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할 노릇이다. 동물권에 대해 쓰는데 당사자는 말이 없다. 아니 말을 못한다. 세계적으로 1초에 실험용 쥐 한 마리가 죽고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7분30초에 하나 씩 사라진다. 350만여 마리, 620만여 마리, 도합 거의 천만.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 사태로 매몰된 소‧돼지, 그리고 닭‧오리의 숫자다. 2000년부터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생명은 무려 2800만 마리에 달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애써 들으려 하지 않으며 이들의 권리, 동물권을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물권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동물에게 확대시킨 것이다. 동물이 돈으로 환산돼서는 안되며 옷의 재료로, 실험도구로,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게 동물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다.(위키백과) 



개‧고양이는 반려동물로 대우받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처지가 비슷하다. 악마 에쿠스, 악마 포르테, 악마 트럭, 악마 폭스바겐. 모두 애완동물을 이들 차에 매달아 도로를 달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물의 주인들은 고의성이 없었다며 해명했지만 동물학대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는다. 새끼를 밴 채 전봇대에 끈으로 묶여 있는 애완견이 발견된 임신유기견 사건도 공분을 샀다. 개의 등에는 “키워 달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노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베이비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이 유기견은 결국 숨을 거뒀다.

임신유기견 베이비


 베이비의 시체는 어떻게 될까? 현행법(폐기물처리법) 상 동물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도록 돼있다. 지정폐기물이 아닌 오물, 기름과 같은 생활폐기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공터에 시체를 묻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으로 동물장묘시설에서 화장이 가능하지만 시설도 부족할뿐더러 비용도 상당하다. 액수는 소형견(5kg)기준 20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동물병원에서 죽은 동물들은 주로 단체화장을 당한다. 죽어서도 보장되지 않는 권리가 동물권인 것이다.



의미 있는 움직임은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생후 3개월 이상된 반려견을 대상으로 몸속에 전자칩을 삽입하는 동물등록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유 식별번호로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쉽게 되찾을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매년 1만6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유기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전자칩 등록비는 1~2만원이며 고의로 등록을 하지 않았을 경우 벌금 40만원을 내야한다. 또한 박원순 시장 부임 이후 서울시는 동물보호과와 반려동물입양센터를 설치했다.



동물등록제는 또 다른 함의를 던져 준다. 자취방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대학생 조윤주 씨(25)는 “무엇보다 등록비가 합리적이라 마음에 든다”며 “비싼 등록비에 벌금까지 물리면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겠나.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가세가 붙고 나서부터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물병원 부가세 폐지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다. ‘생명에 세금을 매겨서는 안된다’는 윤리적 관점을 넘어 과도한 치료비가 경제적 부담이 되는 현실적 문제인 탓이다.

동생 박지만씨에게 선물받은 진돗개 봉숙·봉달이가 낳은 새끼들을 안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딸 문다혜씨가 맡긴 유기고양이 ‘찡찡이’와 함께 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현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2011년 7월부터 가축, 수산물 등을 제외한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 진료비가 부가세 면제대상에서 제외됐고 시중 동물병원에선 애완견 진료비에 부가세를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들은 일반 병·의원과 달리 의료보험 적용에 따른 ‘적정수가’ 개념이 전무해 지역·업소별로 치료비가 천차만별인 형편이다. 똑같은 치료와 처방을 받더라도 개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부가세도 제각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수의사의 모든 동물 진료용역을 부가세 면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부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으로 확대돼 전국 반려동물 인구가 약 120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동물 치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해, 진료비 부담에 따른 유기동물 발생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점은 이번 대선에 처음으로 동물복지가 의제로 올랐다는 것이다. 유력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동물권 확대에 원론적으로나마 찬성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가축전염병 사태 시 생매장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는 적극추진, 문 후보는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물학대 금지조항 강화에 대해선 두 후보 다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다. 올해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으로 제기된 돌고래쇼 금지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반발 고려를 거친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반려동물 치료 부가세 폐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동물보호법과 달리 부가세는 대통령이 시행령만 개정해도 바꿀 수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 물바람 (ecotopia.hani.co.kr)





다만 두 후보의 공약이 원론에 그치고 구체적이지 못하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가 제시한 ‘3대방향과 10대과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 후보는 공약집에 동물복지 정책을 명시했지만 300쪽 중 5줄에 불과하다. 문 후보는 홈페이지에 “동물보호법과 동물행정을 강화할 겁니다”라며 “비인도적 도살이나 생매장, 실험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을 없게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액션플랜이 없다. 무엇을 하겠다고 얘기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말하지 않은 셈이다. 박 후보는 공약집에 명시하지 않아 실현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듣는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면 반려동물을 청와대에 데려가겠다고 공언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청와대에서 지내는 동물은 행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동물들이 행복해질 수 없다. 동물권은 박근혜의 애완견도, 문재인의 애완묘도, 쇼에 동원되는 돌고래도, 동물원의 전시동물도, 화장품 테스트에 이용되는 실험동물들도 행복을 느꼈을 때 확보되는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