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투표 시간 연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후보는 6시에서 2시간을 늘린 8시까지, 안 후보는 3시간을 늘린 9시까지 투표를 진행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에서는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선한 목적을 가장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하며 투표 시간 연장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 연합뉴스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있고, 투표시간은 선거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보궐선거 등은 오후 8시)이다. 부재자투표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되다 이번 대선투표부터는 6시부터로 투표시간을 앞당겼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선거 시간도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고, 이미 선거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만큼 투표시간 연장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임시 공휴일이라 해도 투표하기는 어렵다.


ⓒnews1 18대 대선 투표함


일부 대학생들, 학교 수업 들으면 투표는 언제하나요?

대학생 A씨는 지난 총선 때 투표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투표를 하기위해서 였다. 분명 공휴일이지만, 몇몇 교수님들이 수업을 예정대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투표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수업 하나 듣는다고 투표 못하는 것 아니라며 수업을 진행한 교수님들이지만 그렇지 않다. 인천에서 사는 A씨는 같은 경우, 서울에 있는 학교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학교를 갔다 오면 투표소는 이미 문이 닫혀있다.

모든 대학생이 학교 앞에 사는 것은 아니다. 선거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었지만 교수의 재량에 따라서 수업이 결정된다. 오랜 시간이 걸려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기가 힘들다.


투표소를 앞에 두고도 투표를 못해요. 출구조사 아르바이트생

선거 출구조사 아르바이트은 대학생들의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하루 10만 원의 일당에 만약 자신이 참여한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와 일치할 경우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출구조사를 실시하는 날에는 투표가 불가능하다.

출구조사 아르바이트생들은 투표 2주 전 교육을 받은 뒤 전 날 집합하여, 합숙하고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배정된 투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투표소는 업체 측에서 따로 배정하며 아르바이트생이 투표소를 정할 수 없다. 부재자투표를 통해서 투표를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재자투표가 이미 마감된 후 모집되어 부재자 투표도 불가능하다. 하루의 일당과 투표권을 맞바꿀 수밖에 없다.


오늘이 대목인데, 쉴 수가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쉬는 공휴일, 더 바빠지는 곳이 있다. 온가족이 함께 쇼핑을 즐기는 대형마트다. 오히려 선거일이면 손님들이 더 붐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번 4월부터 개정된 유통법에 따라 대형 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고, 24시간 영업시간을 제한했지만 그래도 끝나는 시간은 보통 밤 10~12시 무렵이다. 그 시간이면 이미 투표시간은 끝난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길 뿐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선거 제도


ⓒ한겨례 나라별 투표 종료 시간


 



우리나라의 지난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로 여전히 저조하다. 하지만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는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외국의 선거 제도 비교 분석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투표 마감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가장 이르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오후 10시까지로 가장 길고, 캐나다가 오후 8시 30분, 에스파냐, 스웨덴은 오후 8시까지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가장 짧은 주가 6시, 대부분 그 이후에서 9시까지 사이이다. 프랑스, 독일, 호주가 오후 6시로 한국과 같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덴마크에서는 ‘사전투표제’를 도입해 선거일 3주 전부터 유권자들이 미리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1980년 이후에 치른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이 모두 80%를 넘었다. 덴마크 이외에도 스웨덴, 호주 등에서 사전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라 TV속에서 떠들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어떠한 노력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투표권 행사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