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68만 8천 522명의 수험생들이 전국의 고사장에서, 어쩌면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시험에 응시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입시 시즌이 시작되었다. 수능 이전에 이미 최종합격발표가 나거나 재빨리 재수를 결심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학생들은 짧게는 올 11월부터, 길게는 내년 2월까지 가슴을 졸이며 합격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수험생들 중에는 이미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결정한 이들도 있지만, 그저 수능 시험 결과만 기다리며 조마조마하는 이들도 있다.
  

수능이 끝난 지 며칠 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인 김주현 씨(29)를 만났다. 올해로 2년째 고 3 담임을 하고 있는 그는 고 3 담임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 3 담임이기 때문에 더 깊게 느끼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크다고 했다. 수험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고 3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입장에서, 이들의 고민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고 했다.

 

Q. 지난주에 수능이 있었습니다. 수능이 끝난 뒤의 학생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학생들이 또 낚였구나, 란 생각을 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애들한테 늘 그랬어요. 수능만 끝나면 해방이다, 그러니까 끝까지 열심히 하자고.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보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서 봤어요,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잔인한 시험에서 쓴맛을 봤구나, 란 생각을 했어요. 

정말 성실한 아이가 있었어요. 재수를 해서 두 번째 수능을 끝내고 왔는데 결과가 안 좋았어요. 수능 다음날 그 아이가 왔어요. 오더니 우는 거예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 데도. 또 한 아이는 정말 야자(야간자율학습)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연락을 한 번 했더니 청계천에 가 있대요. 왜 갔냐고 물어보니까 마음이 너무 뒤숭숭하다고 그러데요. 애들이 잘못한 건 없는데, 마치 죄인처럼 죄책감을 느껴요. 그걸 보고 마음이 아팠죠. 

 
Q. 수능이 끝나면 이제 어떤 일이 남아 있나요?

수능이 끝나자마자 기말고사를 봤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아무래도 열심히 안 하죠. 어차피 내신은 3학년 1학기 때까지만 반영이 되니까. 그래서 농담 반으로 내년에 재수하는 애들은 이 성적 필요하다고 말은 하는데, 열심히 안 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기말고사가 끝나면 수능 이후 프로그램을 해요. 강사가 와서 강연을 한다거나, 단체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그리고 수능 성적이 나오면 바로 정시 상담을 하는 거죠. 11월 말에 나오는데, 거기 맞춰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또 배치표가 얼마 전에 왔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의 가채점 점수를 보면서 얘는 어디쯤 갈 수 있겠다, 란 생각을 조금씩 정리해 둬요. 

 
Q. 2년 동안 고 3 담임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고 1 담임을 하셨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 1 담임이었을 때가 재밌긴 했어요(웃음). 지금 저희 반 애들이 들으면 좀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고 1 담임을 맡았을 땐 교사로 발령받은 첫 해라 의욕이 넘쳤어요. 반 아이들과 많이 놀았죠. 놀토(토요휴무일)에 애들을 오라고 해서 단합대회를 했어요. 피자도 먹고 짝피구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했죠. 체육대회나 축제 때도 우리 반이 다 같이 뭉쳐서 놀았고, 눈 오는 날엔 같이 야외음악당에 나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말하자면 공동체를 강조했어요. 올 한 해를 재밌게 보내 보자, 하면서. 그런데 고 3 학생들하고는 그게 잘 안 됐어요. 축제나 체육대회에선 애초에 배제되니 즐길 수가 없고, 놀토에 다 같이 단합대회를 하자고 해도 학원가야 하는데, 수능이 코앞인데, 이러니까 추진이 안 됐어요. 그런 활동을 못하게 된 것도 있고, 그런 걸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제 스스로도 좀 더 망설이게 되기도 했어요. 

제가 교사가 딱 되었을 때, 공부만 시키고 잔소리만 하는 교사는 되지 말자, 라고 다짐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고 3이니까, 수능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 이 말을 저한테나 남한테나 진짜 많이 해요. 예컨대 발표 수업, 활동 수업 이런 걸 하고 싶어도 고 3이니까 싫어하겠지, 라고 지레짐작하고, 수행평가를 정할 때도 ‘고 3이니까’ 이런 걸 하면 부담이 되겠지, 란 생각이 막 들어요. 그래서 태도점수 같은 걸로 간단하게 처리하곤 하죠. 그러다 보면 제가 소심해지는 것 같아서 두려운 게 있어요. 늘 마음에 걸려요. 

