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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농구 코트를 비추면 그 보다 뜨거운 응원 열기가 코트를 가득 채운다. 치어리더가 신나는 응원 공연을 하고 중계 카메라가 이리저리 선수들을 쫒아 그들의 행적을 온전히 담는다. 하지만 팬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뜨거운 심장과 빛나는 땀방울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선수들, 바로 그들에 있다. 농구장 뿐 아니다. 어느 곳보다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야구장의 마운드위에도 서포터즈의 응원을 등뒤로 담고 달리는 푸른 축구장 위에서도 팬들이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존재는 바로 선수들이다.

1980년 프로 축구팀 창단을 시작으로 1982년 프로 야구 출범,  1996년 프로 농구 출범 그리고 2005년에 프로 배구 리그가 개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프로 스포츠인은 단순히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에 오르내리는 스타가 되었다. 프로 선수들의 연봉이 오르고 인기가 올라가면서 많은 부모들은 자기 자식도 그들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기를 원했다. 남들이 모두 학원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있을 때, 자녀의 능력을 빨리 알아보고 운동을 시킨 부모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운동을 하는 학생으로 살아남는 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수반한다.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때 운동을 시작하면 학교 수업은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1, 2교시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일명 운동부 선수들은 훈련을 하기 위해 교실문을 나서 운동장위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낸다. 지방에서 시합이라도 있을때면 미리 몇주간 합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합내내 집을 떠난 부모님과 떨어져 시합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를,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를 똑같이 보낸다. 그러다 보니 일반 학생 친구를 사귀는 건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시간이 없다보니 일반 학생들도 ’35명 중에서 35등 하는 운동부’로 그들을 기억할 뿐이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나면 선수들에게는 인생을 결정짓는 첫번째 갈림길에 서게 된다. 바로 대학으로의 진학과 프로의 입단이다. 고교시절, 슈퍼스타로서 빛나는 활약을 했다면 드래프트에 도전해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녹록치 않아 고등학교에서 1년동안 운동을 계속하면서 재수를 해서 대학을 가는 운동선수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프로지명을 받지 못한 채 대학도 가지 못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운동, 그 자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사히 또는 안전하게 대학에서의 4년을 보내고 나면 그들은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두번째 갈림길에 선다. 프로에서의 데뷔 또는 운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맞이한 첫번째 갈림길에 비하면 더 문이 넓어지지만 문제는 경쟁자가 배 이상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8일 열렸던 ‘2012-2013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의 결과’를 보면 총 42명의 드래프트 참가자 중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는 단 21명에 불과했다. 정확히 50%의 성공률이었다. 여기에 42명의 참가자 중에서 자진해서 참가를 포기한 농구부 4학년들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실제 프로로의 입단은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단을 했다고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니다. 몇몇의 1순위 지명자를 제외한다면 코트 위에 설 수 있는 이들은 지명자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래도 지명 받은 이들은 미래를 꿈꾸며 즐거워 할 수라도 있다. 문제는 남은 이들이다.

ⓒ연합뉴스 작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김시래, 그러나 이렇게 1순위로 지명되는 선수는 수백명 중에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

                                                                
선택밖지 못한 21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선 선택을 받지 못한 대학교 4학년생들은 군대를 가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지 아니면 1년을 기다려서 다시 드래프트에 도전할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을 확률은 더 떨어지기 때문에 23살의 대학교 4학년 운동부 학생들은 군대를 갈 수 밖에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십 몇년간 오로지 농구 또는 축구 아니면 야구에 목숨을 걸었던 이들에게 23살에 겪은 단 한번의 좌절은 결국 그들의 꿈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만약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다면 중,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자격이라도 얻게 되지만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운동부 학생들이 스포츠 관련 학과에 재학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선수들은 대학교 졸업장 한 장과 졸업앨범을 두 손에 안고 졸업 할 수 밖에 없다.

졸업을 앞두고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대학교 4학년 농구부와 야구부 학생, 총 8명에게 물어본 결과 졸업 후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그 1명도 부모님이 하고 계신 음식점을 이어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5명은 군대를 먼저 다녀오고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고 2명은 박탈감에 아직도 미래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다. 꿈을 잃어버린 그들은 모두 23살, 평균적인 남자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단꿈에 젖어 있을 바로 그 나이다. 

실제로 한 대학교의 운동부 졸업 현황을 보면 프로팀에 입단한 경우가 32%였고, 해외로 나가거나 개인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는 7%에 그쳤다. 포함되지 못한 나머지 61% 중에서 연락이 지속적으로 된 이들은 겨우 35%였 뿐이었는데, 이 중에서 졸업 후에 월 150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는 경우는 채 20%도 되지 않았다.  취직을 한 경우에 사업장의 종류를 살펴보면 10인 미만의 사업장이 가장 높았고, 일을 아예 하지 않는 비율도 5%에 달했다.

십수년간 엘리트 체육의 첨탑에 서있던 그들이 채 꿈도 키워보지도 못하고 그들의 꽃망우리를 스스로의 손으로 떼어내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수많은 20대 운동부 학생들의 운명이다. 일반 학생과 같은 대학교 내에서 함께 공부하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학생이지만 그들은 단지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떠돌 수 밖에 없다. 혹자는 23살, 대학교 4학년인 그들에게 누가? 왜? 도움을 주어야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20대 중반에 들어서서도 운동 이외에는 다른 꿈을 꾸지 못하게 하고 결국에는 방황하도록 만든 것역시 엘리트 체육을 최고로 쳐온 우리 사회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