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이라는 언론학 용어가 있다. 후보자의 여론조사나 득표 상황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선거 보도 행태를 말한다. 선거 때마다 이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에 언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말이다. 미국의 페터슨(Patterson)이 1976년 이 용어를 소개한 이후 페터슨을 지지하는 후속 뉴스보도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가차(Gotcha)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I Got You‘의 줄임말로 언론이 특정 정치인의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잡아 집중 보도하는 선거 보도 행태를 이르는 말이다. 대통령선거를 단 9일 앞둔 지금 한국 언론의 행태는 극단적인 경마 저널리즘이고, 끝을 모르는 가차 저널리즘이다.

 

 img_20121127112404_3893ca6e
 

 

매일 같이 갱신해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와 그에 대한 해석 기사들은 지겨울 지경이다. 특히 중앙일보와 오마이뉴스는 일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많은 언론들은 이를 토대로 판세 분석 기사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표본오차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오차범위 내의 미미한 변화 양상에 대해서도 민심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둥 과대하게 해석하거나, 원인을 찾아내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독자들에게 선거의 전반적인 판세를 볼 수 있는 정도로만 보도하면 되는데, 선거 최종 결과 부럽지 않은 엄청난 보도 분량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도 시행기관이나 조사방식, 문항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엇갈리는 결과와 분석들로 인해 독자들은 오히려 피로감마저 느끼게 된다.

 

후보자들의 꼬투리를 잡는 정도 역시 너무 지나치다. 한 할머니가 악수를 요청할 때 손을 등 뒤에 놓은 박근혜 후보의 사진에 대한 과도한 자의적 해석, 팩트도 확인되지 않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자녀에 대한 네거티브 기사들, ‘남측 정부’라는 이정희 후보의 워딩에 천착하는 기사들이 모두 그러하다.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지만, 걸고 넘어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흔들어야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접근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있는 기존의 정파적인 태도에 대해 근거와 당위성을 마련해줄 뿐이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선거 기사들이 톱뉴스를 채우는 동안, 진짜 선거는 배경으로 밀려나게 됐다. 후보자들의 수많은 정책들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쉽게 풀어 전달해 줘야 할 언론의 역할은 뒷전이 됐다. 아직도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 말고는 다른 이슈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책 이슈가 실종된 선거가 돼버렸다. 경제민주화는 경제권력 이야기를 하고 정치개혁은 정치권력 이야기를 한다. 결국 이 거대한 이슈 외에 작은 민생의 문제들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조회수와 같은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언론사들의 태도가 초래하고 만 일이다.

 

선거일 전 6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된다. 그 이후에라도 ‘누가 이길 것인가’ 말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나왔으면 한다. 한국 언론, 언론의 품위를 지켜라.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