Q. 
입시지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요.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교사는 아마 유일하게 학생에게 안 된다, 고 하는 사람일 거예요. 부모도, 친구들도, 학원도, “어차피 6번 있는데 한 번 써 봐”, “잘만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그런데 교사는 “여기 위험한데,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학원은 학생한테 아주 높은 대학부터 낮은 대학까지 다 쓰라고 해요. 그 중에서 학교 교사는 좀 높은 축에 속하는 대학들은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죠, 작년에 저희 반이었던 애 한 명은 한국항공대부터 그 아래 대학들까지 해서 수시를 총 20개 정도 썼어요. 그리고 전문대를 갔어요. 그런 경우도 있는데, 문제는 제가 안 된다고 하면 그 아이를 어떻게 보면 무시한 게 되어 버리잖아요. 왜냐하면 학원은 된다고 했거든요. 학생이 “학원에서는 된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왜 안 된다고 하세요?” 라고 물어오면 참 미안하면서도 할 말이 없죠. 당연히 교사들도 반 애들이 잘 되기를 바라요. 그런데 실제로 입시 지도를 하다 보면 지원하려는 대학이 터무니없이 높은 경우가 있어요. 특히 논술전형 같은 경우에는 학원은 ‘논술만 잘 쓰면 가능성이 있다,’ 식으로 말하곤 해요.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이 학생의 글을 보거나 내신을 보았을 때 어렵겠다, 싶기도 하죠. 그래서 지원하는 걸 말리면 ‘선생님은 저를 무시하나요,’ 식으로 대꾸를 하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학원과 갈등이 생겨요.

출결 문제도 있어요.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붙은 애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학교를 안 나오는 거예요. 물론 이해는 돼요. 당장 본인은 대학을 붙었고, 필요한 돈을 모아야 하잖아요. 근데 교사 입장에서는 남은 출결 기간도 있고, 그리고 무단결석이 자꾸 쌓이면 그 아이에겐 좋을 게 없거든요. 그래서 설득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쌓여요, 지금 입시라는 게 수능, 아니면 수시합격과 동시에 끝나니까 애들이 학교를 안 오려고 하는 걸 교사가 막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교사니까, 학생들이 제대로 왔으면 하고, 오도록 설득을 해야죠.
Q. 입시상담을 하면서 가장 곤란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단 아까 말한 부분이 있어요. 절대로 무시하려고 말한 게 아닌데 무시를 받은 느낌이라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참 어려워요. 그런 말을 하면 애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걸 알아요. 그렇다고 안 하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거고. 어려운 문제죠. 

또 한 가지 곤란한 건 어느 학과를 갈지 모르는 학생들을 상담하는 거예요. 그런 애들은 자기 성적을 내밀면서 교사한테 갈 대학과 학과를 찾아달라고 그래요. 찾아줄 수는 있어요. 단순히 점수에 맞는 대학교를 알려주면 돼요. 그런데 제 말 한 마디에 그 아이가 그쪽 전공으로 가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생을 결정하는 건데, 그걸 의식하면 참 부담이 돼요. 적어도 학과라도 정해 오면 좋겠는데, 싶죠. 물론 학교와 학과를 정하는 게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해 오지 않고 덜컥 정해달라고 하면 저로서도 참 곤란해요. 
Q. 그렇다면 입시지도를 할 때 가장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적어도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가야 하는진 교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학생들한테 말해요. 네가 가장 지향하는 과와 대학을 정해 와라, 하나를 정하는 게 어려우면 여러 개를 정해와라. 그러면 그걸 가지고 얘기를 해 보자. 하지만 그걸 못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학생들과 싸우기도 하죠. 오늘도 두 아이와 상담하다가 왜 이것도 못 정하느냐, 라고 잔소리를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죠. 하지만 학생들이 그런 걸 정하지 못하는 건 참 안타까워요.

