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점수가 왜 필요해?’

박명본씨는 학교에서 토익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웃었다. 하지만 그도 결국 휴학까지하며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했다. 토익 점수 없는 학생은 취업은커녕, 졸업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토익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왜 ‘점수를 따기 위한 영어공부’를 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영어(토익)공부를 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해서 생각하고, 사회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며 회의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26살이고,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에 다니고 있는 박명본입니다. 지금 언론사 취직을 준비 중이고 휴학하고 영어공부하고 있습니다.
 


-왜 영어공부를 하시나요?
=거의 모든 회사에서 공인영어성적을 필요로 하고, 인턴을 뽑을 때도 영어성적을 보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학교 졸업할 때도 필요하고. 저희학교는 인문계의 경우 800점 넘어야 해요.
 


-공부 할 만 한가요?
=네, 뭐 열심히 다니고는 있어요(웃음). 매달 꾸준히 시험 보고 있습니다.
 


-영어공부 스케쥴은 어떤가요?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학원가서 2시간 수업 듣고, 학교 가서 5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 신문 스크랩하고 나면 7시쯤. 할 것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는 것 같아요. 
 


-영어공부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몸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데 일단 토익 시험비가 너무 비싸요. 한 번 보면 4~5만원은 깨지니까요.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이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다음 시험을 봐야 해요.  A시험(지난 달에 본 시험) 결과가 B시험(이번 달에 보는 시험) 전날 나오는데 결과를 모르니까 어쩔 수 없이 A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B시험을 등록하고 시험을 칠 수밖에 없어요.
 


-학원비는 얼마인가요?
=300,000원인데 다행히도 책값은 없어요. 휴학하고 하는 입장이라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내 직무와 관련이 있고 쓸모가 있는 게 아닌데 입사할 때 필요로 하니까 일단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왜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영어공부를 하면서 드는 생각을 좀 더 말해주세요.
=기자하는 데 영어점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면 전문 통번역사도 많고 그 사람들 쓰면 되는 거죠. 왜 모든 사람들이 강요당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당장 내가 취직할 때가 되니까 토익이 필요 없다고 욕을 했던 제가 토익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또 사람이 스펙으로 라벨이 붙는다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없이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직장을 구걸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학원에 다니면서 특이사항 같은 것이 있었나요?
=직장인들, 넥타이 메고 오죠. 승진하려고 다닌 데요. 하지만 비상식적인 게, 학원에서는 영어실력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영어시험을 잘 보는 스킬을 가르쳐줍니다. 승진을 위해서, 이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서 영어성적이 필요한데 이 능력은 진짜 능력도 아니고… 웃긴 거죠. part2에서, 의문문으로 물었을 때 yes로 시작하면 답이 아니다. 이게 진짜 영어실력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저도 빨리 원하는 점수에 도달해서 그만두고 싶어요.
 


-그럼 영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영어 학원과 시험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아니 그것보다 우리가 무리하게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다면 악기를 배울 것 같아요. 취업준비생에게 사치스럽긴 하지만 꼭 배워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토익이 아니면 다른 스펙을 준비하고 있겠죠. 자격증이라든가. 역시 영어를 비롯한 스펙이 문제네요(웃음).
 


-그럼 토익을 보지 않는다면 어떤 평가기준이 있을까요.
=취직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는 토익이 아니더라도 공부를 하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히 이 구조가 정상적이지는 않은데, 토익을 없앤다고 하면 다른 시험이 반드시 생길 거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건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죠. 정말 어려운 문제 인 것 같아요.
=사회시스템이 잘못된 것인데 저도 당장은 취직을 해야 하니까 잘못 된 걸 알면서도 따르는 거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직장을 구걸하는 취준생들이라면 더더욱. 


-그와 관련해서 제안하고 싶은 정책 혹은 대선 공약이 있나요?
=크게 관련 있지는 않지만 반값등록금 꼭 실천해주셨으면 좋겠고 건전하고 안정된 일자리 많이 만들어서 우리가 무한경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윤리 말고 철학.
 


-왜요?
=철학은 어려서부터 가르쳐야하는 것 같아요. 사고의 깊이도 생기고. 우리가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지만 왜 하는지는 고민을 하지 않고 하잖아요. 하지만 철학을 통해서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왜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자아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왜 공부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할 줄 모르니까 대학교 와서 전공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뭐 먹고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철학을 통해서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토익처럼, 우리가 대기업을 위해서 스펙을 쌓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영어공부를 하는 이 땅의 대학생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문법을 공부하지 않는 그날까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