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흔히 20대를 수식하는 단어 중 하나다. 각종 매체들은 끊임없이 20대에게 도전을 권한다. 20대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도전은 어느새 청춘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미덕이 됐다. 그래서 일까. ‘도전’은 누군가에겐 좋은 포장지가 되기도 한다.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에 억지 기승전결을 부여하여 그럴듯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도전’이라는 단어는 오용 혹은 남용되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진짜’가 빛나는 법이다. 윤승철씨(23)는 사막 마라톤 그램드 슬램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막 마라톤은 6박 7일동안 자신이 먹을 식량과 침낭 등을 메고 250km를 달리는 경기다. 지금까지 사하라 사막, 아타카마 사막, 고비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총 750km에 이르는 거리다. 이번에 달릴 남극 마라톤을 완주하게 되면, 세계 최연소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오는 10월 28일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한 번 더 도전한 뒤 11월 16일 남극으로 떠날 예정이다. 


햇볕이 따사로운 오후, 충무로에서 윤승철씨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고 짐을 챙겨 새벽 1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8시간 전이다. 마라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두근거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 모습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그의 말에 굳이 도전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행복한 에너지가 보는 사람마저 설레게 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윤승철이라고 합니다. 동국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어요. 글 쓰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했던 전공이었죠. 지금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일인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어요.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하고 자려고 누워도 가슴이 두근거려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예요. 지금까지 그런 느낌을 들게 한 것은 사막 마라톤 밖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Q.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극한 스포츠에 도전하는 사람’을 소재로 소설을 쓰려고 극한 스포츠의 종류를 찾아보다가 사막 마라톤을 알게 됐어요.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이거다,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중학교 때 다리를 다쳐서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오래 달리기나 심한 운동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준비하는 데 몇 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연습해서 언젠가는 꼭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막 마라톤에 참가하려면 휴학을 해야 하고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당장 해야 할 이러저러한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이런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고, 그냥, 정말, 가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3년 동안 꾸준히 준비를 한 끝에, 작년에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게 됐어요.



Q. 지금까지 ‘이집트 사하라 사막,’ ‘칠레 아타카마 사막,’ ‘중국 고비 사막’ 세 개의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셨어요. 각각의 사막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작년 10월 이집트 사하라 사막, 올해 3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 올해 6월 중국 고비사막을 완주했습니다. 먼저 사하라 사막을 말씀드리면, 사람들이 ‘사막’하면 떠올리는 그런 모습의 사막이에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아무 것도 없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타카마 사막은 세 개 사막 중 가장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암반지대나 뻘밭같이 발이 빠지는 지형도 있고, 소금 사막과 연결되어 있어서, 중간에 모래 가 아니라 소금만 깔려 있는 지형도 있어요. 또 달의 계곡이라는 지형도 있었는데 매우 기괴하게 생긴 암벽이에요. 나사 달 착륙 비디오를 여기서 찍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을 정도로, 마치 달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죠. 마지막으로 고비사막은 마치 ‘공사장’같았어요. 황무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하라는 (사막 풍경에) 감탄하면서 달렸고 아타카마는 다양한 모습의 환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고비 사막은 달리는 데 큰 재미는 없었어요. 그래도 현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마라톤 코스가 신장 위구르족이 사는 중국 서쪽의 마을을 지나서 현지인들과 만날 수 있었죠.



Q. 사막 전문가가 다 되셨네요(웃음). 세 번의 사막 마라톤을 경험하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 때 그런 순간들이 몇 번 있었어요. 아무래도 처음 경험했던 대회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한 번은 길을 잃은 적이 있어요. 마라톤 구간에는 방향을 지시해주는 작은 깃발이 꽂혀 있어요. 깃발이 200m, 250m 정도의 간격으로 꽂혀 있어서 길을 잃을 일은 거의 없죠. 그런데 가끔 사막의 열기에 무아지경으로 뛰다보면 깃발이 보이지 않거나, 깃발이 쓰러져 있거나 모래에 묻힐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모래에 찍힌 앞 사람 발자국을 보고 가게 되요. 그땐 그 발자국마저 안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완전 다른 길로 가버린 거예요. 처음에는 잘못된 길인 지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누군가가 뭔가를 자꾸 흔드는 거예요. 처음에는 반가움의 표시인 줄 알았였는데 (웃음) 알고 보니 뒤에 따라오던 다른 마라토너가 길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 거였죠. 그 친구가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알려주려 일부러 저를 쫓아 온 거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찔한 순간이에요.


