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여러 장의 가짜 원서를 만들어 한 대기업에 지원한 사건은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 활동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진은 연구 참여 조교의 친구 사진에 안경 등을 합성하는 식으로 조작해 다르게 보이게 했고 주민번호 등 기타정보는 실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용했다. 현대차그룹은 비슷한 얼굴의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다른 이름과 주민번호, 이력으로 계열사별로 8개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신고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이를 주도한 교수가 경찰에 전화해 연구임을 밝히고 23일 자진 출석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업무방해죄 등 법적 분쟁 요소는 있어 연구진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기업과 취업준비생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줬지만 연구진도 칭찬 받을 점은 있다. 청춘들에게 부담을 넘어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는 취업을 과학적인 방법론을 적용해 연구하려 한 덕분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높은 스펙이 과연 취업에 정말로 유리한가를 알아보는 데 있었다. 같은 자기소개서에 다른 이력을 적어 넣어 보다 좋은 스펙을 가진 지원자의 합격률이 더 높은지 알아보려 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펙이라 일컬어지는 학점과 토익 인턴 경험, 해외연수 등이 취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연구가 수월하게 진행돼 공신력 있는 성과를 냈다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지표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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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사건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다른 곳에 있다. 경찰은 취업 컨설팅업체가 한 짓이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서류 심사기준을 알아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기업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은 보통 1차 서류심사로 지원자들을 거르고 인적성과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식이다. 그런데 적은 모집인원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면서 서류심사를 통과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라는 소리마저 들린다.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컨설팅업체라면 심사 기준을 확인하고 싶었을 법 하다. 문제는 컨설팅업체의 존재다. 인터넷에 검색되는 취업 컨설팅업체 수는 35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스펙을 쌓고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확실하게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도 반성이 필요하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가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자원봉사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비슷한 자기소개서가 여러 개 발견된다”며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데 공식대로 업체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면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말인가. 하긴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쉽게 취업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 없다. 스펙은 이미 모든 희망자가 갖춰야 할 하한선이 돼버린 실정인 탓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를 기본으로 갖추지 않은 지원자는 선발하지 않고선 남과 다른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축구경기에서 공격수 박주영 선수와 미드필더 기성용 선수에게 같은 수의 골을 넣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채용기준을 공개하든 그 기준을 바꾸든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구글 등 외국기업 사례를 참고하면 이는 결코 기업에게도 나쁜 변화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