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대가 시범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 입학사정관제는 전국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시행하는 입시 제도가 되었다. 시행 초기에는 한국의 입시 풍토에서 입학사정관이 보편화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지만, 2012년 현재 입학사정관제는 전국 125개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총 4만 6337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많은 수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시행 4년째, 제도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당초 도입 취지를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명확한 평가 기준, 예상치 못한 사교육 시장의 증가, 터무니없이 적은 입학사정관 숫자,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조 등 입학사정관제 곳곳에는 이미 큰 균열이 난 상태다. 여기에는 내신과 수능 반영 문제도 빼 놓을 수 없다. 도입 당시 입학사정관제는 내신과 수능점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학생의 잠재능력과 소질,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제 입학사정관 전형에 붙기 위해서는 사실상 내신, 수능 모두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내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평균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니 수험생들은 절대로 공부의 고삐를 늦출 수가 없다. 점수 위주의 기계적 선발방식을 지양하고 점수로 평가할 수 없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점수를 챙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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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은 대개 서류평가와 면접으로 이루어진다. 서류평가에서는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생기록부(이하 학생부) 등을 검토한 뒤 입학정원의 3~7배수 정도를 선발한다. 그리고 2차 평가에서 면접을 진행하여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그런데 일부 대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서류평가에서 내신 성적을 반영한다.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반영률은 대개 2~50% 정도다. 서류평가는 2차 평가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되기에 사실상 입학사정관 전형 전 범위에 개입한다고 볼 수 있다. 


소위 ‘인서울 대학’들의 내신 평균등급은 2~3등급 수준이다. 게다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의 평균 내신등급이 다른 수시전형 합격생의 내신등급보다 높은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부산대(입학사정관전형 2.17, 비전형 3.14), 강원대(입학사정관전형 4.20, 비전형 4.35) 등이 있다.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각 대학별 특성에 맞는 인재 선발을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내신 점수가 중요한 지표로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도입 의도와는 딴판인 셈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내신 비율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가뜩이나 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큰 상황에서, 이것마저 줄이면 학생을 평가할 명확한 척도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입학사정관제는 끊임없이 공정성, 객관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애초에 입학사정관제 자체의 평가 요소가 주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수능, 내신 등 수치화된 점수가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의 전형에 매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점수로 ‘줄세우기’를 했던 대한민국 입시제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올해 입학사정관에 응시한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솔직히 말해 기준이 모호하지 않냐. 게다가 요즘 계속 터지는 입학사정관제 관련 비리들을 보면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제도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입학사정관제를 100여년 전부터 처음 시작한 미국 역시 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특히 초창기에 논란이 매우 심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논란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 평가 항목은 에세이(essay), 교사추천서 및 평가서, 면접, 내신 및 ACT/SAT 등이다. 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학생이 그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는 한국의 입학사정관제와 같다. 다만 다른 점은, 각 학교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입학사정관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과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입학사정관들이 함께 학생들의 서류를 검토하는데, 한 학생의 서류를 여러 명이 면밀하게 훑어 최대한 객관적으로 심사하려 한다. 그리고 입학사정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와 해당 학과 학과장이 최종적으로 서류를 재검토한 뒤에야 비로소 학생들을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급격히 확대되었음에도 입학사정관 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한 입학사정관이 매우 많은 수의 학생들을 심사하며, 이로 인해 학생 하나하나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매일경제의 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대학의 입학사정관 1인당 심사하는 학생 수가 한양대 686.9명, 서울대 571.6명, 성균관대 493.25명 등 대부분의 학교에서 200명을 넘었다. 조사 대상 15개 대학의 평균을 내면 무려 363.6명이나 된다. 일부 학교는 5명 미만의 입학사정관으로 수천 명의 학생들을 심사하기도 했다. 서류평가에 대한 공정성, 객관성 문제가 심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부족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입학사정관 도입 당시부터 올 6월 1일까지 퇴직한 입학사정관 352명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14개월 안팎에 불과했다. 그 학교에 가장 알맞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이 학교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는데, 단기간 근무만으로는 학교의 인재상을 피상적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이들 중 정규직으로 일했던 숫자는 불과 6명이었고, 대다수는 비정규직이었다. 그만큼 이직도 잦고 고용도 안정적이지 못한 것이다. 현재 재직 중인 쪽으로 눈을 돌려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작 24%만이 정규직으로, 나머지는 사실상 언제 해고될지 모를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에 보다 신경을 많이 쏟으면서 정규직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사실상 학생들을 대학에 선발하는 입학사정관들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턴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입학사정관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하다 보니, 미국의 경우처럼 학생들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관적인 요소들로 평가하는 만큼 보다 신경 써서 심사할 필요가 있는데 기본적인 여건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내신, 수능 등 수치화된 자료 쪽으로 손길이 가게 된다. 일부 대학에서 내신 성적을 통해 1차적으로 학생들을 걸러낸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내신으로 솎아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내신의 중요성이 줄어들긴 어렵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최근 입학사정관제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1992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지만,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가 수차례 제기된 데다가 내신과 본고사의 비중을 크게 줄이지 못해 늘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게다가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일반 입학생보다 뒤떨어진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최근에는 입학사정관제 정원을 줄이고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처럼 내신 등 수치화된 자료가 계속 중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당초 정부에서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취지를 고려해 보면,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엔 현 입학사정관제는 너무나도 허점이 많다. 과연 현행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전국 곳곳에 있는 유망한 학생을 적절한 곳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측은 입학사정관을 통한 ‘대입전형 선진화’라는 목표를 내걸고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부를 비롯한 다양한 전형요소의 심층분석 및 반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는데다가, 일선 입시 현장에서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아 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당한 인재 수급이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내신 성적으로 그 학생의 자질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솎아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우려는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전형들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무려 3000여개나 되는 입시 전형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 중 대다수는 일정 비율로 내신을 반영한다. 

올 2014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수능 최저등급제를 폐지하는 서울시립대학교
 


당초 입학사정관은 개인의 소질과 적성, 잠재력, 열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할 수 있는 제도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의 본고장인 미국 역시 입학사정관제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0여년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 역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때 보다 점진적으로 시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범운영한지 불과 1년 만에 입학정원이 254명에서 4476명으로 늘어나는 등 입학사정관제는 부랴부랴 대부분의 대학에 실시되었고, 이 때문에 여러 부작용들이 속출했다. 내신 반영 문제도 결국은 정부와 교육계의 지나치게 성급한 태도로 인해 생긴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말엔 상당수 대학이 거의 100% 입학사정관제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과유불급은 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좋은 예가 되어 버렸다.


이미 입학사정관제가 대학 입시의 한 축이 된 이상 당장 입학사정관제 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정책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빠르게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내실 다지기밖에 답이 없다.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단순히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단발성 행위에만 그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바라보고 육성해야 한다. 대학 역시 입학사정관제가 우수한 학생을 뽑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 채용 및 교육에 돈을 아껴선 안 될 것이다. 정말 잠재력이 넘치는 유망한 학생을 많이 뽑고 싶다면, 그만큼의 투자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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