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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 “미친 사람이 매력적이에요” 시인 김승일



시를 쓰는 것에는 특별한 기질이 필요한 게 아냐, 시를 좋아하면 시를 쓸 수 있어
아름다움을 좋아하지 않아
 ‘미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어
예술가를 실적으로 평가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 예술가는 믿어줘야

  



‘부모가 죽고 세 달이 흐르자 형제는 화장실 청소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워를 할 때마다 바닥에 오줌을 누는 동생, 치약 거품을 천장에 뱉는 형, 바닥은 노란색, 천장엔 파란 얼룩, 형제는 일주일 전부터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 「방관」中

시인 김승일(26)이 나에게 자신의 첫 시집<에듀케이션>이 어땠냐고 물어봤을 때, “바닥에 오줌을 누고, 치약에 천장을 뱉는 행위가 나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요즘에 들었던 시에 대한 평 중에 가장 좋았다. 그런 행동들이 기억에 나는 게 좋다. 잊혀지지 않는 행동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경험(행동)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다. 그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시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행동,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우울한 얼굴로 앉아있어서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표정이 어두워보인다고 말을 꺼내니, 여자친구와 싸워서 약간 우울하다고 했다. 다행히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서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점점 밝아지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예민한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시인에게 무례한 질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니 “안철수의 딸에 대해 물어보는 것처럼 사람을 음해하러 드는 것만 아니면 상관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질문을 받고 그것에 대해 대답해주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Q. 첫 시집을 내고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초청 강연이나 문화 콘서트를 몇 번 했어요. 시도 계속 썼죠. 지원금 받는 거나, 우수문학 도서 선정에는 떨어지고 여자친구가 생겨서 대공원 다리 위에서 결혼(혼인신고는 안 했어요)도 했어요. 요즘에는 시는 조금 덜 쓰고 있고, 그리고 대학원 시험을 봤어요.

이곳 저곳 가기도 했어요. 친구가 대구에 살아서 대구에도 자주 놀러가고, 남부터미널, 강남구청, 선릉등도 다녔죠. 요즘에는 술을 많이 먹었는데, 같이 술 먹던 형이 폴란드로 갔어요. 이젠 술 먹을 사람도 없어요.


Q. 술은 잘 드시나요.

원래는 못 먹을 때까지 먹거나, 잘 때까지 먹어서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친구랑 간단하게만 먹었던 것 같아요. 와인이나 막걸리 같은 종류로.


Q. 시 쓰는 사람은 우울하거나 술에 취했을 때 기분 내키는 대로 쓸 거다, 이런 종류의 편견이 있잖아요. 술 먹고도 시 쓰시나요?

자기가 시를 쓸 수 있는 몸을 만드는게 중요한데요, 술에 취하거나 우울할  때 쓰는 사람도 있겠죠. 그 사람들에게는 그게 몸이니까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게 몸이 아니죠. 저는 시간을 어느 정도 두고, 집중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을 원해요. 그리고 시를 여유 있게 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것도 준비가 됏으니까 그러는 거죠. 준비 과정이라면 매일 있는 거고, 저는 지금 당장에도 준비하고 있어요.
 

Q. 시를 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일종의 ‘특이한’ 기질이 갖춰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번에 이인성 선생님 홈페이지에 칼럼을 썼거든요. 아무 글이나 써달라고 해서 거기에 미친 사람에 대한 걸 썼어요. 뭐라고 썼냐면 ‘옛날부터 친구들이 나를 미친놈이라고, 싸이코라고 불렀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시인 기질’이 있다는 걸 믿지도 않고요. 시 쓰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시를 쓸 수 있느냐 마느냐죠. 계속 시를 잡고 있을 수 있느냐 아니냐 이 문제예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하고 계속 만나느냐 아니냐의 문제랑 다를 게 없다고 보고, 시인의 기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Q. 시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것 자체가 보통 사람들이 하기엔 힘든 일 아닌가요?

저는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인가 봐요. 계속 끝난 걸 생각해요. 미련이 남아서라기보다는 기억을 남들보다 더 잘해요.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는 기억을 많이 하는 편이고, 하루에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다 떠올리며 사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것들을 자꾸 생각하다보면 이것들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거죠. 기질이 만약에 있다면, 과거를 조금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할까? 스토리텔링 같은 경우야 관심이 있고 하려고만 한다면 그런 기술등은 생길 것 같고, 다음은 시를 정말 좋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겠죠. 저는 정말 시를 좋아하거든요. 기질보다는 선호도의 차이겠죠.
 

