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천번을 흔들리는 청춘인가. 2007년 17대 대선과 2008년 18대 총선에서 20대는 당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주며 ‘무용’하다는 오명까지 얻었던 20대는 2년 만에 흔들림을 보였다. 2010년 지방선거 출구조사(방송3사) 결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각각 34%와 56.7%로 이전 두 번의 선거 양상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듬해 열린 재·보선에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20대는 정치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스윙보터(Swing Voter)로 자리 잡았다. 이번 대선에는 이전 선거들보다 투표율이 높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4.11총선에서 정치권이 단발성 이벤트라도 청년 후보를 내세우고 20대를 위한 정책들을 무수히 발표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20대는 선심성 공약과 이벤트성 행사에 속아 표를 던지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소통과 통(通)한다. 20대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보다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27회에 걸친 청춘콘서트는 20대와의 소통을 증명해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3자대결시 안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47.3%에 달하지만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각각 27.7%, 18%에 불과하다. 20대는 또 이명박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잘못한 것으로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꼽았다.(매일경제, 2012년1월)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약발 안 먹히는 ‘근혜스타일’에 변화 모색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삼자대결에선 2위를 차지했지만 이대로 대선까지 치를 확률은 높지 않다는게 문제다. 양자대결로 가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도 큰 차이로 뒤진다. 8월30일 리서치뷰의 조사결과 박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31.1%, 문 후보와는 29%에 불과했다. 기타 응답이 각각 8.2%와 12%가 나왔지만 이들이 투표소에서 박 후보를 찍을지는 미지수다. 20대와의 소통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의 선출과 안 후보의 출마선언에 앞서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것을 십분 활용했다. 8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토론회에 참여했고 같은 달 26일에는 홍대앞에서 열린 프린지페스티벌에 참석했다. 9월 3일에는 한양대 잡 페스티벌에 갔으며 9월9일엔 고양원더스 야구단을 방문했다. 그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빨간 파티’다. 2030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자택까지 개방하는 것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이미 10월 1일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이 주도하는 ‘빨간파티 in 서울’이 신당동에서 열린 바 있다.

말춤을 추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 뉴시스

박 후보 측 인사는 지난해 11월 23일 한남대, 대전대에서 이뤄진 학생들과의 간담회가 끝난 후 귀(경청)와 수첩(기록)을 활용하는 ‘박근혜식 만남’을 계속해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연자 주도로 이루어지는 안철수 후보의 청춘콘서트와 차별화를 하겠다는 얘기다. 당초 반값등록금토론회에서는 축사만 할 예정이었으나 총학생회장들의 질문을 받느라 30분을 더 머물기도 했다. 반값등록금이 당론이라며 원칙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박근혜 스타일’에 20대들이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원칙을 강조하고 간결한 어법을 사용하는 박 후보의 특성 탓에 젊은 세대들이 감정적으로 다가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 후보 자신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홍대 프린지페스티벌에서는 대학생들과 함께 팥빙수를 먹고 밴드공연을 관람하는 등 취미를 공유하는 면을, 한양대 잡페스티벌에서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스킨쉽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싸이의 말춤도 췄다. 그동안 보여온 박 후보의 면면을 고려하면 큰 변화라는 평가가 보인다.

 

‘말 대신 행동으로’ 문재인, 하지만 부족한 알맹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보다 앞서 말춤을 췄다. 8월 13일 명동에서다. 7월 8일에는 고양 원더스 야구단을 방문해 직접 타석에 서고 선수와 캐치볼을 했다. 야구 경기 관람만을 계획하거나 강단에 주로 섰던 박·안은 물론 역대 대선후보들과도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이게 문재인식 소통 스타일이라면 과장일까. 말보다 행동으로 소통하려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9월 28일에는 훈련병 체험을 하기도 했다. 단순히 군부대만을 방문한 박 후보, 군생활을 ‘고문’과 ‘공백기’로 표현(자서전)한 안 후보와의 차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의 행보에서도 문재인스러움이 드러났다. 특히 7일에 있었던 2030과의 대화에서는 대통령 취업 준비생으로 변신해 고졸 구직자, 취업준비생, 학자금 대출자, 대학생 자취생, 사회적 기업 대표, 생애 첫 투표자 등 6명의 면접관 앞에 섰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소통의 근간인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20대들과 가장 가까운 방법을 취한 것이다.