지향하는 바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만약에 비슷한 데를 몇 군데 정해오면 이런 말을 해 줘요. “대학은 간판만 따고 졸업하는 게 아니라 2년이면 2년, 4년이면 4년 동안 사는 곳이기도 하다”라고요. 저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대학교를 4년간 다녔듯이, 어떤 학생이 대학을 다니면 거기서 대학 생활을 해야 돼요.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지를 고려하게끔 해요. 비슷한 조건이라면 좀 더 가까이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거죠. 

 
Q. 요즘 교사들이 고 3 담당을 많이들 꺼린다고 해요. 연차 높은 교사들도 고 3 담당을 기피하다 보니 주로 젊은 선생님들이 고 3을 많이 맡는다고 하는데, 경력이 높지 않은 교사가 교사 본연의 업무에 학생들 대학 입시까지 신경 쓰려면 아주 힘들 것 같아요. 이렇게 고 3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금 다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고 3 담임만을 원하시는 분도 있어요. 고 3 담임에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거죠. 애들이 졸업 후에 가장 많이 찾아오기도 하고, 수능 이후에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고 3 담임을 지원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리고 고 3 담임을 하면 학교에서 배려를 해 줘요. 급식 지도를 면제한다거나, 아침 정문 지도를 면제한다거나, 등의 혜택을 줘요. 물론 고 3 담임을 피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야자 감독을 늦게까지 해야 한다거나, 등 시간적 부담이 큰 거죠. 특히 가정이 있거나 하면 아무래도 늦게까지 학교에 있는 게 부담이 될 거예요. 또한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저는 사실 고 3 담임에 있어 경력이란 게 그렇게 크게 좌우하진 않는 것 같아요. 워낙 입시 제도가 많이 바뀌어 변수가 많다 보니 처음 하시는 분이 저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 교사들끼리 물어보면서 하기 때문에 서로 도움도 많이 되고 정보도 잘 공유돼요. 경력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경력이 많아야 반드시 유리하진 않은 것 같아요.

Q. 
렇다면 본인이 고 3 담임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교사 부임 첫 해에 1학년을 가르쳤는데, 그 때 가르쳤던 애들을 이듬해에도 다시 가르치고 싶어서 2학년 담임을 지원했어요. 그런데 보통 남자 교사는 그 무렵에 학생부 지도교사직을 거쳐야만 했어요. 그래서 2학년 담임 대신 학생부 활동을 했는데, 그걸 하면서 계속 다시 담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 3학년을 지원했어요. 왜냐하면 2년 전에 가르쳤던 애들이 이제 3학년이 되니까요. 그렇게 고 3 담임을 맡게 되었는데, 이게 1년만 하기에는 아쉬운 거예요. 뭔가 고 3 선생님에 대해서 알 것 같았는데 막 그만두려니까 아쉬웠던 거죠. 그래서 올해 다시 고 3을 지원했어요. 

