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총학생회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온갖 리플렛과 대자보가 가득했다. 총학생회장으로 약속했던 1년은 지나고 이제 이 공간은 다음 총학생회를 위해 내어주어야 한다. 학생회장으로 지냈던 지난 1년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정나위 이화여대 학생회장과 1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Q. 이름이 되게 특이한데요?

한자가 아니고 순우리말입니다. ‘더할 나위 없다’ 할 때 쓰이는 ‘나위’예요. 안 그래도 많은 분들이 가명이냐고 물어보세요. (웃음)

Q.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이면서 사노위(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1년 동안의 활동, 어떻게 평가하시겠어요?

저희는 지향하는 정책과 공약을 학생들에게 모두 내보이고 당선된 총학생회예요. 주요 공약과 목표로는 등록금 투쟁, 학내 자치권 투쟁, 그리고 대안적인 학생 문화 구축과 사회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총학생회 등이 있었습니다. 이제 1년이 지났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쌍용자동차든 재능교육이든 큰 집회 위주로 밖에 참여하지 못한 점도 후회되고요. 좀 더 노동자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투쟁해야 했는데…
 

Q. 실제로 ‘반권’으로 분류되는 총학생회 후보들이 ‘총학생회 후보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하고 있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실제로 그런 학생들이 있죠. 학내 교육 투쟁을 하는 것과 사회 연대 투쟁을 하는 것과 모순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일부 학생들만이 그렇다고 봐요. 운동권 학생에 대한 반감과 사회 투쟁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가지며 학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여기죠. 반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연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중요 사안이 나올 때마다 대자보를 붙이는 데 그 효과를 볼 때가 있어요. 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진짜 쌍용차 문제는 다 알고 있구나, 그게 어쩌면 우리가 대자보를 많이 붙여서가 아닐까 느꼈죠. 반감을 가진 학생들의 의견이 일견 더 우세한 것처럼 보일 때도 많아요. 하지만 그런 의견이 더 우세해 보인다고 해서 저희가 내걸었던 ‘운동 속에서 운영될 수 있는’ 총학생회 역할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봐요. 저는 제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못된 반권적 여론에 맞서 우리가 맞다는 걸 충분히 입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1년 동안 그런 경험을 많이 했고요.



Q. 실제로 시간 배분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외 문제에 신경 쓸 시간에 학내 문제 먼저 신경 쓰라는 게 아닐까 싶은데. 교내 공약으로 내걸었던 교내 등록금 투쟁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이화여대의 적립금은 현재 6800억 원 정도이고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귀족학교라는 오해가 있는데 실제 이화여대에서도 10명 중 1명이 학자금 대출을 하고 있어요. 등록금 투쟁 같은 경우 1학년 때부터 쉬지 않고 지속되던 문제였어요. 식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립금 환원이 굉장히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학교는 계속 돈이 없다고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학교가 돈이 없는 문제인가? 싶어요. 학교의 적립금은 매년 전국 최상위로 보도되고 있었거든요. (적립금 환원에 대한) 명분이 가장 명확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적립금 자체를 쌓아놓는 걸 반대했어요. 왜 재학 중인 학생들의 등록금이 미래 어떤 일을 대비하기 위해 적립금이라는 항목으로 축적돼야 하나요? 저는 이 투쟁을 학교에서 1년 동안 해보고 싶었어요.

Q. 실제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인하 근거로 적립금을 사용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적립금 역시 액수는 크지만 장학금 명목, 건물 증축 명목, 교수 연구비 명목 등으로 쪼개져 어느 하나 손대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잖아요.

네 맞아요. 저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기구라고 생각해요. 등록금을 심의한다는 게 어떤 항목은 같이 책정하는 것도 있어야 하고, 학생을 주체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저 심의하는 것이 목적인 기구잖아요. 등록금을 책정하는 게 목표가 아닌 거예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안적인 기구인 것처럼 비춰졌는데 저는 그 기구 자체를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 있어 비밀 유지 조항이나,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임하는 학생 대표가 가진 정보의 한계 등으로 학생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거든요. 가능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 자체를 거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10번 가진 대학보다 1번도 안했던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이 더 높았거든요. 학생들이 정보를 많이 갖고 들어가거나 협상력이 높다고 이기는 게 아닌데 환상을 심어준 거죠.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임한 것 자체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인정한다는 표시예요. 결국 이 자리 자체에 대한 투쟁을 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저희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자체를 거부했는데 다른 학교들은 다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대표들이 여기 참여해 뭐라도 얻어 내야 하지 않냐’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들어가 얻어낼 수 있는 성과라곤 학교 측에서 하는 망언들 정도가 있죠. 대학들이 전적으로 주도권을 가진 위치에서 학생들은 그저 기어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등록금심의위원회 자체에 대한 투쟁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Q. 그렇다면 이화여대 등록금 투쟁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듣기로는 교내에 텐트를치셨다고 ……

저희가 주장했던 이월 적립금 투쟁을 모든 단과대 대표들이 반대했습니다. 학교가 말하는 적립금의 필요성, 예컨대 경쟁력을 위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가 현금은 많지만 부동산 재산은 그리 많지 않다, 천재지변을 대비해야 한다, 와 같은 학교 이데올로기에 포섭됐죠.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대표들은 그 말을 믿었던 거죠. 등록금은 3.5%가 인하됐습니다. 추가 인하를 위한 투쟁을 상반기 동안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부터 시작해서 등록금 인증샷 찍기, 요구안 소원서 쓰기, 학생 총회 소집 등을 이어나갔어요. 학생 총회는 비록 성사되지 않았지만 학교 당국이 좀 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학교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50일 정도 진행했죠.

