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치학자 조르조 아감베는 『호모 사케르』라는 책을 통해서 이런 말을 했다. “각 시대의 법과 규정하는 제도에 의해 어떤 이들은 ‘사회/정치/문화’적으로 배제 당해, 오직 생리적으로만 존재하는 생명들이 있다. 그리고그  생리적 연명만을 하는 사람들은 벌거벗은 생명, ‘호모 사케르’라 말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신문에서 보도된 사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질 때가 많다. 2009년 용산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철거민들이 타죽어 갈 때, 비현실적인 법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에 탈락한 할머니가 시청 앞에서 자신의 몸에 칼을 찔러 자결할 때 그리고 매년 이런 일들이 사라지지 않고 반복될 때, 우리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진다. 바뀌지 않는 제도와 환경에 의해 배제된 빈곤층의 삶과 존재는 결국 벌거벗은 존재, ‘호모 사케르’로 만들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벌거벗음’에 반대하고 빈곤을 겪는 ‘호모 사케르’들과 함께 우리가 함께 ‘살아있다’를 증명하려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과 살아있음을 함께 외치는 부산 반빈곤센터의 최고은(27) 사무국장, 그녀가 활동하는 반빈곤센터 사무실에서 그녀의 저항적인 목소리와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안녕하세요. 부산 반빈곤센터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단체 슬로건은 ‘빈곤과 차별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이고요. 주로 빈곤과 차별에 대한 활동과 빈곤에 대한 교육들을 하고 있습니다.
 

Q. 반빈곤센터는 요즘 어떤 활동들을 하시나요?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데요. 정기적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권리의식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상담을 하고 매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0월 17일 사회적으로 빈곤을 자발적으로 주체적인 의미를 담아서 빈곤철폐의 날의 지정해서 시민들과 함께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또 대선을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장애인 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만인 엽서쓰기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대선후보에게 그 뜻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Q. 매년 대학생들과 빈곤문제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드신다고 하셨어요.

사실 재개발 주거빈곤과 같이 주거권에 대해서 학생들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나 시간들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빈곤철폐활동 (이하 빈활)인데요. 대학생들이 자주가는 농촌봉사활동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하지만 농활과는 조금 다르게 저희는 가서 그냥 일을 도와주고 봉사활동했다로 남는 것이 아닌 주민들과 학생들이 연대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있으면,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으로 강연을 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주민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직접 알려줄 수 있구요. 그리고 함께 밥도 먹으면서 쌓이는 정같은 것도 있구요. 이처럼 제 3자의 입장에서 관망하듯이 현실을 보는 것보다 학생들과 함께 그 생활 속에 들어가서 함께 겪고 배우고 그리고 빈곤의 문제들을 함께 알리는 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Q. 현재 반빈곤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은?

많은 것들이 있지만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기초생활법을 개정하는 것이에요. 지난 8월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탈락한 할머니가 거제시청 앞에서 자결을 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분의 유서에서 “법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켜야하는데, 나는 보호받지 못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정말 이 부분은 제도의 현실을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사건에 대해서 처음 언론보도가 나길, 사위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어떤 복지혜택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했지만 후속보도에 따르면, 알고보니 빚이 많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부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드러났죠. 일률적인 법과 제도에 대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현 복지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이야기인가요?

부양의무제는 부양자가 직계 1촌의 자녀와 그 배우자까지 부양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자식과 의절한 부모도 있고, 앞서처럼 실질적으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요. 이처럼 지금 법 자체가 사적인 부양의무를 너무 강조하기도하고 일률적인 법의 기준으로 인해서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 2010년부터 이미 보도를 통해서 드러난 것들만 해도 부양의무제로 인해 억울하다면서 자살하신 분이 8명이나 되요. 그리고 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현재 기초생활수급권과 부양의무제로 인한 복지사각지대에 계신 분이 100만명 가까이 된다고 해요.

최근에 장애인 운동 하시던, 故 김주영 씨가 화재사건으로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는데요. 같은 주택에 살고 있던 다른 분들은 다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사실 5분 만에 진압될 수 있던 큰 불인데도 활동보조를 받지 못해서 희생되셨어요. 김주영 씨 또한 높은 벽의 복지제도(활동보조, 기초생활수급)를 받지 못해서 복지사각지대 속에서 돌아가신거죠.

이처럼 빈곤를 만들고 장애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특성과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식과 제도로 인해서도 빈곤이나 장애같은 것이 만들어지죠. 어떻게 보면, 사회제도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Q. 고운 씨가 생각하기에 빈곤철폐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뭘까요?

지금 복지 제도는 빈곤층의 자립에 대해서 오히려 방해하고 막는 현실이에요. 부양의 개념만해도 그래요. 10년 전만해도 부모를 부양하고 동거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부양을 개인보다는 사회적으로 부양해야한다는 의식이 확장되었죠. 먼저 이런 사회적 인식과 배경을 따라가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각 계층이 스스로도 권리의식을 찾고 스스로 문제의식을 확장시키고 목소리를 외쳐나가는 것, 두 가지 요소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고운 씨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어요. 왜 사회운동가(활동가)가 되셨나요? 그런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책이나 신문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아주 기초적인 질문들을 많이 했어요. ‘지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왜 굳이 헐어버리고 좋은 집을 지어야하는가?’ ‘누구네 집은 좋은 차가 2~3대이고 좋은 집에서 사는데 왜 다른 쪽에서는 절망에 가까운 빈곤에 시달리는가?’ 같은 질문들이요.

사실 저는 중학교 때,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2009년 1월 20일 새벽에 재개발 철거민들이 경찰의 진압으로 불에 타죽는 일이 있었어요. 용산참사를 말하는 건데요. 그 때 대학생이였던 저는 사건을 인터넷 방송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 사건을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 그 일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했었어요. 우울증도 왔었구요. 그 때 저는 생각했어요. 정해진 법에 따라 누굴 돕는 인권변호사보다는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실천하고 더 많은 것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Q. 반빈곤 활동같이 사회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어떤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단순히 생업에 종사하는 것과 다르게 소득이 작아요. 먼저, 금전적인 부족에 따르는 문제점들이 있죠. 독립을 하고 싶은데, 독립을 할 수가 없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힘들다. 심지어 저 뿐만이 아니라 단체(반빈곤센터)도 가난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활동과 사업이 있는데 돈 문제로 인해 포기하게 되면 무척이나 안타깝죠. 혹시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은 후원좀 해주세요.(웃음)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시간적인 문제도 있죠.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고 일의 연속이라서 조금 힘든 부분도 존재해요.
 

Q. 대선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도록 하죠. 이번 대선에 지지하시는 후보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어요. 사실 투표하러갈지도 의문인데 비판적인 지지를 하자면, 김소연, 김순자 후보가 아닐까요? 사람들에게 누구누구 뽑아라 이렇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마음 속에서 지지하는 후보들이에요. 이 분들이 무척이나 소신있게 출마하셨고, 빈곤층을 위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셔서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Q.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

너무나도 불합리적인 부분이 많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그것이 힘들다면, 복지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부분까지 기준을 완화해야합니다. 장애인이나 빈곤층이나 노점상, 철거민들 이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투자와 배려 확충을 하셔야 하구요.

Q. 고운 씨의 앞으로의 꿈은?

 각 살아가는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고 불합리함을 겪는 부분이 다양할텐데, 결국 스스로가 이 불합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요. 장애차별을 없애기 위한 장애인단체, 빈곤에 대해서 해소하려는 저희 같은 단체도 있구요.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의식을 더욱 확장하고 목소리를 높임으로 인해 자신과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어요. 이제 사람들이 수동적 객체로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