Q. 학교에서는 (한예종 극작과) 희곡 같은 것도 쓰셨잖아요. 희곡은 시에 비하면 어떤가요?

저는 희곡이 제 시보다 좋아요. 희곡을 잘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와 다르게 딱히 희곡을 많이 안 쓰고, 그쪽으로 모든 걸 다 쏟아 붓진 않아요. 이유는 시는 한 번 쓰면 또 금방 한 번 쓸 수 있고, 완전히 새롭게 쓸 수 있고, 저번에 했던 식으로 안 쓸 수 있잖아요. 그런데 희곡은 그것보다는 어려운 것 같아요. 완전히 새롭게 쓰긴 힘드니까.
 

Q. 승일씨 시에도 희곡같이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산문으로 이뤄져있기도 하고.

시 쓸 때도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 아닌데, 하다보면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가 있어요. 이게 내가 봤던 이야기가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쓰죠. 지금 당장 소설을 안 쓰는 이유는, 시에도 서사를 담을 수 있잖아요. 시는 게다가 빨리 끝내버릴 수 있고요.

저는 묘사를 별로 안 좋아해요. 묘사하는 게 재미있지가 않아요. 아름다운 것, 예쁜 것, 멋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시도 멋있게 쓰는 거 안 좋아해요.
 

Q. 아름다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유리해변이라는 시가 있어요. 문학과 사회에 여름인가 발표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중에 하나예요 바닷가마다 유리를 깔고 다니는 사람이 나와요. 그 해변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라서, 유리를 깔아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하는 거예요. 거기서 유리까는 사람이 저거든요. 왜 유리를 까나면, 왜 이게 아름다운 것인지, 그걸 알고 싶어서 제가 직접 유리를 깔아 보는 거예요. 이 시를 쓸 때 엄마 아빠와 여행을 갔을 적의 생각을 했어요. 엄마 아빠는 차타고 가다가 ‘멋있는 산’을 보면서 시상이 떠오르지 않냐고 저에게 물어봤거든요. 하나도 안 떠올라요. (여기서 목소리가 커졌다.) 그건 머리로 이해하는 거예요. 인도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길 베스트3에 드는 곳도 가봤어요. 오랫동안 차타고 가 봤는데 ‘멋있어요.’ 그런데 그 뿐인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시상이 떠오르는 걸 원해요. 바닷가 같은데 가도 ‘크다’, ‘숭고하다’ 이렇게 머리로 (이성적으로) 이해할 뿐입니다.

Q. 그러면 어떤 것을 보고 시상을 느끼시는 편이세요?

그때그때 다른데, 요즘에는 사람을 보고 많이 느껴요. 저는 사람이 좋아요. 관심이 있고, 사람들이 뭘 생각하는지가 재밌고,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일이 뭔지 알고 싶어요. 예컨대 제가 쓴 시 중에 ‘부담’이라는 작품에서, 엄마아빠가 죽었는데 실제로 중요한건 화장실에서 나온 쥐가 무서운거고, 그게 실제로 겪는 거잖아요. 슬픈것도 없지 않겠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집에 쥐가 나오면 꺼림직 하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쥐가 변기통에서 확 나온다 생각하면 끔찍할 것 같잖아요. 그게 실제로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요. 그런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런걸 자꾸 까먹으니까요.

Q. 요즘에는 새로운 시를 쓰실 것 아니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서 시상을 얻어서 쓰고 계신가요.

미친 사람에 집중해요. (나중에 그는 미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정정하여 말했다.) 광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SF시를 쓰려고 노력했는데, 종교적인 이야기만 자꾸 나왔어요. 저는 인식을 항상 새롭게 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으로 쓰고 싶은데, SF가 딱 거기에 맞거든요. 그래서 SF로 쓰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개별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이 덜 나오다보니까 관념적으로 종교 얘기만 자꾸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캐릭터를 다루고 싶었고, 미친 사람에 집중을 했어요. 요번에 쓴 시 중에 ‘인식론’이라는게 있어요. 갑자기 사람들이 도망가요. 저도 영문을 모르고 도망가요. 사람들이 순수해보여요. 자기들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생명에 위협을 느끼니까 도망가요. 그런데 아는 게 없으니까 ‘무슨 일이 벌어졌니’라는 말밖에 못해요. 그렇게 재미있는 상황에 빠져있는데 저널리스트 같은 사람이 말해요. ‘순수하고 당황한 이게 생명에 위협을 느끼니까 도망갔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니’라는 말밖에 못해요. 아는게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는 척도 안해요. 그래서 재미있는 상황에 빠지는데 어떤 저널리스트 같은 사람이 와서 ‘사람들이 순수하고 당황한 저 모습이 이상하다. 저거 우리 한번 관찰해보자.’ 저한테 말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머리통이 터져요. 왜 터지는지는 모르겠어요. 다음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을 가장 끔찍하게 묘사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당당한 문체를 좋아하고 그건 성경같다’라고 말해요. 그렇게 말하고 난 후엔 신처럼 생각되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걸 봐요. 그 사람은 전혀 순수하거나 평범해 보이지 않아요. ‘그 사람은 머리통이 있을 자리에 머리통이 없었다.’ 이렇게 끝나요. 왜 이런 시를 쓰냐면, 그게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옛날부터 미친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도대체 왜 미쳤지, 도대체 왜 저러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가끔씩 왜 저러는지는 알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게 하고요. 나중에 가서는 그 사람이 왜 저러는지, 미쳤는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걸어 다닐때의 에너지나 그 사람이 하는 행동들이 저를 새롭게 만들어줘요. 지치지 않게 하고.

