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미래가 불투명 해질수록 사람들은 보장된 길을 택한다.’라는 문구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앞날이 어떻게 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예측가능한 길을 택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 62세의 정년 보장, 안정된 직장 생활, 게다가 으레 따라오는 1등 신부감이라는 호칭까지… 현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사범대 학생들이 앞으로 누릴 타이틀이다. 이런 탐나는 타이틀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그 길을 걷고 있는 25살의 윤숙연 씨를 만나보았다. 그녀는 앞 날을 알 수 없어 불안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Q.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대구의 영남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25살 윤숙연이라고 합니다.

Q.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요?

얼마 전에 국립 국제 교육원에서 원어민 교사들의 영어 연수 캠프 진행을 도왔습니다.

Q. 임용고시가 합격하긴 어렵지만 일단 합격하면 미래가 보장되는 시험이잖아요. 사범대 학생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메리트가 많은 임용고시를 제쳐두고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된거죠?

학부 때 멘토링이나 과외, 단기 교사 등 학생들을 가르치는 활동을 많이 했어요. 가르치는 일이라는 게 저보다 남에게 집중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Q. 언제부터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나요?

처음부터 교사가 되는 게 꿈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어렴풋이 다른 길을 생각하고는 있었어요. 4학년 때 졸업 시험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후회하기 전에 다른 일을 하자 싶어 유네스코에서 작은 일을 시작했었죠. 긴가 민가 했는데, 다행히 제가 가고 싶은 방향과 적성에 잘 맞았어요

Q. 그럼 유네스코 일이 처음 시작이었어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얘기해 주세요.

처음 했던 일은 유네스코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 유네스코 총회 프로그램이었어요. 학생들이 직접 각국의 대표가 되어서 회의에 참여하고 회의를 통해 결의안도 작성해보는 프로그램이었죠. 저는 행사 보조를 맡아서 학생들이 회의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그 외에 유네스코 평화센터에서 2달 동안 인턴 생활을 하고, 올해 5월에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주최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부터 국립 국제 교육원에서 각 교육청에 소속 배치 될 원어민 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진행보조했어요. 총 세 번의 연수를 진행 했어요. 처음 두 번째는 통역, 행사보조, 교재제작 같은 보조적인 일만 했는데 마지막엔 본 연수를 총괄하시는 사무관님 바로 밑에서 일을 총괄해주는 일을 했어요. 승진했죠. 하하.
 
Q. 이렇게 많은 일을 해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일했던 유네스코에 협력사업팀이 있었어요. 그 중 레인보우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참여가 의무사항도 아니었고, 제가 하던 일과 조금 다라서 제가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될 프로젝트였어요. 그래도 자꾸 참여해보고싶더라고요. 근데 참 얄궂게 그때 서울에 왔다갔다 한다고 돈도 다 떨어지고, 집에서도 그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보였는지 지원해주시지 않으셨어요. 마음은 서울에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데 교통비가 정말 한 푼도 없어서 못가게 생긴거죠. 생각 끝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집에 있던 책을 팔아 교통비를 마련했어요. 내가 원하는 일이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끝까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생각했고 노력했기 때문에 굉장히 뿌듯했죠

Q. 정말 뿌듯했을 것 같아요.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를 지원하는 일이에요. 아니면 거기서 살짝 비틀어 국제회의 지원업무를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컨벤션 쪽이기도 하고 약간은 국제기구 쪽이기도 한데, 국제 기구 쪽은 아직까진 힘든 거 같고, 일단 그런 기구 쪽 회의를 지원 하는 행정 업무를 하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파리 유네스코 본사에서 일해 보는 것? 많이는 아니더라도 한 5년만이라도 말이에요. 
 

Q. 사람들은 남들이 택하는 길을 거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해요. 숙연씨가 지금 그런 사람이 아닐까합니다. 기분은 어떤가요?

한 번 씩은 희열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정적인 편이에요. 생각이 너무 많고  많이 재요. 지나치게 신중한거죠.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하면서 즉각적으로, 빨리 빨리 행동하는 순간이 많아졌어요.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가 좋았을 때의 느낌이 좋아요. 흠. 설명하려니 복잡한데 정리하자면, 원래 성격이 아닌 다른 성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결과가  더 좋게 나타날 때 가장 희열을 느껴요. 난 원래 선로에 딱 붙어사는 사람이었어요. 영어교육과도 부모님과 선생님이 사범대를 추천한데다 나도 영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깊은 생각 없이 들어 간 거죠. 지금에 비하면 엄청 바뀐거죠.  


Q. 요즘엔 사범대생들도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대신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이런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나요?


처음부터 ‘나는 사범대 생이니까 무조건 가르치는 일을 해야 돼’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길 바라요. 1,2학년 땐 다양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무조건 해보는 거죠. 그렇게 계속 하다 보면 점점 내 관심사가 좁혀지고, 그러면서 전공과 그 일을 계속 비교해 보며 진로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학년들의 경우, 사실 제 경우가 그랬는데, 자신이 가고 싶은 관심사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그 분야의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는 게 가장 좋아요. 사범대생들은 대체로 다른 옵션을 잘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하기 전, 후에 방황을 많이 하죠. 가장 중요한건 결정을 내렸으면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거예요.
 
Q. 12월 19일이 대통령 선거일이에요.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음… 우선 지역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수도권으로 모든 인프라와 젊은 인력이 몰려있죠. 그 자원들을 지역에 골고루 안배시켰으면 해요. 그리고 지원정책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예산이 있다고 하면 예산 처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 많은 학생들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거죠. 요즘 빈부격차가 핫이슈인데, 이런 때야 말로 합리적인 복지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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