Q. 꽤 긴 시간 동안 교내 등록금 투쟁을 해오셨습니다. 등록금을 획기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등록금을 내리려면 학생들의 투쟁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반값등록금 집회도 전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었죠. 그것 역시 의미가 있는데 학생 총회와 같은 학생들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수위 높은 투쟁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적립금을 걸고 전면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서명이나 대중 운동에만 참여할 게 아니라 저는 바로 학생들도 노동자들처럼 지금 당장 목숨을 걸고 등록금 인하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근혜 후보는 실질적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에 반대하고 있죠. 소득별로 등록금을 책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한계는 굉장히 명확하고 굉장히 시혜적입니다. 등록금 자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지 못하고 가난을 입증해서 장학금을 받게 한다는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지 못한 정책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당장 내년부터 국공립대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사립대 적립금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제가 볼 때 사학 재단과 적립금에 대한 투쟁 없이는 반값 등록금 절대 실현시키지 못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걸 건드리지 않는 거죠. 사학 자본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가 없는 문제인 후보의 공약도 비현실적이에요. 거의 이건 망상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결국 둘 다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대단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혹시 그렇다면 학내 문제나 화두에 대해 박근혜-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2명 다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박근혜 후보한테 ‘역사 인식 바로 하시고요’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결국 현 정부 정책을 수정할 거냐, 유지할 거냐, 이런 정도의 고민 밖에 안 남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두 명 모두 부적격자라고 생각합니다.

Q. 어째서인가요?

지금 가장 당면한 사회 문제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시각에서 차이가 나는데, 만약 모든 사회 문제들이 이명박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면 문재인을 뽑는 게 합리적이겠죠.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이 아닌 정동영이 당선됐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까요? 실제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빈민층, 여성 등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차이로 나타날까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정권 중에 진보적이었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정권에서도 열사들이 배출되고 비정규직 악법이 등장했잖아요. 과연 노동자들에게 문재인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단순히 이명박이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체제 변혁적인 관점을 가진 후보가 반드시 필요한 거죠. 



Q. 실제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모두 비판하며 ‘대선팡’이라는 대학생 대선 기구를 꾸렸는데요.

‘대선팡’ 자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시작한 투쟁 본부는 아닙니다. (지금은 BIG 2가 됐지만) BIG 3로 대선 구도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3개의 선택지를 수동적으로 보고 차악을 선택합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누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는 문제로 대선팡을 시작했어요.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굉장히 한계적인 안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능동적으로 대선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대선팡은 해소를 했고 이제 ‘대학생대선투쟁본부 노동자대통령학생선거투쟁본부’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Q. 이전에 꾸려졌던 ‘대선팡’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것이 변했나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기조에 상정했던 내용들을 투쟁으로 풀어낼 수 있길 바랐어요. 그러던 중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소연 동지를 후보로 내세운다면 이 기조들을 충분히 같이 돌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실질적인 선거 투쟁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전환하게 됐습니다.

Q. 김소연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나요?

당선을 상정하고 있지는 않아요. 저도 그렇고 김소연 후보도 그럴 거예요. 노동 계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이어나가기 위한 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라는 의도를 가지고 선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먼저 선거에 먼저 뛰어들었는데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에는 의회에서 어쨌거나 우리 편을 들어줄 수 있는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만들자, 는 잘못된 판단을 했던 거고.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든 뭐든, 그들이 지금 시점에서는 쇠퇴했다면 새로운 노동자 계급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한 거예요. 정말 노동자와 함께 투쟁할 수 있고 노동계급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변혁적인 관점에서, 뒤엎을 수 있는 후보를 필요로 하는 거예요. 김소연 후보는 체제 변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가 이렇게 완강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당선될 수 없죠. 하지만 변혁해나가는 과정 중에서 이런 대선후보 전술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노동자들의 열망을 담아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김소연 후보의 출마 의미인 것 같습니다.

Q. 하지만 저는 일견 노동자가 정치세력화 됐을 때 충분히 대중 정당 정치인들처럼 변할 혹은 포섭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정치 세력이 가장 중요하겠죠. 지금 세력은 당적 형태로 대응하고 있지만 저는 어쨌든 명확하게 사회주의를 걸고 있어야 하는 정당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정당만이 진정한 변혁의 주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향으로 세력화하는 게 좋을지가 문제인 거잖아요. 결국 노동자들을 어떻게 결집시킬 것이냐, 가 문제입니다. 노동자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권력을 세우는 것이 진정한 목표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 요즘 하는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대선 투쟁을 좀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노동자 후보의 필요성과 절박함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100인 학생 지지 선언, 기자회견, 강연회 등 학생들도 노동자대통령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여기고 우리 요구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요.
 

Q. 노동자 대통령 무소속 후보가 2명이나 출마했습니다. 진보신당 간의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순자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일화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고. 진보신당도 김소연 노동자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결정을 했는데 김순자 후보가 탈당을 하게 됐죠. 과연 공약에 큰 차이가 있을까?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운동 세력 안에서 모이고 토론하고 합의했던 일인데 일방적으로 탈당해서 선본을 꾸린다는 건 전체 운동에 있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의제가 다르면 조금이라도 이해하겠는데. 절차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기존 운동권 진영이 얼마나 자기 파괴적인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