Q. 얘기를 듣다 보니, 사막 마라톤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달리게 되는 건가요?


예전에 한 선수가 죽은 적이 있었다곤 해요. 하지만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몸이 마라톤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급작스레 도전을 한다’거나, ‘초반에 오버페이스 한다’거나 하는 문제만 충분히 해결한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생각해요. ‘목숨 걸고 한다’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RacingthePlanet

Q. 달리다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으셨나요?


포기하고 싶은 적 정말 많았어요. 매번 포기하고 싶죠. 그럴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게 되요. 다른 선수들을 보며 힘을 얻는 거죠. 한 번은 60대 할아버지와 마주쳤어요. mp3로 노래를 크게 들으면서 뛰고 계셨는데, 그 할아버지가 지나가면서 “괜찮냐”고 웃으며 물어보셨어요. 그 할아버지께서 “하고 싶은 것을 해서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요. 예전부터 간절히 마라톤을 뛰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한데,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연로하신 할아버지도 저렇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뛰시는데, 내가 포기해도 될까’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할아버지 외에도 다리를 절어서 스틱을 잡고 뛰시는 분도 있었고, 물집이 너무 심하게 잡힌 선수들도 있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지금 포기한다면 후회할 것이고 다음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쉽게 포기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Q. 그렇다면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마라톤을 뛰기 위해서 오랫동안 연습한 끝에 도전했고, 완주할 수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일단 시작하고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걸리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뿌듯해요.



Q. 작년 사하라 사막, 올해 아타카마 사막, 고비 사막, 이 세 번의 마라톤을 완주하시면서 스스로에 어떤 변화가 생기시진 않으셨는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제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문제지, 어떤 일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마라톤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주저했다면,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처음에 마라톤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또 걱정했어요. 어렸을 때 다리를 다쳐 성장판도 닫히고 발도 평발이었죠. 돈도 부족하고 시간도 없었어요. 걸림돌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오랜 시간 연습을 해서 결국 완주해냈던 것처럼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면 할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도 그런 변화를 많이 느껴요.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저를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지금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말 많은 응원을 해줬어요. 오래된 친구들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도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줬죠. 다른 나라에서 편지를 써서 보내거나 응원 영상을 찍어 보내준 친구도 있었고요.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분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응원 메시지를 남겨주기도 했어요. 이번 소셜 펀딩에 참여하셨던 분들도 절반이 모르는 사람이었죠.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또 ‘다른 누군가가 도전하면 나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겠다’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 것들을 매번 도전을 거듭할수록 더 많이 느끼게 되요.



고비 사막 마라톤에서 ⓒRacingthePlanet

Q.  이번에 남극 마라톤에 도전하신다고요. 남극 마라톤은 어떤 마라톤인가요?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남극 마라톤은 남극에서 6박 7일동안 250km를 달리는 마라톤이에요. 다른 마라톤 같은 경우는 종단이나 횡단을 하는데, 남극 마라톤은 250km를 서킷 형식으로 달리게 되요. 위험한 지형이 많다보니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지형만을 돌면서 250km를 채우는 거죠. 하루에 40~50km를 뛰고 배에서 자는 형식이에요. 남극 마라톤은 사막 마라톤 대회 중 두 개 이상 완주를 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고, 참가비용도 비싸요. 그래서 참가 인원이 적어요. 전세계적으로 60명 정도예요. 후일담을 들어보면, 달리면서 빙하도 보고 펭귄도 본다고 하더라고요. 달리다가 멈춰서 펭귄이랑 사진도 찍는다고도 하고요. 달리는 거에만 매진하는 게 아니라 또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남극 마라톤은 흔히들 마라톤보다 마라톤 장소로 가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아요. 일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서른 시간 비행기를 탄 뒤, 국내선을 타고 아르헨티나의 가장 끝 지점인 우수아이아에 가야해요. 거기서 또 배를 타고 이틀을 더 들어가야 마라톤 장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남극 마라톤을 완주하셨던 한국분을 만났는데, 되도록 경유하지 말고 편한 비행기로 끊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학생이다 보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아르헨티나 까지 한 번 경유해도 될 것을 세 번 경유하는 티켓을 끊었죠. 한국에서 벤쿠버, 토론토,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Q. 사막 마라톤에 참여하려면 엄청난 경비가 필요해요. 이번 남극 마라톤의 경우 모두 17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앞서 완주했던 마라톤의 경우, 스폰을 구하려 노력했어요. 제안서를 만들어서 기업, 학교, 관공서, 학교 선배 등 100여 곳을 돌아다녔어요. 처음에는 제안서 만드는 것도 생소했죠. 나중엔 50번쯤 넘게 찾아가다보니 노하우도 생겼어요(웃음). 어떤 태도로 윗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제안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보기 좋은지, 양식이나 간격 같은 것까지도요. 결론적으로 세 번째 마라톤까지 참가비 부분에선 재학 중인 동국대학교에서 지원을 받았고, 마라톤에 필요한 장비나 물품은 밀레에서 제공받았어요.
 
