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것. 대부분의 20대가 바라는 삶이다. 그래서 눈을 낮추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대들은 대기업에 가려고 아등바등한다. 과제에 치이던 대학교 시절과, 스펙을 쌓기 위한 고통의 나날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은 대기업밖에 없으니까. 또 부모님의 등골을 파먹었던 대학 등록금이 아까워서라도,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입사하기를 꿈꿀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고함20이 만난 사람은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두산 인프라코어 신입사원 김영환(가명, 28)씨다. 취업준비 과정부터 신입사원의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나 같은 사람도 취업했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대기업이라고 해서 좋은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 꿈만 크게 잡고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Q. 대기업에 취직하셨잖아요. 스펙이 좋으셨나봐요.

 

저는 사실 취업 준비과정에서 딱히 뭔가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인턴도 하려다가 말했고, 영어 공부도 거의 안했어요. 이력서에 써낼 내용이 없더라고요. 자격증도 없으니 동아리나 아르바이트 경력을 쓰는 게 고작이었죠. 4학년 2학기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해서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는데요, 남들에 비해서는 스펙을 갖춘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취업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어점수는 어느정도였나요?)토익 635 오픽 IL 토스 4급 이 정도였어요. 다른 대기업에 면접을 봤다가 꽤 떨어지기도 했고요. (참고로 그는 서울시립대 기계정보공학과를 졸업했다.)
 

 

Q. 비교적 짧은 준비 기간에도 두산에 들어가셨잖아요. 인적성이나 면접 준비는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두산은 디캣 (두산 인적성 시험)을 운 좋게 붙어서, 작정하고 총력전을 펼쳐서 된 거죠. 적성이 길고 어렵거든요. 게다가 유형이 완전 바뀌어서 나왔기 때문에 모의고사나 에듀스 문제집 같은걸 본 게 무의미하게 된 상황이었어요. 인성 역시 풀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질문을 던져야 하니까 힘들었어요.

 

 

면접같은 경우엔, 당시 면접 스터디라는 걸 처음 해봤어요. 제가 스터디원중에 가장 스펙이 안됐어요.  다른 사람들은 ‘모 기업 면접을 몇 차까지 붙었다’ 이러는데, 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었거든요. 열등감이 컸죠.  그리고 두산은 1차 면접이 중요해서 부담이 꽤 되는 상황이었어요. 면접 자체가 기업을 많이 아느냐 전문지식을 아느냐보다는 개인 인성을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삶을 곱씹어보고, 내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게 힘든 과정이었어요.

 

 

Q. 면접은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SI(인성면접)면접을 봤어요. 3명의 임직원이 저 하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부담이 생각보다 컸어요. 구조화 면접이라서, 면접 자체가 꼬리물기식 질문으로 이어져요. 저는 일단 되도록 솔직하게 말했어요. 제 이야기를 부풀리면 꼬이기 마련이니까요. 

사실 면접에서 떨어질 줄 알았어요. 면접관이랑 싸웠거든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살면서 창의적으로 했던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 답에 대한 설왕설래가 일어난 거예요. 면접장을 나왔을 때 기분이 안 좋았죠.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은 DISE 발표 면접(자료해석)을 봤어요. 지원자들에게 사업 계획이 제공되고, 그 자료를 해석한 다음에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면접이거든요. 그런데 반 정도 포기한 채로 발표했어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고 면접 끝나고 그냥 술 먹으러 갔죠.

 

 

 

1차를 정말 극적으로 붙고, 2차는 회장단 면접이었는데, 크게 부담 갖지는 않았어요. 이것만 무난히 통과하면 합격이었거든요. 물론 여기에서도 떨어지는 사람은 있다고 해서 걱정은 약간 됐죠. 그런데 막상 가서는 정말 편하게 봤어요. 같이 스터디했던 친구가 마침 면접장에 있길래, 신나게 떠들고나서 회장님을 봤어요. 즐겁게 이야기 한 후였으니까 웃는 낯이었고, 입도 풀려있으니까 말도 술술 나와서 잘 통과했던 것 같아요.

 

 

 

Q. 신입사원 연수과정은 어떠셨어요? 힘들진 않았나요?

 

그룹연수를 2주하고, 인프라코어에 와서 2주를 더 했어요. 그리고 지금 있는 인천 공장으로 내려와서 1달 정도 교육을 받았고요. 특별히 힘든건 없었고, 까다로운 과정은 있었죠. 인프라코어에서 연수에서는 어떤 제품을 외국 박람회에 내놓았다고 생각하고 소개를 하는 과정이 있어요. 그림. 글. 상황 같은 걸 미리 다 짜놔야 하는데, 영어로 하는 부분이 어려운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잘 소개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어요. 생각을 확장시키고, 또 국제화시키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죠.

 

 

그리고 WTI 라고 회사내에서 잘 된 물건의 개발사례를 우리가 연극으로 재연출을 해내는 것도 했어요. 에피소드가 있으면 이걸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연습하고, 기획하고, 소품 준비하는 과정이 쉽잔 않았어요. 밤도 새야 했고요. 이를테면 여기있는 (카페의 테이크 아웃 컵을 가리키며) 커피컵을 만들었는데, 이 컵을 만드는 과정중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갔거나, 소통을 많이 해서 어려움을 해결한 부분을 저희가 연출해내는 거였죠.
 

