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진학 대신,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20대들이 있다. 그곳에서 학점을 따서 학사편입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또는 유학을 준비한다. 학점은행제는 일반적으로 사이버대학에서 보편화 돼있지만, 오늘 만난 한유일씨 (20 · 백석예대 평생교육원 실용음악과 1) 처럼 대학교에 다니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학교 내의 평생교육원 또는 전산원 소속으로 학점을 따는 경우도 있다. 그는 백석예대 대학생들과 똑같은 건물을 쓰면서, 똑같은 과목을 배운다.




그러나 대학생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정작 신분은 대학생이 아닌 찜찜함이 있을 터, 한유일씨는 크게 차별이나 불편함은 없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대학교 이름을 물어보면 시원스럽게 대답을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이 있던 날 저녁에 그를 만났다.
 








“대부분의 스무살들은 학교 간판에 의해 자존감이 좌우돼요.”





Q. 평생교육원 같은 학점 은행제 기관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정식 학교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백석예대 평생교육원 실용음악과의 커리큘럼만 보면 백석예대와 다를 게 없어요. 교수님들도 같고, 학교 건물도 똑같아요. 교수님이 같은데 다른 수업을 하진 않을 것 같고… 막상 정식 학교에 들어가면 차이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론 모르겠네요.

 



Q. 이곳은 어떻게 알고 들어오게 되셨나요?




고3때 입시를 실패했기 때문이죠. 전문대 4개를 지원했는데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백석예대 평생교육원을 1학기 또는 1년을 다니고 백석예대로 편입시험을 보면, 백석예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장점을 보고 가게 됐어요.





Q. 1학기만 다니고 편입시험을 볼 수 있어요?



네 그런데 저는 시험을 보진 않았어요. 만약에 붙는 것이 목적이면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붙은 이후에 그 사람들 (백석예대 대학생들) 하고 당장 경쟁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어쨌든 입시에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그만큼 실력이 있겠죠. 여기서 1년 열심히 하고서 들어가고 싶어요.







Q. 학점을 따서, 4년제로 편입할 생각은 없어요?



일단 백석예대 편입 시험부터 볼 생각이에요. 사실 실용음악과는 4년제 자체가 사실 별로 없거든요. 한양대, 경희대, 단국대 그 정도? 4년제 학교 자체가 거의 없다보니, 전문대를 다닌다는 점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평생교육원을 다니면서 불편한 점이나 차별 받는 부분이 있나요?



특별히 차별 받진 않아요. 하지만 만약에 제가 정식학교를 다닌다면 “학교 어디 다녀요?” 이런 질문에 조금 더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설명하는 게 귀찮아서 편하게 백석예대 다닌다고 이야기는 해요. 하지만 실제로 백석예대 학생은 아니잖아요. 말하고 나면 찝찝하고 불편하죠.






Q. 오늘 2013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났어요. 작년에 수능을 보셨는데, 자신의 입시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입시에 실패해서 갈 곳이 없을 때는 정말 많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제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다 보니 이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지금 주 전공인 피아노를 다른 애들보다 열심히 연습하고,남들보다 더 잘하면 되니까요. 실력이 더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나라 20살들이 전반적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대부분의 스무살들은 학교를 어디가냐에 따라서 자존감이 좌우되잖아요.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을 보면 명문대 지방캠퍼스 학생들의 글이 나와요. 그걸 읽어보고 제 상황하고도 비슷하다고 느꼈고,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제가 느낀 점은, 공부를 안 한다고 해서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닌데, 공부를 안 하니까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한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에게는 왜 분위기 흐리냐고 욕만 먹고…저는 저 나름대로 음악 듣고, 책 보고, 연주도 하면서 열심히 살았거든요. 고등학생의 삶에서 공부만을 유일한 가치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답답했어요.
 

 

음악으로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 
 




Q. 어쨌든 지금은 좋아하는 음악만 배우고 있잖아요. 현재 생활에는 만족하나요?



실용음악과는 입시에서도 수능 성적을 보지않는 학교가 많아요. 앞서 말했지만 공부를 얼마나 했냐보다는, 음악 실력이 더 중요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경쟁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죠. 하지만 걱정은 많아요. 군대 문제도 있고,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도 솔직히 막막해요.






