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다.” 건국대가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1박2일 심층 면접을 하고 있다는 방송뉴스를 접한 친구의 말이다. 한창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 친구는 건국대의 면접 방식이 기업 신입사원 공개채용 면접과 흡사하다고 했다. 건국대는 수험생의 자기추천서 등의 서류가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1단계 개별 면접을 시작으로 2단계 30분간의 집단토론 면접, 3단계 전공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는 발표 면접을 거쳐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를 통해 인성과 적성은 물론 소통능력과 사회성,잠재성까지도 알 수 있다는 게 건국대의 얘기다. 착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면접대상자들이 대학생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갖고 있는지를 단 1박2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오산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다. 문제는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기업 공채 토론 면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는 데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은 토론 시 해야 하는 ‘기술’ 중 하나로 여겨지고 토론 참가자들은 이를 기계적으로 답습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든 하지 않든, 동의하든 말든 그런 척을 한다. 실제로 학생들이 보여주는 건 대학이 원하는 “의견을 잘 받아들여 자기 것을 소화하는 배려와 소통 능력”(건국대 입학처장)이 아니라 30분동안 펼치는 ‘연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수험생-입학사정관 1박2일 합숙면접 심야토론 ⓒ 뉴시스


 

학생들의 책임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들을 기계로 만든 이 나라의 교육제도에 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모든 고등학생들의 목표는 좋은 대학, 아니 보다 서열이 높은 대학을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은 자신을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껴 맞추거나 여기에 맞게 재단당해 시험 기계, 토론 기계, 논술 기계, 면접 기계가 된다. 어른들이 제멋대로 만든 3000여가지의 전형 때문이다. 교육당국과 대학들은 시험만 잘 보는 게 아닌 다른 재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방법만 다르지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줄 세운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이는 쇠고기처럼 등급을 매기고 자른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이다.
오보였다고 밝혀진 안철수 후보 캠프 교육정책도 같은 층위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복수의 언론은 안철수 캠프가 지금의 수능 시험을 논술 시험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는 기사를 썼다. 그러나 이는 입시사정관제처럼 가나다순으로 학생들을 줄 세웠던 것을 키순으로 세우는 방법이다. 객관식 시험 대신 논술을 본다면 그동안 병폐로 지적돼왔던 창의성이나 논리력 같은 문제는 개선될지 모르지만 다른 문제들은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문제풀이 학원들은 논술학원으로 탈바꿈해 논술기계를 양산 할 것이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던 자살도 그 위치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모든 문제는 과잉 경쟁을 부추기는 서열화에 있기 때문이다.
입시사정관제를 채택하고 있는 126개의 대학 중 많은 학교가 내년 입시에 건국대 같은 방식의 심층면접을 적용할 것이라 한다. 자기소개서 대필 등 그동안 발생했던 문제들을 피하려는 노력의 일부겠지만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교육당국이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교육제도 뿌리부터 재고해야 하는 이유다. 대선후보들도 이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건국대에 지원한 한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역경을 극복한 사례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신 게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지금 입시생들을 비롯한 또래의 청소년들이 치르는 곤욕보다 더 곤혹스러운 역경이 또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