하지만 싸이코패스나 연쇄 살인마를 이야기하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은 무서워해요. 저는 첫 시집이 에듀케이션인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가르쳐주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싸이코패스는 무섭잖아요. 교육이 안될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적인 연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무서운 거 말고 제가 말하는 미친 사람은 예컨대, 다른 사람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죠. 
 

Q. 철학적인 부분하고 관련이 있나요

아뇨. 상징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미친 사람을. 우리 엄마도 미친 사람이고 나도 미친 사람이거든요. 고함20에서 글쓰는 것도 미친짓이고, 제가 보기엔 다 미친 짓이죠.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하면서, 그 일이 자기에게 맞다고 하는 거 자체가 일종의 미친 짓이죠. 그 강도가 얼마큼 센지, 또는 그게 세지 않더라도 미친 짓이라는 걸 제가 글로 써서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결국 모든 사람이 미쳤다는 이야기 같은데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걸 빼곤.

제가 말한 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미쳤다는 게 아니라, 어떤 행동들을 보면 그게 새로운 선택, 남다른 선택일때가 있잖아요. 그게 좀 이상해 보일때도 있고요. 미친 사람이라기 보단 이상한 짓이라는 게 맞겠네요. ‘미쳤다’는 자기계발서 제목 같잖아요. 이상한 거죠. 이상한걸 보는 게 좋은 거죠.
 

Q. 시는 어떻게 쓰세요, 이걸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굴려서 조직하는 건가요, 아니면 ‘자동기술법’처럼 머리 안에 있는 걸 술술 말하는 편인가요?

저는 한 줄 한 줄 써요. 한 줄 쓰고 그 다음 줄 쓸 때는, 인식이 확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면, 뭔가 정말로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안 넘어가요. 그래서 구성해서 쓴다거나 이런 것도 필요없어요. 구성해봤자 시도 망치고… 자동기술법으로는 절대 못써요. 시쓰는 것이 놀이라고도 생각 안 하고요. 황병승 시인(자동기술법으로 쓴다)은 놀이니, 재밌니,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저는 시 쓰는게 놀이라고 생각 안해요.
 

Q. 시를 좋아하지만, 쓰기 싫어질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살기 싫어지면 시가 쓰기 싫은데요. 기분이 우울할 때도 시가 잘 안써져요. 저는 우울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우울한 거거든요. 물론 우울할 때 시를 쓰면 조금 마음이 풀리죠.
 

Q. 시를 쓰면서 그것을 볼 독자들은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의 표정을 생각해요. 이 구조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리고 내가 쓴 시에 나온 인물이 한 행동이나, 이미지가 그 사람의 머릿속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 사람의 머릿속에 남아서, 그 시를 자꾸만 생각해줬음 좋겠어요. 가끔씩 너무 지루하고 지겹고 답답할 때 내가 썼던 시의 이미지와 인물들을 생각해서, 갑자기 모든게 다 괜찮아지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고.
 

Q.2009년에 등단하고, 올해 첫 시집을 내는 동안 독자들이 많아졌잖아요. 문단에서 주목받는 신인이기기도 하고요. 심지어 탤런트 신세경도 승일씨의 시를 트윗에 올리면서 팬임을 인증한걸 봤어요. (그는 “신세경이 그거 말해줘서 시집이 많이 팔렸어요. 나중에 밥 한 번 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나름 이쪽에선 이름이 좀 있는 편인데, 유명해진 기분이 어떠신가요?

아무 상관 없어요. 사는데 크게 영향을 끼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시 쓰는데 영향끼치는 것도 아니고 부담감도 옛날보다 훨씬 없어졌죠. 사실 그것보다는 평단에서 언급되는게, 신경 쓰였어요. 옛날에는 거기에 많이 영향을 받았죠. 왜냐하면 자주 언급이 됐으니까요. ‘나는 여기에 휘둘리지 않을 거야’ 생각한 순간 휘둘린 거 잖아요. 저는 이제는 아무 생각 없어요.

