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학생과 학생회’ 기획은 과거 8~90년대 사회변화를 주도했던 학생회의 현재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학생회에게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고함20은 본 기획을 통해 학생회가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해 각각 학생회와 비학생회의 생각을 들어보고 문제점을 분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생회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기획은 1부, ‘학생 그리고 학생회’ 2부 ‘학생회와 정치’로 구성됩니다.

1부. 학생 그리고 학생회, 뗄레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 

하나. 학생의 입장 “행사를 위한 행사에 불과하다”

“어느 국립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2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개강파티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라고 귀찮게 하는 학생회 동기들과 선배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1학년 때는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참여했지만, 매번 똑같고 재미도 없는데다가 의미도 찾기 힘든 행사에 굳이 참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체 학생회는 이런 것도 제대로 기획하지 않고 뭘 하는 거야!?'”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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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는 행사를 주최하거나 학생의 편의를 위한 일을 하지 않나요?” 학생회가 하는 일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학번과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답변이다. 답변의 근거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입학 전에 다녀온 새터(새내기 배움터)에서부터 개강/종강총회(혹은 종강파티), 체육대회, 축제에 이르기까지 학부 내 대부분의 행사를 학생회가 기획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관례적인 행사준비와 몇몇 복지 이외에 학생회가 하는 일은 사실상 특별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학생회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회가 없으면 이런저런 일들을 할 사람이 없잖아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학생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앞선 답변과 같이,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생회의 필요성’은 바로 행사/복지를 기획할 주체의 필요성으로 함축된다. 만일 학생회가 행사와 복지를 기획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학생들에게는 행사와 복지가 필요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렇다면 행사와 복지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행사의 목적과 의미도 희석돼

“선후배끼리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학부내의 단합을 다지기 위해서죠” 여러 행사의 목적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사뭇 다르다. 학생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연령/학번의 학생들이 아니라 대부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신입생들이다. “1학년 때는 다들 참여하니까 따라갔는데, 이제는 가도 친한 애들도 없고 굳이 가야 할 필요성도 모르겠어요.”,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쁜데 굳이 시간 내서 가야할 이유가 없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학번으로 갈수록 행사참여율은 급격히 줄어든다.

물론 “대부분의 행사가 지루하고 재미없다. 너무 정해진 관행에 따라 일(행사)을 진행한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단합한다는 명분으로 학생들을 모으지만 매번 뻔한 레퍼토리를 즐기려고 바쁜 학생들이 굳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오고 싶어 할리가 만무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보면 단합과 화합의 행사를 기획하기 위한 ‘학생회의 필요성’이 무색해진다. 학생회가 내부의 단합과 편의를 위한 궂은일을 전담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학생들 스스로가 단합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다가 (굳이 가끔씩 필요하다면 몇몇이 스스로 모일 것이고), 이런저런 편의요구는 행정실에 하면 되는데 왜 학생회가 존재해야 하는가. 굳이 필요도 없는 행사들을 기획하고 자축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둘. 학생회의 입장 “참여는 안하지 말은 않지…”

A양과 같은 과 2학년에 재학하며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는 B군은 요즘 학생회에 대한 회의감에 괴롭다. 풋풋했던 새내기 시절, 나름 학생들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학생회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행사를 기획해왔건만 학생들의 참여는 갈수록 저조하고,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참여도 없는 행사를 이어오다 보니 굳이 학생회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내가 이런 걸 하려고 학생회를 들어왔나 싶기도 했다. “학생회가 있으면 뭐해…”

“항상 열심히 준비하는데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하고 말은 많아요. 돈 받으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걸 해야 하나 회의감도 자주 들죠.” 학생회의 임원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한다. 그러나 그 의도가 온전히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회의를 거쳐 어떤 행사를 기획해내도 학생들은 마음에 들어야 참여하지, 그렇지 않을 경우 학생회는 시쳇말로 뒷담화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학생회가 ‘같은 학생’이 아니라 ‘당연히 봉사해야 하는 학생’인 것처럼 말하는 학생들을 지켜볼 때면, 학생회 당사자들의 마음 한쪽은 불편할 뿐이다. 보람 없는 봉사에 회의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학생회 = 고객센터?!”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보수 봉사’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있죠.”라고 말하는 학생회 임원들의 생각 속에서 학생회는 ‘학생을 위해 무보수로 봉사하는 학생’로 존재한다. 즉 학생회를 ‘학생의 권리를 주창하고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KT 고객센터
KT 고객센터

심지어 ‘학교는 회사, 학생회는 고객만족센터, 학생은 고객’이라고 비유하는 임원도 있었다.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듣고 회사에 말해주는 일종의 통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조금만 다르게 보면 학생회를 굉장히 수동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회에 속해있는 임원의 생각 속에서도, 학생회는 ‘고객센터’로서 불만사항을 보고하되 만일 ‘회사’가 사정이 힘들다는 핑계로 요구를 묵살해버리면 그만인 그런 존재다.

이렇게 학생회에 대한 인식은 학생회조차도 ‘고등학교 학생회’에서 전혀 나아가지 않았다. 그저 불만사항에 대해 소극적으로 요구하고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서라면, 학교에서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불만사항을 선생님께 보고했던 고등학교 학생회랑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무엇인가. ‘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행사’라며 만족하기에는,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 덕분에 의미조차 희석된 행사들이 너무도 많다. ‘학생 자치기구’라고 만족하기에는, 좀처럼 ‘자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학생회가 도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셋. 우리가 생각하는 학생회는?

앞서 살펴보았듯, 학생회 역할에 대한 ‘학생’과 ‘학생회 임원’의 답변의 대부분은 ‘행사와 복지’, ‘편의’와 같은 단어가 주를 이뤘다. 가끔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라는 답변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고객센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여러 의견을 듣다보면 학생회는 ‘학생의 대변자’가 아니라 마치 ‘고객센터’처럼 느껴지기까지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생회가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인가’하는 질문에는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에 비해, ‘학생회가 정치적 존재로써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반응을 고려했을 때, 과연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과 정치적 존재라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정치와 학생회는 관련이 없어야 할까. 학생회가 정치와는 상관없이 그저 고객센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과 현재 학생회의 상황이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10월 23일 내일 2부 [학생회와 정치]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