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초등학생 때부터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뛰어다니느라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 이 없다. 자식이 몇 반인지는 몰라도 몇 등인지는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들은 오늘도 어떤 과외가 좋은지, 어떤 학원이 유명한지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밤 10시 이후에는 수업을 못하게 하는 정부의 제재를 비웃듯이 학원은 버젓이 12시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청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영악해져가는 아이들, 1등만 외치는 극성맞은 부모들, 한국 교육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수많은 학원들. 이 세 가지의 중심에 학원강사가 있다. 100인 릴레이 인터뷰, 오늘은 ‘학생들의 성적이 오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하는 학원 강사 김수영 씨(23)를 만나보았다.  

Q. 휴학을 하고 학원 강사로 1년간 일했다. 원래 학원 강사가 꿈이었나?

내가 영어영문학과라서 전공을 살리고 싶기도 했고,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선생님, 선생님’ (되라고) 하니까 세뇌 교육을 받은 탓도 있는 것 같다. 또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


Q. 그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도 됐을 텐데, 굳이 휴학을 한 이유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학원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게 정말 나와 맞을지는 모르는 거니까 일단 한 번 경험해보고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Q. 음, 말하자면 인턴 같은 건가? 그러면 1년이 지난 지금, 직업으로 삼을 확신이 생겼나?


인턴 같은 거였지. 일할 때는 빨리 자금을 모으고 경력을 쌓아서 내 학원을 차리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학원을 그만두고 복학해서 취업준비 중이다.


Q. 그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하고 우선 학원에서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해보자. 학원에서 하는 일이라면 애들을 가르치는 것이 주된 업무일 텐데, 그 외에 다른 일도 하나? 


물론이다. 내가 일했던 학원에는 수업 매뉴얼이 정해져 있어서 매뉴얼대로 수업 준비를 했다. 이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고, 청강(내 수업을 인사부, 원장님이 보고 평가하는 것)과 공개수업(내 수업을 학부모들이 보는 것)도 주기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준비도 따로 해야 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전화 상담을 하고, 초등 지점의 경우에는 성적표 작성까지 해야 했다.


Q. 수업 준비만으로도 바쁠 것 같은데, 학부모 상담까지 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특히 요즘 극성인 학부모도 많지 않나?


많지. 보통 엄마들은 성적에 예민하니까 ‘학원을 다니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르냐’고 따지고 성질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숟갈로 떠먹여주다시피 가르쳐줘도 학생이 공부를 안 하는데 성적이 어떻게 오르겠나. 그래도 엄마들은 ‘이게 다 학원에서 잘 못 가르치기 때문’이라며 학원 탓을 한다. 우스운 건, 이런 엄마들이 아이가 성적을 잘 받아오면 그건 ‘내 자식이 잘 나서’라고 한다. 전형적인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네 탓’이다.

이 정도는 양반이고, 어떤 엄마는 아이가 기죽는다고 학생에게 싫은 소리를 절대 못하게 했다. 한 번은 학부모 상담 전화를 할 때, 그 어머니께 ‘학생의 리스닝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했다가 ‘리딩 선생님은 잘 한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왜 그러냐’면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걸 겨우 넘긴 적이 있다. 일일이 다 말하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너무 화가 나서 학원에 불을 지른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니까, 극성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지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Q. 그 정도면 극성이 아니라 진상이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애들도 말썽이 많을 것 같은데. 특히 요새 학교 폭력이다 뭐다 해서 학생들이 점점 영악해 지는 것 같다. 실제로 느낀 적 있나?


우리 때도 불량한 애들은 있었으니까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같은 학생으로서 그런 애들을 볼 때와 어른으로서 또 선생님으로서 그런 애들을 볼 때의 느낌이 다른 건 있다. 숙제를 안 해놓고 (숙제한 걸) 집에 놔두고 왔다고 거짓말 하거나, 8시에 학원을 마쳤는데 재시험 때문에 늦는다고 거짓말 하고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아이들을 보면 순간 화가 나다가도 엄마에게 떠밀려서 억지로 학원을 다니는 거니까 한 편으론 안쓰럽기도 하고. 

아, 한 번은 애들을 혼낼 때 욕을 할 수는 없으니까 장난 식으로 ‘이 시끼들’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정색을 하면서 ‘아, 더러워’ 그러는 거야. 순간 당황해서 방금 뭐라했냐고 그러니까 표정 하나 안변하고 ‘더럽다고요’ 그러면서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더라. 화를 꾹꾹 눌러가며 좋게 타이르려고 해도 끝까지 한 마디도 안지고 대꾸하길래 난 더 이상 널 못 가르치겠으니 반을 옮기라고 하고 어머니와 통화까지 했다. 당시에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얼마나 스트레스였던지 다음날 아파서 쉬기까지 했다.



Q. 특히 가르치는 대상이 중학생이어서 더 힘들었겠다. 소위 말하는 중2병도 있지 않나(웃음). 


학생 중에 사춘기가 심하게 왔다고 해야 하나, 그런 애가 있었는데 내가 얼굴 바로 앞에서 대 여섯 번을 불러도 대놓고 무시하는 애였다. 왜 대답을 안 하냐고 화를 내니까 말 하는 게 귀찮다고 하더라. 기가 막혀서 그럴 거면 나가라고 하니까 정말 짐을 싸서 나가는 거다. 사춘기라 방황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매번 이런 식이니까 상대하기 너무 힘들었다. 


Q. 그런 학생들을 겪으면서 얻은 (학생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글쎄, 나는 오히려 악역을 자처했다. 처음에는 나도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고 그런 바람들이 있었는데, 그럴수록 나만 피곤하고 상처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중학생들은 한창 예민할 시기라 까칠한 애들도 많아서 마음 얻기가 쉽지 않다.  아무 반응이 없는 벽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일방적이라 포기하게 됐다.  


