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스포츠에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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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훈련원인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이 개소하였다. 이전에는 마땅한 훈련 공간이 없어 각 종목마다 따로 훈련을 했지만, 훈련원이 문을 열면서 선수들이 번듯한 공간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훈련원에는 첨단 훈련시설이 들어섰고 선수들을 지원할 인력도 상주하고 있으며, 훈련 프로그램과 식단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갖추었다. 훈련원을 이용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전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대우도 좋아졌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이후 장애인과 비장애인 메달리스트 간 연금 수령액이 같아졌다. 비장애인 선수들의 60~80% 수준의 금액이 지급되었던 이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번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월 100만원이 주어지며, 은메달리스트에게 월 75만원, 동메달리스트에겐 월 52만 5천원이 주어진다. 연금 대신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순서대로 6000만원, 3000만원, 1800만원을 받는다. 지난 베이징 패럴림픽에 비해 연금 및 포상금 금액이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운동을 계속하기 어렵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심지어 선수들이 그 동안 쭉 해 오던 운동을 그만두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대회와 대륙대회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고 메달을 따도, 연금점수가 쌓이지 않아 당장 먹고 살 돈을 벌기에도 벅차다. 한국 장애인스포츠,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고함 20>에서는 장애인스포츠기획 마지막 순서로 한국 장애인스포츠에 여전히 남아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짚어 보았다.




나갈 수 있는 대회가 한정되어 있으니……올림픽 한 번 나서기도 어려워




  패럴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일정한 랭킹점수를 쌓아야 한다. 랭킹점수를 쌓기 위해서는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와 전국장애인체전 등 국내대회에 참여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 선수들은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랭킹점수 자체를 쌓기가 쉽지 않다. 대회에 나갈 기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패럴림픽 참여 최저랭킹점수를 80점에서 130점으로 높이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선수들의 참가를 지원하는 대회로는 패럴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지역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이 있다. 패럴림픽을 제외하면 지원을 받아 참가하는 대회가 3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최근 랭킹점수가 높아져 이 3개만으론 최저점수에 다다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준영 한국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쿼터가 80점이었을 때는 세계선수권에서 한 번 1등 하거나, 아시안게임과 지역선수권대회에서 1등 한 번씩 하면 패럴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저기준이 130점으로 오르면서 수많은 선수들이 쿼터 획득을 위해 사비를 들이거나 융자를 받아 대회를 나간다”고 말했다. 협회 측에서 지원하는 대회가 한정적이다 보니 선수들이 사비로 대회에 참가하는 일도 많으며,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은 돈을 빌려서 대회에 나간다. 최악의 경우 돈이 없어 대회에 나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기를 쓰고 패럴림픽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그것이 협회로부터 연금을 받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현 연금 제도에서 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누적 연금점수 110점을 받거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 연금점수가 110점을 초과할 경우 여기에 150만원의 일시장려금을 지급하며, 연금점수가 20점~100점 사이인 경우는 10점 당 액수를 정해 점수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그러나 연금점수가 적립되는 대회는 패럴림픽과 농아인올림픽대회, 단 두 개에 불과하다(금메달 90점, 은메달 30점, 동메달 20점). 그나마 농아인올림픽대회는 참여 대상이 청각장애인으로만 제한된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 패러게임, 지역선수권 등에서 아무리 메달을 따도 연금점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선수들로서는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패럴림픽에 나가기 위해선 또 일정 랭킹점수를 쌓아야 한다. 결국 정기적으로 연금을 받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큰돈을 들여 여러 대회에 나가 랭킹점수를 쌓고,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은 연금제도에 대한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패럴림픽과 농아인올림픽에만 연금점수가 적용되는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 요청이 있을 예정이다”며 “세계선수권대회,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동일한 연금점수를 적용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이것이 어려울 경우 패럴림픽과 농아인올림픽 연금점수의 50%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참고로 현재 장애인체육 관련 제도 개선을 총괄하는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전체 1%만 실업팀 소속……마음 놓고 운동할 기반이 매우 부족해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소속된 팀이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팀으로부터 훈련 지원금, 월급, 훈련 시설 등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다른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래서 실업팀 소속 선수는 현 제도 하에서 연금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하지만 등록된 장애인 선수 숫자에 비하여 실업팀의 숫자는 태부족한 실정이다. 2012년 9월 현재 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실업팀은 30개로, 이 팀에 속한 선수들은 127명이다. 반면 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무려 1만 2943명이다. 99%에 달하는 선수들이 소속팀이 없는 것이다. 연금을 받기 위한 점수를 쌓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소속팀 없는 선수가 절대 다수이다 보니 장애인 선수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 체육계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마저 실업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 이번 런던 패럴림픽까지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보치아 종목에는 실업팀이 아예 없다. 보치아 국가대표 김진한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보치아와 같은 효자종목이 실업팀이 없다는 것 자체가, 정부에서는 보치아를 스포츠로 보지 않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장애인 육상도 마찬가지다. 한국 장애인 육상은 패럴림픽의 ‘효자 종목’ 중 하나이지만 변변한 실업팀 하나 없어 선수들이 훈련에만 신경을 쏟지 못한다. 심지어 런던 패럴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차지하고, 장애인체전에서 9회 연속 3관왕에 오른 한국 장애인육상의 스타 전민재 선수마저도 실업팀이 없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 선수들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 운동과 생업을 병행하거나, 운동을 그만두고 생업에 종사한다.




