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선후보들이 지방 분권, 균형 성장 같은 시대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대선 이전에도 항상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지방이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살기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지방의 20대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체감이 어렵다는 것이죠. 특히 취업을 앞둔 20대들은 지방에서 괜찮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고함20 대구팀 기자들이 직접, 심각한 지방 고용 실태를 취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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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나 없는 광역시

섬유의 도시 대구는 이제 옛말이다. 6대 광역시중 하나인 대구는 이제 변변한 기업 하나 없는 도시에 불과하다. 주된 경제 동력 이였던 섬유 산업은 이제 예전만치 못하다. 특히, IMF이후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지속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 한방, 패션의 도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대구라는 ‘황무지’에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구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일거리가 부족하다보니 대구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대구의 20대들은 스펙이 모자라거나 일거리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스펙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인정할 만하다. 대구가 이를 수용할 만한 그릇이 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대구광역시 사업체 기초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수는 18만개이며 종사자는 78만 명 정도로 나왔다. 이중 제조업이 2만 3000여개에 달하고 도매업이나 소매업도 4만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금융 및 보험업은 2000여개, 전문, 과학 및 기술 사업은 3000여개 정도다. 공공행정 기관도 30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의 주된 산업인 섬유 산업(제조업)은 예전만큼 활기를 띄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주요 수입원은 제조업과 이를 수용하는 도, 소매업이다. 쇠퇴하고 있는 사업이 아직도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과학 기술 분야는 매년 배출 되는 20대의 젊은 인력을 가장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업종이다. 하지만 그 수는 제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3000여개 수준이다. 매년 쏟아지는 전문 인력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못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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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구시의 정책현황만 본다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일자리 5만개 정책’을 내세우고, 첨단 의료복합단지나 국책연구소 유치, 사회적 기업 육성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20대는 제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책만 있을 뿐 정확한 ‘시행 지침’ 이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사업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정도의 거창한 말만 있을 뿐이다. 선진도시로 거듭나기에는 부족한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밖에 없다.


현재 대구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김현호(26) 씨는 대구시에 대해 “솔직히 대구에서 청년실업의 해소를 위해 어떤 정책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없다. 취업설명회나 캠프를 가보아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길을 걷다 보면 의료 산업의 메카, 컬러풀 대구, 한방 도시 등 여러 정책 문구를 본다. 하지만 이것들은 대외적 ‘과시용’일뿐 실직적인 실업난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며 대구시에 대한 큰 불만을 나타냈다.


대구는 한 때 사과가 유명했다. ‘고온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사과는 대구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 작물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갔고 대부분의 과수원들은 시원한 북쪽으로 이주해 갔다. 그리고 사과는 대구에서 사라졌다. 안타까운 것은 예전의 사과처럼 대구의 많은 젊은이들이 북쪽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은 ‘취업’이라는 적정 기후를 찾아 서울로 상경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취준생 목표는 인서울

“in 서울 해야지”


고등학생 때 목표 대학이 어디냐고 물으면 ‘in 서울’이라 답하던 학생들은 몇 년 후, 어디에 취업 할 거냐는 물음에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목표를 이루려는 것인지, 서울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대구의 취업 준비생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딜 가나 취업이 안 되긴 마찬가지에다가 좁은 방 한 칸에서 시작할 게 뻔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굳이 서울로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은미 씨(26)는 “일단 지방은 기업수가 적어서 일을 하고 싶어도 만족할만한 조건과 임금의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에 반해 서울은 일할 기회가 많고 커리어를 쌓기에도 좋기 때문에 서울에서 취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구에서만 20여년을 살아서 타지 생활이나 독립에 대한 욕구도 있었는데 (서울로 취업하면서) 집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며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생활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거 관련 문제에 부딪힐 때면 지방인이라 조금 서러운 감이 있다는 김 씨는 “서울은 워낙 물가가 비싸니까 생활비로 잡다하게 들어가는 게 많은데, 집세가 특히 부담이 된다”며 “괜찮은 방을 구하려면 월세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싼 가격의 방을 구하면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절충안을 찾기가 힘들다. 또한 월급을 받아도 매달 집세가 나가니까 (대구에 취직한 친구들에 비해) 저축할만한 여유가 부족하다”고 했다.


돈을 적게 받거나 저축을 못하더라도 무조건 서울로 취업할 거라는 박상호 씨(가명. 25)씨는 ‘대구에서는 기회가 없다’고 말한다. “내 꿈은 방송 분야의 일을 하는 건데, 대구에서는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배우고 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박 씨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방송환경이 잘 구축된 서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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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구에서 취업한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지역별로 업무 환경에 크게 차이가 없는 공무원, 은행원, 간호사 등이 많다. “서울의 도시적인 면이 오히려 숨 막히게 다가와서 서울로 취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문혜주 씨(가명. 26)는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문 씨는 “서울의 흐린 하늘과 텁텁한 공기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지옥철을 경험했을 때, 이렇게 번잡하고 피로한 도시생활이라면 너무 갑갑할 것 같았다.”면서도 “내가 하는 일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좋은 조건이라 대구에 있지만 아무래도 보고 듣는 게 (서울보다) 부족하니까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불안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지방과 서울의 정보나 기회의 편차가 존재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대구 성서공단 인근 기업의 한 인사 관계자는 ‘여러 지원을 통해 서울과의 격차를 줄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방 유력 대학의 학생들은 지방 기업에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면 일단 지방 기업에 취업을 하고 금세 대기업으로 이직을 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지방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현장 실습과 교육 지원을 해줘도 정작 취업은 서울로 하려고 한다”며 ‘좋은 인재’들을 서울에 ‘빼앗기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취업준비생인 김진호 씨(27)는 “대구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나도 대구에 남아 있고 싶다”고 한다. 김 씨는 “구직자들이 대기업을 들어가려고 서울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서울보다 나은 기업이 (대구에) 없기 때문에 서울로 가는 것”이라며 “입사 조건이 같다면 인적 네트워크가 넓게 형성돼있고 교통의 요지에다가 본사가 있는 서울과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대구 중 어느 곳을 택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지방 기업의 지원이나 교육이 지리적, 환경적 여건에서 오는 한계를 넘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씨는 “비록 지방은행이지만 대구에서 대구은행에 취직했다고 하면 다들 ‘취업 잘 했다’고 말하고 취업자 스스로도 서울을 가지 않아도 만족한다. 이런 식으로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을 많이 만들고 그 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이나 정책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대구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첨단의료 복합 단지 ▲자유경제 구역 ▲국가사업 과학 단지)의 성공적인 유치가 지방 인재들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 셈이다.


우리에게 ‘서울=성공과 기회의 땅’이라는 공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수도권의 비대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서울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아직도 줄을 서 있고 지방은 그나마 남아있던 인재들마저 서울에 내주고 점점 뒤쳐지는 현실이다. 서울과 대구의 물리적 거리감은 ‘KTX 2시간 거리’로 짧아졌지만 우리들의 인식 속 서울과 대구의 거리는 조선 시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던 나그네의 심정만큼이나 아득하게 느껴진다. 서울로 가려는 청년들과 인재를 끌어올 만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지방 기업 중 어느 한 쪽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긴 힘들 것이다.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