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위원장만 난감하게 됐다. 12월 10일 TV 토론 중에서 가장 눈에 띈 발언은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바로 ‘세’우자)=경제민주화”였다. 당장 반격이 들어왔다. 1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선대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한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서로 다른 말이다.”며 “‘물과 불은 같은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 측의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도 “4ㆍ19 혁명과 5ㆍ16 쿠데타가 같고, 12ㆍ12 사태와 5ㆍ18 광주민주화항쟁, 6ㆍ10 민주항쟁이 같다고 하면 과연 정상적인 시대 인식이냐”고 비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줄푸세는 이미 지나간 얘기”라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괜한 트집을 잡지 말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새누리당 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김 위원장 스스로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것처럼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다르다. ‘줄푸세’는 이미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철저히 이행이 됐으며 양극화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박 후보는 2차 토론회에서 ‘줄푸’는 중소기업에 해당이 되고 ‘세’는 대기업에 해당되는 것이라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2007년 대선 당시 세금을 줄인다는 ‘줄푸’는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한 법을 바로 세운다는 ‘세’는 파업을 일삼는 노동조합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조됐다. 경제민주화와는 상극인 셈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김위원장의 말처럼 ‘2007년의 줄푸세’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면 ‘2012년 줄푸세’는 유효한가. 중소기업이 내는 세금은 줄어들고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는 풀어졌다. 그리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위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법은 바로 세워졌다. 이제 경제 권력의 독점은 사라지고 양극화는 해소되는 경제민주화가 도래할까.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체제가 설립될까.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2012년의 줄푸세’는 현재 상황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 현재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세금을 적게 내고 규제도 덜 받는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단가 후려치기를 해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권력구조가 문제다.

폴리뉴스
 


실수였을 수도 있다. ‘지하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말처럼 ‘줄푸세=경제민주화’라는 발언도 알고 보니 실수였을 수도 있다. ‘2007년 줄푸세’니, ‘2012년 줄푸세’니 모두 괜한 트집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괜한 트집 잡지 말라고 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남아있다. 딱 2개의 사례만 제시하자. 11월22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무산됐다. 새누리당 반대 때문이었다. 똑같은 날, 600억원대 회사돈을 횡령한 최태원 SK 회장에게 징역 4년 구형이 내려졌다. 징역 4년은 최저 권고 기준이다. ‘봐주기 구형’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이었다. 새누리당은 한 줄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믿어야 하는가.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진의를 옹호했다. 그러나 ‘줄푸세=경제민주화’ 발언부터 근래 박 후보의 행보까지, 국민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의심스럽고 또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