 
지난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 3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MVP를 차지한 전민재 선수


  현재 장애인 체육 관련 실업팀을 두고 있는 기관으로는 강원도청(아이스슬레지하키, 사격), 대구시청(탁구), 부산시청(역도), 충북도청(사격, 수영) 등이 있다. 전북, 전남, 경북, 경남에는 아직 장애인 실업팀이 하나도 없으며 민간기업의 실업팀 창단 역시 매우 드물다. 장애인 관련 체육대회의 개최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실업팀 창단을 통한 대외 홍보 효과가 미흡하다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기업과 지자체의 실업팀 창단 의지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나마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지행한 장애인스포츠 실업팀 창단 지원 사업 등으로 인해 최근 들어 신생팀이 제법 생기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장애인 체육의 규모에 비하면 실업팀 개수는 매우 적다.




장애인스포츠에 대해 사회적으로 미흡한 지원과 인식






  이렇다 보니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생활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런던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 88명 중 33명이 무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한 프로팀이나 실업팀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다른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중 13명은 기초생활수급자다. 엄연한 엘리트 운동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데에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인도 크게 작용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두 가지 요인을 빼 놓고선 장애인 스포츠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족이다. 특히 기업과 지자체의 지원이 소극적인 편으로, 일반 스포츠에 대한 지원에 비하면 매우 적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런던 패럴림픽,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실업팀 창단 지원 사업 등으로 인해 서서히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 런던 패럴림픽을 후원한 기업 및 기관으로는 신한은행, 동아오츠카, 한돈, 한국청과, 스포츠토토, 장수돌침대, 중소기업중앙회 등등이 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5개 기업이 후원한 것과 비교하면 후원기업이 많이 늘었다. 또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2006년 공식 후원 사업을 시작한 이래, 기업과 기관 등으로부터 지급되는 후원금도 꾸준한 증가 추세다. 2010년 170여 억 원, 2011년 230여 억 원의 후원금이 들어옴으로써 점차 기업들의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기업의 지원이 금전적 측면의 지원에 치중해 있으며 상당수가 일회성 지원이라는 것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장애인스포츠는 패럴림픽 등의 이벤트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업 역시 패럴림픽 즈음에 맞춰 지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실질적으로 장애인 선수들이 보다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실업팀 창단, 연금 지급 등과 같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과 기관은 많지 않다. 현 국민체육진흥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근무하는 직장인이 천 명 이상인 공공기관과 공공단체는 한 종목 이상의 운동경기부를 설치 및 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실업팀은 거의 없다. 일반 실업팀 대신 굳이 장애인 실업팀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조만간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여 공공기관 및 단체의 장애인스포츠 실업팀 창단을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 법안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반드시 장애인체육 실업팀을 운영하지 않아도 무방한데, 이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측은 “장애인스포츠 실업팀 창단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혜택 부여와 정부 차원에서의 각종 홍보를 적용할 것이고,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 경영평가 등에 가산점을 매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꼽을 수 있는 건 국민들의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국민들이 장애인 스포츠에 큰 관심을 가진다면 기업의 장애인 스포츠 후원과 실업팀 창단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고, 국가의 장애인 체육에 대한 지원 역시 보다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 부족으로 인해 장애인 스포츠의 가장 큰 축제인 패럴림픽조차 지상파 생중계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런던 패럴림픽을 전환점으로 삼았다. 유명 아이돌 스타인 제시카(소녀시대), 크리스탈(에프엑스)를 런던 패럴림픽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보다 탄탄히 했다. 한국 대표팀의 패럴림픽 선전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이끌려는 움직임이다. 패럴림픽 중계도 다양한 경로에서 실시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운영하는 코사드TV(www.kosad.tv)와 네이버에서 생중계를 했고, 비록 생중계를 하진 않았지만 KBS와 SBS에서 당일 패럴림픽 경기 하이라이트를 2시간 동안 방송했다. 


지난 8월 있었던 '런던 장애인올림픽대회 대한민국 대표선수단 결단식'에 참여한 제시카와 크리스탈 ⓒMK 스포츠





  다만 장애인체육계의 장애인체육에 대한 홍보가 아직까지 패럴림픽 등 대형 이벤트 행사에만 머물러 있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 스포츠의 전반적인 관심 및 인식 향상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장애인연맹(DPI) 정지영 사무국장은 “일반인들이 장애인 체육 자체에 대한 친근함을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장애인 생활체육시설을 장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울러 패럴림픽 등 장애인 스포츠를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해야 한다. 인터넷 생중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것들이 뒤따라야 장애인 스포츠 대회가 더 이상 ‘장애인들만의 잔치’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상만 차장 역시 “장애인체육의 발전을 위해선 언론의 지속적 관심과 홍보, 그리고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장애인 체육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도 엄연한 운동선수이며, 국가대표이다. 이들이 받은 메달, 이들이 하는 운동, 모두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장애인 선수들은 지원 부족, 관심 부족, 안정적인 기반 부족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어려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자가 3개의 기사에 걸쳐 패럴림픽과 한국 장애인 스포츠를 짚어본 이유는, 현재 장애인 선수들이 받는 대우와 관심이 그들의 땀과 눈물에 비해 너무도 미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사격 국가대표 박세균 선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난 다음부터 표정이 달라지는 장애인들이 많다. 운동을 통해 목표가 뚜렷해지니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 선수들에게 이미 운동은 삶의 이유가 되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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