 

 

 

Q. 연수를 마치고 현재는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고 계신건가요?

 

 

지금은 굴삭기 제품 개발 일정을 관리하는 총괄하는 PLE (product lead engineer)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요.
 

 

 

Q. 회사에 들어온 지 5개월 된 신입사원이잖아요. 회사생활에서 힘든 점은 없나요? 이를테면 야근이나 회식이 너무 잦다거나

 

업무 시간, 업무 강도 같은 건 문제 없어서 업무 내적인 스트레스는 많지 않아요. 아직 업무를 많이 안 받기도 했고요. 야근도 강제로 하지 않고,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지도 않아요. (두산이 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소문도 있던데, 이를테면 회식 다음 날에는 늦게 출근해도 넘어간다든지?) 지금은 OB맥주를 매각했기 때문에…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불만이라고 한다면 업무외적인 부분에 있을 거예요. 대외적으로 알던 두산의 이미지와, 들어가서 보는 두산은 분명 달라요.두산이라는 기업이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잘 갖췄잖아요. ‘사람이 미래다’ 캐치프래이즈를 걸고 있기도 하고, 조직보다 개인을 살려주는 회사의 느낌이 강하죠. 그래서인지 저도 원대한 꿈을 가지고 들어왔거든요. 확실히 생각했던 것과 실제 회사 분위기는 차이가 있어요. 사실 어느 회사든 똑같은 것 같아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자기가 들어올 때 생각했던 업무와, 막상 하고 있는 업무는 차이가 있대요.

 

 

저희 선배들도 미리 이메일로 ‘생각했던 것과 회사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어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느끼는 것, 그것이 모든 신입사원이 겪는 고충들이 아닐까요. 물론 저희 회사는 점점 나아지는 방향에 있어요, 과도기랄까?
 

 

 

 

Q. 영환씨가 있는 곳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유로워요. 제가 할 말 못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제가 비판을 해도, 그것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안하고, 해결책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위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요. 그리고 내부 인트라넷같은데서는 소위 ‘까놓고’ 이야기 하라는 분위기가 있고, 밑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회사 간부분들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회의가 많은 것도 피곤하긴 하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고요.
 

 

 

 

Q. 장점만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아까 말씀한 ‘현실과 이상’의 격차에서, ‘현실’이란 무엇인가요?

 

 

글쎄, 아까 말한 ‘현실’도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회사를 저희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잖아요. 좋은 문화나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지만 정착이 되지 않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눈에 보이거든요. 제가 들어가서, 동기들과 함께 (회사를)바꿔나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잖어요. 조직 분위기는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부분이지만, 그밖에 업무 관련한 체계나, 세세한 부분에서의 매뉴얼을 만드는 것 등에서 더 좋은 쪽으로 바꿔나갈 여지가 충분한 거죠.
 

 

 

Q. 회사생활의 점수를 매기자면요.

 

 

85점. 현재로서는 분명 만족을 하고 있지만, 소소한 불만 사항이나 개선해야 될 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정도 점수를 줘야 할 것 같아요.
 

 

 

Q. 점수가 높네요. 잘 적응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회사생활 안에서 영환씨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회사생활에서의 강점은 제가 하고싶은 말을 다 한다는 점이에요. 회사에 대해서 불만이나 개선사항에 대해 되도록 말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투덜쟁이는 아니에요. 회사가 나한테 무엇을 해주기 바라기보단, 내가 회사에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업무가 사실상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일이거든요. 중재를 할 수 있는 업무를 받은 이유중에 하나가, 남들에 비해서는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그런것 같아요. 아부하거나 유들유들하게 굴진 못해도, 저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있어요. 그 점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고요.


 

 

Q. 회사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지금 목표는 ‘프로젝트 매니저’ 자격증을 따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맡은 기종을 잘 나가는 굴삭기로 만드는 거죠.
 

 

 

Q.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취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당부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같은 사람도 취업했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앞서 말했지만 저는 남들보다 취업 스펙이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제 주변에서도 가장 먼저 취업 됐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제가 된 걸 보면, 분명 다른 사람들도 능력이 쓰일 수 있는 곳이 있을 거예요. 자기에게 맞는 회사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대기업이라고 해서 항상 좋지만은 않거든요. 현실하고 이상은 분명히 다르고, 너무 꿈이 크면 회사를 금방 나간다고 해요. 사실 어느 회사를 가도 자기가 꿈꾸는 대로 회사생활 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업준비하면서 느낀 게 기업마다 학벌을 다 본다는 거예요. 기업이나 정부가 학벌 타파를 외치고 있긴 한데 지금 당장 고쳐질 것 같지 않아요. 제가 다니던 시립대만 해도 한동안 모 자동차 회사를 잘 가다가 뚝 끊겼거든요. 기업 내부적으로 학벌 기준이 자주 바뀌고 있다는 증거예요. 스카이급이 아니면 학벌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취업도 학벌에 좌우되고 있는데 이런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