Q.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시달리는(?)만큼 대우는 잘 받는가? 예를 들면 임금이라던가.

구체적인 액수를 밝혀도 될지 모르겠는데, 주 5일 근무라 치면 180정도 받는다. 내가 근무한 학원이 꽤 잘 주는 편이었고, 다른 곳은 150정도로 알고 있다. 거기다가 우등생을 가르치는 특수한 지점에서 일하면 조금 더 추가되고 그런 식이었다.


Q. 1년 간 일하면서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꼽는다면?

우선 내가 아는 지식을 가르쳐줌으로써 학생들이 하나를 더 안다는 사실 자체가 좋다. 이걸 지식 공유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봉사를 하는 느낌이라 뿌듯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성적이 오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시험기간에 수업 시간이 안 맞는 아이를 따로 시간을 내서 가르쳐준 적이 있는데, 70점대였던 성적이 100점으로 올랐을 때 정말 기뻤다. 그 외에는 소소하게 아이들이 카드와 편지 같은 거 써줄 때, 오디오를 틀기 전에 학생이 콘센트를 미리 꽂아줄 때 그런 사소한 게 되게 고맙고 기분 좋았다.

나쁜 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학생들을 상대하다보니 상처받을 때가 많지만 티를 못 내는 거. 그런데 오히려 사소한 것에 전전긍긍하던 모습을 탈피하고 의연하게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걸 보니 나쁜 점 마저도 성장의 기회가 된 것 같다.

Q.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학생일 때는 몰랐는데, 선생님들의 말과 행동에 다 의미가 있고 계산이 있다(웃음). 나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따라 애들의 리액션도 달라지니까 이걸 캐치해서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려는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다. 하루는 내가 뭔가를 잘못 가르친 적이 있는데 다음날이 휴가라서 수정할 기회가 없었다. 학생들이 이 상태로 시험칠까봐 너무 걱정이 돼서 A4용지 가득 내가 틀린 부분 적어서 대타 선생님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 그 때 ‘아, 정말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대충해서 될 게 아니구나. 좀 더 제대로 준비하고 공부해야 겠구나’ 싶었다.

Q. 학원 한 군데 안 다니는 학생 찾기가 힘든 현실에서 정작 학원 강사의 지위는 낮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학원 강사의 입장에서, 부모들이 학원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선행학습이 가장 크다. 아까 말했듯이 교재 연구도 안하는 학교 선생님에게 배우는 지식은 한정적이니까 학원을 다니는 거다. 학교 선생님들도 프린트 물을 나눠주기만 하고 학원가서 배우라고 한다는데 말 다했지. 학교 선생님조차도 사교육에 의존하는 거 아닌가.


Q. 사실 학생을 가르친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에는 둘 사이의 괴리감이 큰데, 여기에 대한 불만이나 아쉬운 점은 없나?

불만 있지. 학교 선생님들 중에 교재연구 하나도 안 하고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몇 년을 우려먹는 분들도 많은데 그 분들에 비하면 학원 강사가 수업 준비를 훨씬 더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그 분(학교 선생님)들은 사범대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으니까 자격 면에서 학원 강사와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고, 거기서 오는 인식차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좀 서운한 점이 있다면, 엄마들이 학교 선생님은 스승으로서 존중해주는데, 학원 강사는 ‘자식을 가르쳐주는 선생’이 아닌 ‘돈 주고 고용한 사람’으로 보는 거다. 그래서 우리에게 더 함부로 대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Q. 공교육이 주가 되고 사교육이 부가 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거 같다. 그럴수록 학원의 부담이 더 커질 텐데?


지금도 그렇지만 압박감과 책임감이 더 늘어나겠지. 학원은 학교와 다르게 결과를 보여줘야 하고 학부모들도 시험 결과로 학원을 평가하니까 시험 기간만 되면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학원자료, 기출문제집, 게다가 학교에서 나눠준 보충자료까지 내가 다 해줘야 하니까 양도 더 많아지고. 또 학원은 학교처럼 한 출판사 교재만 다루는 게 아니니까 학교별로, 출판사별로 다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야 되니까 정신이 없다.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안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가르쳐야 하니까 더 오래 걸리고 힘들어질 게 뻔하다.


Q. 그렇다면 학원 강사의 미래는 어떨 것 같나?


공교육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학원은 존속할 거다. 학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학원을 없앨 것 같진 않지만, 정부에서 사교육에 압박을 넣고 있는 게 지속되니까 한편으로는 크게 번성할 것 같지도 않다. 그냥 현상유지 정도?


Q. 본인의 학원을 차리겠다는 꿈을 접고 이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일단 1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상태고, (학원은) 내가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취업은 그게 아니라 시기가 정해져 있으니까, 젊을 때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교육의 끈은 놓지 못했나보다. 내가 배운 게 영어고, 가르치는 일이니까 자연스레 관심도 교원이나 두산동아 같은 교육 관련으로 가더라. 직접 가르치는 건 해봤으니까 컨텐츠 위주의 일을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현재 취준생이니 일자리 창출을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이건 모두의 바람일거고, 공교육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 내가 비록 사교육 시장에 있었지만, 학원이 이렇거나 저렇거나 공교육이 우선되고 바로 서야하는 게 당연한 거다. 학교 선생님들의 교육평가를 확실히 시행해서 더 이상 공교육이 도태되지 않도록 하고. 체육 수업 같은 예체능 시수를 늘려서 아이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킬 기회를 줘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인성과 지식을 고루 책임지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