Q. 고 3 담임을 하면서 가장 보람차거나 기뻤던 때는 언제인가요?

다른 선생님들을 보면 늘 부러웠던 게 제자들이 찾아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저도 작년에 처음 졸업한 제자들이 생겼어요. 올해 그 애들이 찾아오니까 참 좋더라고요. 와서 대학교 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이야기하고, 때로는 술에 취해 전화해서 자퇴 문제, 군대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아, 얘들이 나를 인간 대 인간으로 의지하는구나, 란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와 작년에 맺었던 관계가 헛되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게 교사라는 직업의 한 매력이라고 하는데, 요즘 그걸 실감하고 있어요. 올해 가르친 애들도 졸업하면 그렇게 찾아오고 연락하지 않을까, 기대해요(웃음). 확실히 학생들이 찾아와 줄 때 교사 입장에서는 큰 응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날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면 특히 그래요. 직접 오는 것도 좋고, 카톡(카카오톡)으로 ‘선생님 언제 찾아갈까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 주어도 큰 힘이 돼요. 그래도 내 존재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라고 위로를 할 수 있게 되니까요.
Q. 죽음의 사각형(내신, 수능, 논술, 입학사정관제)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예전보다 신경쓸 게 많아지다 보니 고 3 학생들이 더욱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교육 제도에 대한 고 3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아이들이 많이 물어봐요. 수시로 가야 하는지 정시로 가야 하는지, 논술을 해야 하는지 적성(적성평가)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 참 대답하기 어려운 게, 하나만 파, 라고 할 수가 없어요. 내신만 하다 보면 수능 최저등급 문제가 있고, 내신이 조금 떨어지면 논술에 손을 대야 할 것 같고, 그러면서도 항상 수능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사실상 다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많이들 앓는 소리를 해요. 애들한테 뭐가 불만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다 하라고 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하나만 집중해서 하게끔 해 주든가”라고 말하는 거예요. 한 아이는 또 그러더라고요. “정 죽음의 사각형이라면, 전형이 4개만 있으면 안 되겠느냐. 이건 적성 전형, 이건 논술 전형, 이런 식으로”라고. 그런데 지금 입시 전형만 해도 몇백 개는 훌쩍 넘거든요. 그 많은 전형들을 언제 다 찾고 있어요. 그러니 따지고 보면 죽음의 사각형만이 아니에요. 적성평가도 있고, 그 많은 입시 제도를 일일이 찾아보고 분석해야 하는 것도 있고, 죽음의 오각형, 육각형, 팔각형……끝도 없을 거예요.
Q. 현재 입시 교육 혹은 체제에서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 보나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걸 알면 당장 교육 정책을 짜러 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그래도 생각하는 대로 말하자면, 입시 제도라는 게 우리나라에 만연한 학벌에 기인한 게 크다고 봐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거기에 따라 직장, 결혼까지도 결정이 되는 게 크잖아요. 교육을 위해 혁신 학교네, 창의네, 하는 정책을 내놓는 건 좋아요. 새로운 교육을 한다는 의도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고 3 담임을 해 보면서 느껴요, 어떻든 간에 결국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아등바등할 거라고. 이건 학벌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봐요. 그래서 그걸 깨지 않는 한, 과연 어떤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바뀔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공고한 대학 서열화를 무너뜨리는 게 먼저지 입시제도에만 계속 손을 댄다고 해서 현 체제가 바뀔까 싶어요, 

우선적으로 학교에서부터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대학교 결과가 나올 무렵이면 학교 교문에 항상 ‘서울대 몇 명, 연고대 몇 명, 합격을 축하합니다’ 류의 현수막을 걸어 놓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여기 쓰인 대학교에 간 학생들은 축하를 받는데, 그러지 못한 애들은 축하를 못 받는 거잖아요. 이것부터가 이미 입시 서열화인 거예요. 이런 것부터 바꿀 필요가 있어요. 제가 자세한 문구는 기억이 안 나는데, ‘축하합니다, 모두가 고생하신 수험생 여러분, 사회에 첫 발을 함께 내딛게 된 졸업생 ***명’이라는 현수막을 건 학교를 본 적이 있어요. 이런 행동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요. 

Q.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사 부임 첫 해에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란 무엇인가’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어요. 거기서 제일 많이 나온 답이 뭐였냐면 ‘뒷돈 받고, 멱살 잡고, 치고 싸우는 것,’ 이었어요. 뒷돈 받고, 서로 폭력을 휘두르고, 이런 게 정치인의 부정부패라든지, 여야 간 갈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차기 대통령은 측근 비리 없는 대통령, 여야 간 갈등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 두 고질적인 문제들을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아까의 설문조사로 다시 돌아가 보면,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 해 줘야 하는 것, 이란 대답이었어요. 한편으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치를 떨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치에 희망을 거는 거죠. 기대와 실망이 뒤섞인 심리랄까요. 개인적으로 정치 및 사회문화 등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깨끗한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요.
Q. 마지막으로 내년에 고 3이 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입시 준비는 자기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우선 본인이 무엇을 할지 목표를 정했으면 좋겠어요. 목표가 없으니 참 많은 아이들이 점수에 맞춰서 가요.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간다, 라는 말이 참 애매한 게 점수가 잘 나오면 좋은 데 가고, 안 나오면 낮은 데 가고, 이렇거든요. 결국 뚜렷한 목표가 없고 간절함이 부족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의욕이 생기고 악착같아질 텐데 말이죠, 

수험생으로 산다는 건 참 긴 시간이에요. 그러다 보면 슬럼프도 오거든요. 확실히 목표가 있는 애들이 그런 걸 잘 견디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자기 목표를 정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건 알아요. 하지만 10대 때부터 능동적이었던 학생들이, 20대가 되어도 더 능동적이지 않을까요? 적어도 10대 때 자기에 대한 결정을 해 본 학생은 이후에도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