이번 남극 마라톤은 참가비는 1350만원 정도, 비행기값은 350만원정도 들었어요. 이번 마라톤도 처음에는 스폰을 구하려했지만, 기업 사업이 좋지 않다보니 거의 대부분 거절당했어요. 그렇담 차라리 내가 모으자 싶어서 소셜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펀딩하면서 400만 원 정도의 자금을 모았어요. 또 언론보도를 보고 모르시는 분이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주셔서 도와주시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손미나 아나운서께서 백 만원을 후원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마라톤 참가비와 항공료까지 모을 수 있었어요. 결국 남극 마라톤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펀딩으로 모은 셈이에요. 이번 펀딩을 통해서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어요. 나중에 다 갚아 드려야죠(웃음).


소셜 펀딩 사이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도전을 후원해주신 분들께 드리는 리워드들이 있어요. 돈으로 보답하는 것보다는 나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들로 보답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 만든 거예요. 예를 들면, 묻고 싶은 기억, 묻고 싶은 편지, 등이 있다면 그걸 제가 남극에 묻고 인증 영상을 찍고 위도와 경도를 가르쳐 드리는 거죠.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어요. 그 중에는 지금 사귀고 있는 커플이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부탁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결혼해서 신혼여행가면 찾으러 간다고요. 또 예전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를 묻어달라고 하신 분도 계셨죠. 이것뿐만 아니라, 제가 직접 제작한 엽서를 남극에서 보내드리거나, 남극의 물을 담아서 주는 것도 있었어요.



Q.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사람은 11명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남극 마라톤을 완주하게 되면 “세계 최연소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시게 되요. 남극 마라톤을 앞두신 기분이 어떠세요?


네 번째 도전인데도, 아직 실감이 안나요. 비행기 타도 그럴 것 같아요. 아마 내려서 비행기와 공항을 잇는 다리쯤에서면 실감이 나지 않을까요? 타국에 도착해서 비행기 문을 나오면 그 나라의 온도와 습도가 느껴지잖아요. 그 때에는 실감이 날 것 같아요. 


Q. 남극 마라톤을 완주하시면 최연소 그랜드 슬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시게 될 텐데요. 혹시 그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편으로는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권을 공부해보고 싶어요. 도전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잖아요. 심해 몇 미터 잠수를 하거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도 도전일 수 있지만, 지금 제게 다음 도전은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거예요. 이전까지는 경제나 금융에 대해 잘 몰랐는데, 금융 분야의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도 하면서 이쪽 분야에 대해서도 배워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음엔 어떤 것에 도전할 거냐고 많이들 물어봐요. 처음에는 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안나푸르나를 간다고 해야 하나, 히말라야를 오른다고 해야 하나 고민했죠(웃음). 물론 가고 싶어요. 하지만 진짜 가고 싶은 거라기보다는, 언젠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더라고요. 생각하면 할수록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도전이 아니었죠. 현실적으로 평범한 대학생의 입장에서 하는 또 다른 도전이라면 전공과는 다르지만 하고 싶은 거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어요.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에서ⓒRacingthePlanet