Q.백석예대로 편입하더라도 2년 후면 졸업을 하잖아요. 군대는 언제 가실건가요?




1학기 남겨놓고 군대를 가고 싶은데, 군악대로 꼭 가고 싶어요. 일반 군대로 가면 정말 무서운 점이, 하루 이틀 연습을 안 하면 손이 굳어버리거든요. 군악대에 못 들어가면, 2년 가까이 악기를 못 만지고 지내는 건데, 다녀와서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아찔하죠. 마음 같아선 군악대를 붙을 때까지 계속 지원하고 싶은데, 4년제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대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입대를 미루기도 힘든 상황이라서…걱정이 많아요. 음악하는 애들은 다들 군악대를 가고 싶어 하니까, 경쟁률도 엄청 세고요.

  




Q. 어떻게 먹고 살지도 걱정 된다고 하셨잖아요. 음악 시장이 침체 된 상황에서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장래에 대한 걱정이 클 것 같은데요.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요. 작곡가나, 연주자로 성공한다는 게 정말 어려워요. 예를 들면 진짜 훌륭한 재즈피아노 앨범을 낸 사람이라도, 음악활동만으로 돈 버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예술적으로 뛰어나도 돈을 잘 버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고요. 연주를 잘하면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레슨을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은 있겠네요.세션 연주자가 된다고 해도, 큰 공연에 참여하거나, 유명한 가수와 같이 다니는 세션은 엄청 소수죠. 그 소수가 아니고선 먹고 살기가 힘들어요.




저는 사실 70~80년대 영미 펑크 음악과, 포스트록을 하고 싶어서 실용음악과에 들어오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저처럼 단순히 앨범을 내고 싶고, 공연을 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실용음악과 오는 걸 말리고 싶어요. 음악은 굳이 전공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Q. 그래도 음악을 정식 교육과정으로 배워야, 더 ‘잘’ 할 수 있지 않나요?




전공을 한다면 아무래도 음악에만 올인 할 수 있으니까 그건 좋은데,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큰 부담이에요. 음악전공을 한다는 게 완전히 음악에 생계를 걸겠다는 건데, 음악계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봐요.

 



Q. 일단 유일씨는 실용음악과에 다고 있고, 앞으로도 직업적인 음악인으로 살아갈 생각이잖아요. 어떤 음악 하고 싶어요?




솔직히 아직 구체적인 플랜은 없지만, 포스트록이나 70~80년대 영미 펑크를 가장 하고 싶긴 하죠. 하지만 상업적으로 너무 안 팔리는 장르라서 고민은 돼요. 그렇다고 대중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좋은 대중음악을 작곡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또 제가 영화를 워낙 좋아하니까, 공부를 좀 더 해서 영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 일단 목표는 그냥 제가 하는 음악만으로도 생계가 보장되었으면 좋겠어요. 밴드를 하든 작곡가를 하든.

 




Q. 음악가들의 생계가 어렵다는 말이 많잖아요, 혹시 음악가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없을까요?




음원 사이트에서 무제한 스트리밍, 무제한 다운로드 같은 것을 당연히 없애야 한다고 봐요.많은 곡을 들으면 그만큼 돈을 더 내는 게 맞죠. 사실 이 부분은 정책의 문제기도 하지만, 시민의식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불법 다운로드는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음악을 정당하게 대가를 주고 듣는다는 의식이 널리 퍼지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것 같아요. 영화를 두 편 정도 보면 16000원인데, 그 돈이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CD 한 장을 살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음악에는 너무 돈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저는 리스너로서의 의무감인지는 몰라도, 돈이 아무리 없더라도 한 달에 씨디 몇 장은 사는 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죠.







Q.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모든 분야에 있어서, 복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갖춰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힘든 서민 입장 이해하고, 실현 가능하면서 효과적인 복지 정책도 내는 대통령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군대를 갈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역으로 가더라도 사회에서 하던 일을 최대한 그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무원을 할 게 아니니, 군 가산점도 필요 없거든요.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군대에 있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