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학생과 학생회’ 기획은 과거 8~90년대 사회변화를 주도했던 학생회의 현재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학생회에게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고함20은 본 기획을 통해 학생회가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해 각각 학생회와 비학생회의 생각을 들어보고 문제점을 분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생회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기획은 1부, ‘학생 그리고 학생회’ 2부 ‘학생회와 정치’로 구성됩니다.

2부, 학생회와 정치,  

약 1년 전 대학생들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던 ‘반값등록금’ 논쟁이 시들해진 지금, 우후죽순처럼 촛불시위가 일어났던 그 때를 떠올려보자. 적지 않은 수의 총학생회가 당시 시위에 참여했으며, 닭장 같은 차에 끌려가면서까지 반값등록금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다수의 일반학생들에게는 신문에서 수많은 촛불이 흔들리고, 대학생들이 구속되는 것이 먼 나라 일 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정치? 먹고 살 길 찾기도 바쁜데 무슨…

“학생회가 굳이 정치적인 역할을 해야 하나요. 정치와 학생회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학생회에게 정치적 역할까지 바라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학생회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묻자 많은 학생들은 이렇게 답했다. 이 답변은 곧 ‘학생회는 정치적일 필요가 없다’를 넘어, 애초에 ‘학생과 정치는 별로 관련 없다’라는 것을 함의한다.
많은 대학생들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정치적 주체’라는 단어가 자신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끼고 있다. ‘학생도 정치적 주체다’는 사실은 다수의 학생들에게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허상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아주 평범한’ 학생인 것이다. 사실상, 취업을 준비하기도 어렵고, 반값등록금 한 번 실현하자고 집회를 나가자니 시간도 아까울뿐더러 그것이 실현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왜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조용히 학점 채우고, 토익공부나 하는 게 이득일테다.


과거 정치적 각성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두었던 기성세대, 그리고 그런 기성세대에게서 ‘불안감’과 함께 ‘현실’을 물려받으면서, 학생은 점차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그저 취업준비생으로 전락해왔다. ‘학생’ 집단이 정치에서 멀어져 가는데, ‘학생회’ 또한 어떻게 바뀌지 않을 수 있을까. 학생회도 학생들의 요구에 맞추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부적으로 표출하기보다 내부적인 일, 즉 학생들끼리 소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단순 편의 등의 활동을 하는 것에서 그칠 수 밖에 없다.



정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거나 무섭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몇 개월 전 있었던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위해 나서는 것도 일종의 정치지만, 일정한 예산을 가지고 과방에 놓을 소파를 살지, 아니면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지 결정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다. 결국 정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 학생들에게 정치란 ‘학생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일상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하기만 하고, 학생 집단 외부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소극적이라면, 주체성을 잃을 수 있다. 주체성은 말 그대로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이 마땅히 나서야 할 의제에 대해 외면하고, 오히려 나서는 사람에게 ‘현실성 없고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눈초리를 보내게 되면, 누가 ‘우리’를 대변하려고 나서겠는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가 주체적일 수 없다는 것은 몇 가지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컨대 최근 들어 인문학과 통폐합으로 인해 인문학과 대학생들이 학과는 물론 자신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이런 와중에 아무도 학생 스스로의 의견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소신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남이 결정해주는 것에 따라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삶은 결국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올 뿐이다.



학생의 정치와 학생회, 학생 


물론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정치적 인식’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의정활동을 할 수는 없듯이, 학생 또한 정치적 주체로 자신을 인식한다 하더라도 참여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학생을 대변해야 하는가. 답은 학생회다.


학생들에 의해 선출된 회장/부회장을 중심으로 모인 학생회는 학생의 의견을 대변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어떠한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요구하지 않더라도, 학생과 학생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이슈들을 제시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모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8~90년대의 주체적 학생사회를 겪지 못하고 정치적 혐오감과 더불어 수동적 학생회를 주로 겪어온 젊은 세대에게, 학생회의 정치성은 거리가 먼 단어다.


만일 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적이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려 한다면 어떨까. 현 정권은 물론 젊은이의 많은 것을 구속하는 기성세대의 관념이 오히려 학생사회를 존중하고 함께하려는 사회가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