어떠한 구조로 편성되어 있느냐는 언론의 독립성, 방송콘텐츠의 질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민영화’를 방송언론, MBC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건 저렇건간에 일단 MBC는 현재 공영방송이다. 즉 국민의 의사가 MBC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MBC 민영화건은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밀실에서 고위직 인사들이 만나 마음대로 추진하고 있는 꼴이다. 대선 정국인 지금, 매각 자금을 특정 후보의 이익을 위해 쓰는 식의 민영화는 국민들이 원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이 정부의 방송통신정책의 기본 틀이었다. 낙하산 인사로 방송사들을 장악한 후 국민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시사 프로그램들을 폐지해버렸다. 국민적 합의 없이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종합편성채널 4개를 기어이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한국의 방송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공중파는 어용 방송이 되었고, 종편 채널들은 살 길이 막막하다. MBC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국민과 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고 MBC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들이 논의되지 않은 상태로 밀실에서 몰아붙인 민영화의 결과도 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MBC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