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의 ‘화차’라는 영화를 보았는가? ‘문호(이선균)’는 자기와 결혼 상대인 ‘경선(김민희)’의 모든 신분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되고 그녀의 과거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경선(김민희)이 사채에 쫓겨 인생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단 걸 알게 된다. ‘화차’가 근본적으로 던지는 물음은 ‘경선을 그렇게 만든 것이 사회인지 아니면 본인인지’에 대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깊숙히 뿌리박힌 사채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화차’는 본래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채 시장이라는 곳에 강제로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는 개인.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어쩌면 그 개인은 피해자가 아닐까. 요즘 ‘화차’라고 일컫는 사채 시장에 대학생들이 탑승하고 있다. 왜 사채 시장에 대학생들이 진입하고 있을까?




대학생은 사채 업계의 우수 고객?!



지난 3월 30일 비상경제 대책회의에서 발표된 ‘대학생의 고금리 대출 이용실태’에 따르면, 11년도 기준으로 일반․전문대 대학생(대학원생 제외, 휴학생 포함)해 전국 대학생 298만명 중 고금리대출 이용 대학생 11.0만명, 이 중 대부업․사채 이용 대학생은 3.9만명으로 추정되었다. 대부업 사채를 쓰는 이들 63명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왜 이용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은행에서 대출 받기 어려워서(41.3)’와 ‘곧바로 빌릴 수 있어서(46.0)’라는 이유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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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사채에 대한 대학생들의 고민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 한 사람은 사고를 내 급전이 필요하다며 고민을 올렸다. 지금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유지하기도 힘든데 급한 데로 돈은 내야하니 어쩔 수 없이 사채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들은 독촉에 못 이겨 가장 돈을 빌리기 좋은 사채 시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채업에 돈을 빌린 친구를 본 적이 있단 K(26)군은 “복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봤다. 처음에는 작은 돈인데 이게 굴러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져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들다 하더라. 그 친구는 다행히 갚았지만 웬만하면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좋다.” 고 말했다. K군의 경고나 ‘화차’에서의 ‘경선’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채의 위험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번 올라탄 ‘화차’에서 내려올 수는 없나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료를 받은 송호창 의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학생 학자금 지원과 저금리 대출 전환을 위한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불법 채권 추심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말처럼 정부의 노력이 계속 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단 가장 좋은 건 사채를 쓰지 않는 것이나, 만일 필요할 시에는 번거롭더라도 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 안정적인 형태의 금전 거래를 하는 게 좋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대학생들의 현실을 해결을 해주고자 지난달 17일 기존의 청년층 저금리 전환대출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대출에 관련해서는 금강원 홈페이지에서 E-금융민원센터(http://www.fcsc.kr/main.jsp)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이용하기는 힘들어도 K군의 말처럼 섣불리 사채 시장의 고객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 이미 사채를 쓴 경우, 자신이 빌린 곳이 불법 사금융이라면 국번없이 1332번으로 전화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화차에서 문호(이선균)는 나중에 부르짖듯이 경선을 향해 말한다, “너로 살아. 제발. 붙잡히지 말”라고. 그런 문호의 말을 지금의 대학생에게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불법 사금융은 편하고 쉽지만, 결국 덫에 걸려 사채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당연히 ‘화차’를 타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자신에게 피해가 적게 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대책을 찾아 사채라는 불꽃 속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