헤어조크랑 하모니 코린이라는 영화감독을 좋아해요. 헤어조크가 하모니 코린에게 말해서, 하모니 코린이 박찬욱 감독에게 전해서 기사화가 된 부분이 있어요. “불평하는 문화에 길들여지지 말아라”는 말이에요. 저는 지원금도 다 떨어지고, 뭐도 안 되고 뭐도 안 되고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아요. 군대도 가야해요. 그런데 불평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평론이나 이런 게 실제로 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내가 쓸 수 있는 시는 더 많고, 내가 발표할 수 있는 지면도 다른게 더 많을거라고 생각해요. 시를 안 쓰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건 되게 많고, 내가 만들고 싶은 매체는 많으니까요. 하모니 코린이 헤어조크한테 들은 말은 이거였어요 ‘영화를 찍는데 돈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아라,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찍으면 될 거 아니냐’ 마찬가지로 시를 쓰고 싶으면, 쓰면 돼요. 시 쓰는데 엄마 돈 필요한 거 아니에요. 글 쓰는 건 돈도 안들어요. 사당동 카페베네를 예전에 엄청 자주 갔는데 커피값 3000원만 있으면 되잖아요. 하루 18시간도 앉아있을 수 있고. (답변의 방향이 살짝 빗나간 것 같았지만, 그는 다시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듯 했다.)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등단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죠.이 제도의 가장 중요하고 좋은 특징 중에 하나는 이걸(등단) 하면 책을 내 준다는 거죠. 괜찮은 출판사에서 내기 수월하고, 그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니까요.
 

Q. 하지만 대부분 시를 읽거나 쓰지 않아요. 현대사회에서 ‘시’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시는 잘난 사람이 쓰는 게 아니죠. 시는 엘리트들의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사람들의 것도 아니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것이죠.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고 쓸 수 있는 거죠. 파이프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파이프 담배를 피는 것과 똑같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파이프 담배 피는 건 아니잖아요.

시가 좋아요.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조금 있고, 우리나라엔 문창과도 많고, 국문과도 많고, 계속 시 지망 하는 사람도 기이하게도 있고… 저는 소설도 쓸 수 있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시를 쓰고 있는 거에 대해서 만족해요. 사실 시가 돈이 되진 않아요. 3쇄 찍었는데 돈 많이 안 되고, 10쇄 찍어도 대학원 학비밖에 안된다고 해요. 그런데 그거야 다 그런 거죠. 지원금 있긴 하지만 다 떨어져요, 왜 떨어지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정말 열심히 하는데… 하지만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죠. 불평하는 문화 길들여지면 안 되니까(웃음) 그리고 돈 안준다고 시집을 내주는 출판사가 없다고 해서 안 쓸 것이냐. 절대 아니거든요. (목소리가 또 커졌다.) 계속 쓸 거예요. 다른 뭔가를 해서라도 쓸 거예요. 왜냐하면 시 쓰는 게 좋으니까. 사실 시 쓰는 걸 그만두면 살 이유가 없으니까. 나는.
 

Q. 얼마 후면 대선입니다. 정치에는 관심 있으세요?

정치는 당연히 관심 있죠. 중요한 일이니까. 그런데 대선 뉴스 보면 엄청 답답하지 않나요. 왜냐하면 무슨 이야기 하는 잘 모르겠으니까. 만날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고… 사람들이 실제로 뭐가 바뀐다는 거고, 실제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알 수가 없으니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새롭지가 안잖아요. 너무 답답해요.
 

Q. 지지하는 후보는 있으신가요.

지지하지 않는 쪽은 있죠. 지금 여당은 지지하진 않아요. 제가 한예종 다니는데, 한예종 사태도 이번 정부 들어서 일어났던 거잖아요. 아니 만든 지 몇 년도 되지 않는 과를 없애니 마니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실적을 따지잖아요. 어떻게 예술이 실적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러면 시는 왜 써야 돼요? 그 사람들 말대로 하면, 시 쓰는 사람들은 전부 미친 사람, 이상한 사람, 또라이들인데… 제가 (시인들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건 맞긴 맞네요 (웃음)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거니까


Q. 시인으로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사실 예술가는 믿어줘야 해요. 어떤 작품을 냈으니까 인증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하고 있고, 이 사람 마인드가 어떤지 살펴보고 이 사람을 지원해야 돼요. 이 사람이 글을 쓰든 말든, 지금 당장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내겠지’라고 믿어주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이게 무슨 사업처럼 되어버렸잖아요. 자꾸만 사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믿어줘야 하는 거예요. 국가가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길거리의 사람들은 소설가나 시인들이 바보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1:1로 ‘시인이 세상에 불필요하다고 생각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불필요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요. 가끔 멋 부리는 사람은 ‘아 불필요하죠’ 이렇게 말하겠지만. 잘 모르는 소리죠. 시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있다는 건 중요하니까.

 
 

그는 개인적으로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작은 집이라도 있으면 (전세든 월세든) 뭐든 더 나아질 것 같다고, 비교적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괴짜 같아 보이는 시인도 보통의 20대와 별반 다른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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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ch

    2013년 2월 17일 03:08

    시에 미친 사람은, 참 매력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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