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은 돈 많은 집에서 남부러워할 것 없이 귀하게 자랐을 것이다.’

‘의사는 돈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우리들이 의대생, 그리고 의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이런 편견은 일반 국민과 대한민국 의료계 사이의 불신을 낳았고, 뿌리 깊은 불신은 왜곡된 의료현실로 이어졌다. 여기, 대한민국 의료계의 불신과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고, 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치료하고자 하는 당찬 예비 의사가 있다. 전국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장, 남기훈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본과 3학년에 재학중인 전국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의장 남기훈이라고 합니다.




Q. 현재 의장으로 계신 의대협은 어떤 단체인가요?




의대협은 전국 41개 의대 ․ 의전 중 40개 학교가 가입되어 있는 학생단체이구요. 작년까지는 전의련이라고 불리는 학생회장 연합단체였는데 학생단체로 바뀌었습니다. 의대협은 대학생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열정과 패기를 단순히 학업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에 환원하자, 미래의 의료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 보자. 이런 모토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의대협은 ‘꿈꾸지 않은 것들을 꿈꾸는 단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예비의사이신데, 언제부터 의사를 꿈꾸셨나요?




중학교 때부터 의사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변화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긍정적인 변화, 큰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죠. 그런데 집안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로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뭘 선택할까 생각하다가 의사가 떠올랐어요. 그 한 몸 어딜 가든 의학적 지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의사를 선택해서 내 꿈을 이어나가자. 큰 의사가 되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Q. 의대에 진학하기 전에 꿈꿔왔던 ‘의대의 로망’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아요. 그 로망과 비교해 봤을 때, 현실의 의대 생활은 어떤가요? 힘든 점이 있다면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좋아요. 공부양이 어마어마하게 많기는 하지만, 그것도 즐기면서 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할 것도 많고 재밌어요. 진짜 현실로 나가게 되면 갑갑하고 어려울 텐데, 지금은 학생이라 너무 좋아요. 딱 3년만 더 학생이고 싶기도 하구요.




의대협 의장 이전에 예과회장, 의과회장도 했었고 총학생회장도 도전했었는데요, 학생회 단체를 하면서 느꼈던 게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란 없구나’ 하는 점이었어요. 저는 학생이니까, 학생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이란 게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의대생은 똑똑한 친구들도 많고, 충분히 포텐셜 있는 집단이에요. 그저 자기 혼자 똑똑한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단체의 의장으로 있기가 힘이 들기는 한데 좋아요. 워커홀릭일 수도 있는데, 재밌어요. 지금은 달려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그리고 학생이 좋은 게 학생이라서 용서되는 경우도 많아요.




Q. 의대는 등록금이 어마어마하죠?




네. 일년 평균 천 이백만원 정도인데, 육년이면 1억이 넘죠. 예전에 등록금을 주제로 의대생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80%가 등록금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돈을 낼 수 있느냐 아니냐, 등록금이 높냐 낮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만큼의 교육을 받느냐, 그 금액이 적절하냐 아니냐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자금 대출 비율도 굉장히 높았어요. 실제로 등록금 걱정하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구요.




의대는 실수 한 번에 환자 생명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위계질서가 중요해서, 그간 학생회 차원에서 소신 있는 말을 못했었는데, 이제는 하려고 해요. 등록금도 그만큼 사회적인 아젠다가 형성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반값등록금이 정치적 아젠다가 되어버려서, 반값등록금 얘기만 꺼내면 운동권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리니까 그게 좀 안타까워요.



 




 


ⓒ 의대협 페이스북


Q.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주5일 40시간 근무 준법투쟁이나 포괄수가제 반대 등을 둘러싸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들이 밥그릇 투쟁한다’는 부정적인 입장도 많은데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재 대한민국 의료 현실은 너무나 왜곡되어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와 국민 사이의 신뢰가 깨져있어요. 저는 그 계기가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의 파업이 국민들에게는 의사들의 ‘밥그릇 투쟁’으로 비쳐지면서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난 것 같아요. 의료정책은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 내용이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이런 왜곡된 의료 현실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의료정책이 도입되고, 그로인해 피해자가 발생하진 않을까 걱정돼요.

최근의 포괄수가제 같은 경우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비판 받아야 마땅한 일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의 편을 들었어요. 그 이유는 의사들이 포괄수가제를 반대하기 때문이었죠.


사실 의사는 무조건 돈 많이 번다는 말도 다 옛날 일이에요. 워낙 저수가라 동네 개인병원 같은 경우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도 손해만 보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제나 리베이트, 선택진료비 같은 것이 등장하는건데, 사실 정부에서도 그걸 묵인해줬어요. 선택진료비도 정부가 제안한 거죠. 그런걸 안 받으면 병원이 무너진다는 걸 아니까요. 저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베이트 같은 것도 쳐내야 하고, 제약회사의 프로모션으로 약을 결정하는 것도 안되죠. 이런 걸 다 쳐내고 바꿔야 한다고 봐요.
 


Q. 현재 진행중인 울림프로젝트도 그런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건가요?




네. 울림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왜곡된 의료현실을 바로잡고, 의사들의 투쟁이 그저 밥그릇 투쟁이 아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정착시키기 위함임을 우리 학생들도 나서서 알리고자 합니다.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저비용 고품질 의료서비스, 보장성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겉과 속이 다른 의료 정책들로 여론전만 펼치고 있는데요. ‘그 여론전, 우리도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 팩트만 가지고 하겠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그러려면 그저 끌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의대생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뭐가 문제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겠죠.




Q. 그저 정해진대로만 따르면서 평범한 의사로 살아가는 길을 택할 수도 있었잖아요?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튀는 행동’을 하고 계신건데, 이런 진보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남기훈씨로 하여금 계속 이런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뭔가요?


우리나라 의대생들의 95프로는 의사가 되면 임상의로서 클리닉으로 가요. 그런데 저는 그저 의사에 머무르는 것 이상의 꿈을 꿔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의사가 최종 꿈이 아니라, 최종 꿈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 의사여야죠. 의사들이 좀 더 다방면으로 진출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를테면, 의료 원천 기술을 개발해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거죠. 환자뿐만 아니라 전 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의사란 직업이고, 또 그것이 의사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리서치 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에요. 보건전문인들로 꾸려진 리서치 센터. 거기에서 기술을 개발 하고, 연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해서 그 수익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그런 꿈이 절 이끄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Q. 대한민국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 혹은 대선 공약이 무엇인가요?




부실대학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의사수를 늘리자, 지역접근성을 높이자 이런 말이 많은데, 사실 늘리고 줄이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의사를 배출하고 있는 의대 교육부터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어요.




10년전 쯤에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싶다고 요구했고, 교수도 절반 이상이 찬성을 했는데, 정당한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한 학생들은 다 유급당하고 교수도 모두 해고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실대학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실대학에서 문제가 발생을 해도, 보건복지부와 교과부 법이 얽혀 있어서 세 번의 정책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론은 ‘왜 하필 그 학교를 선택했냐’는 식으로 납니다.




부실대학문제는 의료계만의 이기적인 공약제안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문제입니다. 등록금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보완책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특히 사립대의 부실대학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정부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부실대학에서 썩어가고 있습니다.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통령은 단순한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5년간의 비전을 제시 할 수 있는 리더를 뽑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되든 다음 5년간의 국정운영방향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수습하는 국면일텐데요. 단순히 수습만 하는 게 아니라, 그걸 뛰어넘는 보다 획기적이고 소신 있는 리더로서의 비전을 제시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