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열심히 방황중’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오늘의 인터뷰이, 김정은씨(23)의 블로그에 쓰인 말이다. 방학만 되면 여기저기 쏘다닐 궁리를 하는 그녀는 같은 또래와 사뭇 달라보였다. 간편한 옷차림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언제라도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다녔던 여행을 다 헤아리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만큼 많은 곳을 방황했던 김정은씨가, 그 방황 끝에 어떤 결론을 얻었는지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

나는 홍익대학교 교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정은이야.


Q. 언제부터 여행 작가가 되고 싶었어?

원래부터 여행하는 건 좋아했지만 이걸 직업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거든. 근데 이번에 유럽을 갔다 오면서 그때 너무 좋아서, 이걸(여행을) 내 직업으로 삼으면 재밌겠다 생각했었어. 그래서 처음엔 여행회사에 취직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여행 작가가 될 거야.

Q. 어떤 글을 쓰는 여행 작가가 되고 싶어?
 

먼저, 사람들이 많이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글, 아니면 여행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다른데, 내가 원하는 여행은 뭔가 쉼을 위한 여행이랄까? (힐링?) 어, 요즘 대세 힐링. 힐링하는 여행. 그런 여행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Q. 최근에 여행 갔다 온 곳에서는 어땠어? 그곳에서도 휴식공간을 발견했어?


최근에 갔다 온 곳이 유럽인데, 그곳은 복잡해서 굉장히 바쁘게 돌아다녔던 것 같아. 그래서 마지막 날 파리에서는 혼자 걷는 시간을 가졌어. 내 숙소에서 에펠탑까지. 한 여섯 시간 정도? 난 그렇게 음악 들으면서 혼자 그렇게 걷는 것도 힐링이라고 생각하거든. 난 그때가 진짜 좋았어. 혼자 걸을 때.
 
Q. 어디어디 여행 다녔었는지 소개해줘

우리가족은 여행을 진짜 좋아해. 그래서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여행을 다녀. 그래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아. 고3때 수능 끝나고 처음으로 가족들 말고 친구랑 부여로 여행을 갔었어. 그땐 계획도 없이 갔는데 그래도 정말 좋았어. 그리고 남이섬, 일본, 그리고 내일로 3번 갔다 왔었어. 그리고 작년에 휴학했을 때 겨울에, 강원도에도 혼자 갔다 온 것도 기억에 남아. 그때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간 거였는데, 혼자 가니까,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고, 여유도 갖고, 끄적끄적 생각나는 거 적고……. 혼자 가서 특히 좋았던 점은 가다가 어디가 정말 좋다 그러면 나 혼자 한참 있다가 가고, 몇 시에는 어디어디 가야지 이런 걸 안 정하고 가니까 너무 좋았어.
 
Q. 그때, 혼자 무슨 생각했었어?
 
내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등(웃음)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뭐야?) 그때 내린 결론은 그거야. 휴학하고 엄청 고민했었거든. 근데 가서 생각해 보니까 이런 시간도,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

Q. 네가 생각하는 여행의 묘미는 뭐야?

물론 여행을 가서도 고민을 하지만, 돌아다니거나 뭔가를 보거나 할 때는 그 고민을 싹 잊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냥 딱 그 순간에 보는 것에만 충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겨울에 갔을 때는 고민이 많았는데, 유럽에 가서는 너무 새롭고 재밌어서 그 고민조차도 싹 다 잊게 되더라고. 유럽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 갈아타는 곳에서 읽었던 책이 있는데,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놀랐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똑같아서. 그래서 이것에 대해 쓴 글도 있어.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유럽 가서 만난사람들 중에 나랑 동갑인 애들이랑은 아직도 연락해. (그런데,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행에서 끝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 그냥 동갑이라서 그런지, 친구 같아. 그리고 내가 갔을 때가 5월인데, 학생보다는 직장 때려치우고 온 사람들이 많았어. 직장 다니다가 27~28살 정도 되면 뭔가 오나봐.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유럽여행이라서 그렇게 직장 관두고 많이 오나봐. (그 사람들이 뭐래? 인생의 조언같은 거 해줬을 거 아니야?) 학생 때 여행 오길 잘했다고, 직장 다니면 시간이 없으니까.


Q. 아까 말했던 그 글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어?

응. 근데, 지금 소개하려니까 좀 손발이 오그라든다.(웃음) 그때는 나의 감정이 좋아서 쓴 글인데, 지금 읽으려니까……. (간단하게 얘기해줘). 여행을 와서 많이 재밌었다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걱정도 없이 그 하루에 온전히 집중을 했다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지금에 굉장히 충실했던 것 같아. 그래서 여행은 그런 것 같다. 현실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느끼는 감정에 빠져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썼었어. 근데, 여행은 정말 그런 것 같아. 1박2일을 가던, 2박3일을 가던, 나 혼자 떨어져서, 새로운 걸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Q. 1박2일 여행지로 추천할 만 한 곳은?

영주. 특히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나온 곳이야. 난 요새 거기 너무 가고 싶어. 그리고 묵호. 강원도 동해에 있어. 그곳에 가면 촛대바위도 가봐야 해. 묵호는 마을이 정말 예뻐. 벽화마을이 있는데, 거길 올라가면 등대가 있는데, 그 위에서 바라보면, 마을 앞에 바다가 있는 걸 볼 수 있어. 겨울에 갔는데도 정말 시원하다는 기분을 느꼈어. 춥다가 아니고. 그리고 올라가는 길에 벽화가 있는데 보통 벽화마을 생각하면 통영 동피랑 마을 많이 생각하는데 난 거기보다 여기가 더 좋았어. 
 


Q. 네가 좋아하는 여행 작가나 에세이 있어?


딱히 없어. 근데 아까 내가 얘기 했던 <사랑을 알 때 까지 걸어가라>라는 에세이가 마음에 들어. 여행이 뭔가에 대해서 얘기해줬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랑 책에서 묘사한 거랑 비슷해서, 그 책이 너무 와 닿았어. 사실. 그 책을 사고 일부로 아껴뒀어. 유럽 가서 읽으려고. 근데 내가 여행가서 느꼈던 기분이랑 딱 들어맞은 거지.

Q. 여행 작가란 꿈에 대해 부모님과 얘기해 본 적 있어?

아빠는 더 큰 일을 하래. 여행사를 차리는 거 같이? 그리고 엄마는 그냥 웃으셔. 그래서 아빠 말씀대로 더 큰 일을 구상중이야. 여행회사에 취직해서 여행 작가가 되고, 그 다음엔 여행사를 차릴 거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참 모습을 알려줄 수 있는 여행 플랜을 짜주는 여행사 같이.

Q. 같은 과 친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데 혹시 여행 작가라는 꿈에 대해 막연하거나
혹은 불안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야. 선생님이나 공무원이 되면 좋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 그런데, 한 번 사는 인생.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예전에 피디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 그래서 단편영화를 찍어보고 그랬는데, 그 때 깨달았지. 영화감독은 주변사람을 괴롭히는 일이구나. 정말 힘든 일이구나. 그렇게 경험하고 나서 영상에 대한 꿈을 싹 다 잊었어. 하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몸으로 부딪쳐가면서 배워야 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까, 여행 작가란 것에 대해서도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Q.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육정책 좀 제대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반값등록금 정책도 꼭 실현시켜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