Q. ‘20대와 도전’에 대해서 질문을 드릴게요. 흔히들 20대를 설명하는 데에 ‘도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곤 해요. 요즘들어 도전이란 단어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별 것 아닌 일에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니까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도전이라고 해서 꼭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것도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겐 걷는 게 도전일 수 있겠죠. 그리고 전혀 뜬금없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도전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런데 다른 또래 친구들이 뚜렷한 동기나 의지 없이 ‘공모전에 당선된 게 나의 도전이었어.’나 ‘봉사활동이 또 다른 도전이었어.’같은 말을 할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해요. 그 중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도전들이 많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 자기만족이라 생각해요. 자기만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 진짜 도전이라 생각해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도전을 통해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누가 물어봐도 정확히 대답할 수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래서 이게 도전이라는 거구나’하고 공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당장 취업을 생각해야 하는 20대는 도전이라는 단어와 거리감을 느끼기도 할 것 같아요. 당장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도전하기 벅차게 느끼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환경이란 것 자체가 모두가 만족할 때가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돈이 있지만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우리 나이 또래들은 ‘시간은 있어도 돈이 없다’라고 말하죠.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도전하는 데에 있어 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완벽할 때 까지 기다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저는 제가 다리를 다쳤지만 연습을 했고, 알바를 해도 모을 수 없는 큰돈을 모아 마라톤에 도전했던 것처럼,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경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이 한 순간에 바뀌길 바라면서 현실을 원망하기 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 환경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Q. 보통 대학생들은 취업준비에 바쁠 때예요. 토익점수 따고, 각종 대외활동을 하면서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고 있는 게 대부분이죠. 그런 면에 있어서 특별히 불안을 느끼시거나 하진 않나요?


불안하진 않아요. 저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그냥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해요. 한번은 친구들한테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제대로 대답하는 친구가 별로 없더라고요. ‘무엇을 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그걸 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고, 뭘 할 거냐’라는 물음에 명확히 대답하는 친구도 별로 없었어요. 그냥 막연하게 ‘기업에 들어가야지’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어떤 일을 하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가 ‘그게 스펙이 되냐, 그걸 하기엔 너무 늦지 않냐’고 해도 스스로 즐겁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펼치고 공부하는 사람을 비판하고 싶지 않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면 컴퓨터 자격증을 따야겠죠. 만약 핸드폰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우니 회사에 들어가야 할 거고,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선 토익이 필요하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토익이 필요하다면 토익을 공부해야죠. 그런 걸 무조건 스펙 쌓기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과정이라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자기 계발서 같은 걸 보면 무작정 토익을 접고 여행을 가고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간절하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왜 토익을 공부하냐’고 물었을 때, 이 토익이 자기 꿈을 이루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친구들을 스펙쌓기라고 비판해선 안 돼요.  그게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면 스펙이라고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거죠.



Q. 반대로 요즘 도전도 하나의 스펙이라고 하죠. 일부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기도 해요. 승철씨가 하신 도전이 반대로 생각하면, 또 다른 스펙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처음에 전혀 그럴 거라는 생각도 못했어요(웃음). 그냥 처음엔 6개월 투자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요즘에는 ‘아, 이게 나만의 스펙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했듯, 스펙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자기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면 필요한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매우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했고, 남들까지 인정해주니까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면 자기에게 더 큰 의미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Q.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신가요?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과 적성을 연결시켜 진로를 정하셨는지 궁금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환경이란 게 완벽하지 않잖아요. 마라톤만 도전하고 싶다고 해서 도전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졸업 후에도 (그런 도전을 하려면) 직장을 다니지 않는 상태에서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제약을 받겠죠. 그리고 도전이란 게 거창한게 아니잖아요. 아직 입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전 기업에 들어가서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행 작가나 마라토너같은 직업도 그 직업에 맞는 또 다른 도전 거리를 찾아볼 수 있겠죠. 입사를 하든 프리랜서가 되든, ‘이때까지 이러한 것들을 했으니 더 큰 걸 해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어요. 그 상황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면, 그 상황에 맞는 도전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차기 정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나 공약이 있으시다면?


너무 무분별한 복지 정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저소득층에 대한 기준 자체도 너무나 다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상당히 많죠. 그런 부분을 정비할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산층을 생각할 때 ‘몇 평 아파트,’ ‘몇cc 자동차’와 같은 경제적인 기준을 떠올리는 게 보통이에요. 하지만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남을 도울 수 있느냐, 악기를 다룰 수 있냐’ 등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요. 프랑스 같은 사회가 되기 위해선, 먹고 살만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복지정책이 구체적으로 확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반값등록금이나 경제민주화 등 다들 여러 공약을 제시하시잖아요. 그런데 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것을 하겠다는 약속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을 약속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만약 자신이 정말 그 공약에 소신이 있다면 사임을 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은 국민의 신뢰를 얻겠죠. 남극 마라톤 끝나고 더 있다 올 수 있는데, 대선이 있어서 그 전에 귀국하려고요. 소중한 한 표 행사해야죠(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소셜 펀딩에서 약속드린 리워드 중에 5만 원 이상 후원해주신 분들 이름을 가방에 이름표로 달고 뛰겠다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후원해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가방에 다 붙일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웃음). 혹시나 안 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웃음) 완주하고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