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은 새누리당 쪽에서 꽤 자주 나오는 말이다. 주로 야당이나 진보세력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쓰인다. 대표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시장직을 걸었던 일이 있었고, 최근에도 문재인 캠프의 ‘일괄적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박근혜 캠프에서는 ‘무차별 공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새누리당 스스로가 포퓰리즘의 덫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의 ‘의원정수 축소안’을 새누리당에서 들고 나온 것이다. 

어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여야간 합의로 합리적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이 안 전 후보의 ‘의원정수 축소안’을 비판적으로 봤던 것을 생각하면 갑작스런 변화다. ‘의원정수 축소안’ 이 논란이 될 당시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이용한 선동정치’라고 비난했다. 이상일 대변인 역시 “국회 의석을 1석밖에 갖지 못한 안 후보가 무슨 힘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라며 비현실적 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랬던 새누리당이 이제는 민주당에게 의원정수 축소를 골자로 한 정치쇄신안을 같이 논의하자고 이야기한다.


 

안 전 후보에게 ‘정치 아마추어’라고 말하던 새누리당이, 그들이 ‘아마추어’라고 지칭하던 사람의 정치 쇄신안을 역으로 야권에 제안하고 있다. 우스운 일이다. 표가 궁하다 보니 말을 바꾸고, 그들 스스로 광범위한 정치 혐오와, 안 전 후보의 인기를 이용하는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더구나 의원 정수 축소가 좋은 정치 쇄신안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의원 정수 축소가 정당과 의회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하고, 정책화 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 국회다. 의원정수가 줄어들 경우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노동자나 서민, 소수자들을 대표하는 의원들 역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약자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통로가 줄고, 정치가 시민들에게 더욱 멀어지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셈이다.

최근 여야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국회의원 지원금, 정당 보조금 감축안도 마찬가지다. 정작 지원금이 줄어들어 피해를 보는 것은 군소정당이나, 재산이 부족한 정치인들이다. 이러한 정치쇄신안은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양 비춰져서, 일시적으로 정치쇄신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은 아니다.

새누리당의 ‘의원정수 축소’ 제안은 진정성이 의심될 뿐더러, 그 방향도 옳지 않다. 정치쇄신은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불만과 문제제기를 정당과 의회가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의원정수 축소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