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저도 이정희에겐 못 당합니다.” 보수논객 변희재씨가 지난 4일 대선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토론장면을 보고 한 말이다. 이날 대선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는 연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인터넷 공간엔 대선토론회의 모습을 패러디한 내용들이 연신 네티즌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분명 인터넷에서의 반응만을 보면 이번 대선토론회는 꽤 흥행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박근혜, 문재인 지지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손익을 계산한 관전평을 쏟아냈다. 언론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조선일보는 “전문가 10人에게 “첫 대선 TV토론 승자는 누구?” 물으니”라는 제목으로 전문가들의 토론회 평가내용을 전달했다. 한겨레는 “‘다카키 마사오’가 포털 검색 1~2위 된 이유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인터넷판 메인을 장식했다. 
이처럼 대선토론회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토론 내용을 들춰보면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의 핵심을 찾기 어려웠다. 권력형비리 근절방안을 두고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정치검찰의 인적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필요하다면 어떤 방안으로 할 수 있다 생각하나”고 묻자 박 후보는 “이번에 검찰개혁에 대해서 발표한 것을 아마 알고 계실 거다.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에 따라서 검찰이 개혁이 될 거고 대통령이 되면 강력한 의지로 실천할 것이다.”라며 ‘찾아보면 안다’수준의 하나마나 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대북정책을 두고 박근혜 후보가 이정희 후보에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관련된 북한 책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지만 이정희 후보는 ‘통일의 상상력’을 운운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사회자의 질문 선정 자체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사회자는 세 대선후보들에게 모두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 해소방안”에 대해 물었다. 5년 간 행정부의 수반을 맡을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대통령은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자리이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호오의 감정을 바꿔놓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이러한 질문은 100분토론의 주제로는 썩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대선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방송토론에서 나와야 할 질문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방송 토론회는 정보 접근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신문지면을 통해 각 후보들의 정책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직접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어떤 공약이 있는지 점검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신문, 인터넷과 같은 매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이 있다. 노인, 일용직 노동자등에게 방송을 통한 대선토론회는 후보자의 정책을 직접 듣고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다. 대선토론회에서 빈말이 오고가는 동안 정보소외계층의 후보자 선택권은 점점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