면접대상자가 된 문재인 민주당 후보 ⓒ 뉴시스

 

강연이나 간담회, 토론회도 가졌지만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퇴색된다. 6월 8일 모교인 경희대에서 열린 광장토크에 민생공약실천특위 ‘좋은 일자리본부’ 본부장 자격으로, 7월 12일에는 민주당 대학생 정책자문단과의 토론회(국회)에 참여해 일자리, 등록금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밝혔다. 7월 17일에는 제주대서 있었던 간담회에 참석,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이력서에서 학력을 지우는 블라인드 채용제와 서울대 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말이 행동을 따라 오지 못했다.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내용’의 문제다. 말을 사용하는 자리에서 문 후보는 지나치게 점잖고 내용은 뻔하다. 사실 블라인드 채용제를 제외하면 특색이 없고 당론에 그치는 얘기들이다. 스코어가 뒤지면 비슷한 부분도 약점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단일화 경쟁자인 안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뒤져 있는 문 후보가 이슈선점을 못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13일 열린 대학생 언론인들과의 ‘청춘토크’를 취재한 기자 역시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라는 평가도 잇따랐다.

 

‘내가 제일 잘나가’ 안철수, 가는 방법이 너무 비슷해
안철수 후보의 상징이자 가장 큰 자산이 된 ‘청춘콘서트’는 20대와 소통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나 방송인 김제동 같은 유명인들의 강연에 가까운 청춘콘서트가 20대에게 와 닿은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목적이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정치 환멸의 반사이익을 안 후보가 본 셈이다. 거기다 27회라는 횟수는 박·문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숫자다. 20대가 박근혜, 문재인 후보보다 정치 신인 안철수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다. 자신들과 가장 많이 소통한 안 후보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먼저 해결해줄 거라 믿고 있다는 얘기다.
청춘콘서트의 일정은 2011년 5월 22일부터 9월 9일까지였다. 안 후보는 청춘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이와 비슷한 대학 강연회를 주기적으로 가져오면서 정치 참여 의사를 시사하고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면서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정치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힌 올해 3월 27일 서울대 강연을 시작으로, 4월 3일 전남대, 4일 경북대에서 각각 ‘광주의 미래, 청년의 미래’, ‘안철수 교수가 본 한국 경제’를 주제로, 월 30일에는 부산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부산대 강연에서의 안철수 무소속 후보 ⓒ 머니투데이

 

대선후보 출마 선언 후에도 안 후보는 주로 강연을 통해 20대들과 만났다. 10월 5일 우석대, 8일 대구대, 11일 청주교대의 초청을 받아 들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던 게 그 예다. 4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지역현장 청년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11일 스리랑카에서 코이카 청년봉사 활동 중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청년들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기도 했지만 강연에 비하면 비중이 크진 않았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안 후보가 소통에서 보여주는 특징은 자신이 참여했던 청춘콘서트나 강연에서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 사회 진단과 정책 방향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의 스토리텔링이 청춘콘서트와 지속적인 강연을 거쳐 누적되면서 안 후보만의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안 후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도 여기다. 일방향성 소통 방식의 강연에서 안 후보가 20대의 목소리를 깊이 들을 수 있었는지, 그 목소리를 냈던 청중이 20대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지, 안 후보가 20대를 얼마나 이해했는지 등이 그의 소통이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들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대들, 쌍방 소통이 필요해

소통(Communication)은 ‘나누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mmunicare’가 그 어원이다. 나눔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자신이 말하고 행동한 것을 상대방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일방(一方) 소통보다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쌍방(雙方) 소통이 더 본질에 가까운 까닭이다. 만약 대선후보들이 보여주기식 소통에만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귀담아 들어야하는 얘기다. 인터넷 등 IT기술에 익숙한 20대들은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불편해하고 거기에서 거부감을 느낀다.
사실 세 명의 대선후보들은 20대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들이다.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연애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즉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20대들의 삶을 이해하기엔 너무 일찍 태어나고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세 후보가 이 세 가지를 포기하게 만드는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집값 그리고 취업난에 따른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소통은 그 간극을 줄여주는 동시에 20대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