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대학 내 상담기구나 상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2·4년제 대학 28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들 대학에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사건 건수는 2009년 168건, 2010년 224건, 2011년 33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다고 밝히고 있으며 강간과 준강간 사건도 각각 12건, 9건이 있었다고 나타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성범죄 그 자체겠지만, 피해 사실을 밝히거나 이를 상담, 해결할 수 있는 자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 또한 문제다. 대학 내 성범죄는 안면이 있거나 지위·권위를 악용해 벌어지는 일이 많다. 2011년 기준으로 학부생이 가해자인 경우가 102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교수, 직원도 각각 36건, 18건이었다. 이런 경우 고대 성폭행 사건처럼 피해자가 주변 인물에게 2차 가해를 당할 위험도 있을뿐더러 직접 사법당국에 신고하기도 어렵다. 대학 스스로가 성범죄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상담·해결을 해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독립된 형태의 성희롱·성폭력 상담소가 있는 대학은 조사대상 대학의 약 26%인 73곳에 불과한데다 성폭력 관련 상담을 위한 별도의 인원이 배정돼 있는 대학은 조사대상 중 7.5%에 해당하는 21곳밖에 안됐다. 독립된 상담소가 없는 학교들은 학생상담센터 내 성폭력 상담실을 운영하거나 학생상담센터에서 직접 상담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학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대학 내 상담소가 있어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기에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된다는 데 있다. 상담소 존재 사실과 거기에 투입되는 인력, 재원은 해당 대학이 성범죄 근절에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표현이나 다름없다. 대학 당국의 이런 의지가 관철된다면 지위와 권위를 악용한 성범죄만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악용하는 이들은 더 높은 지위·권력 앞에서는 꼼짝을 못하는 덕분이다. 물론 이런 효과를 기대하려면 피해자들이 쉽게 찾아 올 수 있도록 상담소의 문턱을 낮추는 건 필수 조건이다.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가해자에겐 그에 맞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를 최종적으로 맡은 곳은 정부기관과 사법당국이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서울대 여성연구소는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사건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부기관이 유사사례에 대한 처리 경험을 축적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문제 개입·해결에 미온적인 대학들에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지원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