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시내는 트리와 전구들로 반짝이고, 젊은 연인들과 친구 무리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집으로 가는 손에는 케이크 한 상자씩이 들려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의 화려함은 모두의 것이 아닙니다. 크리스마스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크리스마스라서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죠. 굳이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기초수급대상자 노인들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의 20대들도 ‘피곤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습니다.


빵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오늘 난리도 아닙니다. 크리스마스의 여유와 즐거움은 이들에겐 사치입니다. 하루 종일 케이크 사가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고, 빨리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죠.  게다가 운이 나쁘면 영하10도의 날씨에 야외에서 케이크를 팔기도 합니다. 신도림의 대형쇼핑몰 문 앞에서는 ‘성냥팔이 소녀’가 아닌 ‘케이크판매 소녀’를 보았습니다. 2층 구석자리에 입점한 한 유명 케이크 전문점은,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자리하다 보니 케이크 재고가 많이 남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아르바이트생이 야외에 있는 지하철 역 근처로 케이크를 팔러 내려온 것 같았습니다.

야간근무하는 공장노동자나 편의점, 카페 아르바이트들도 고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나오라면 나가야 하는, 연차가 안 되거나 막내급이어서 눈치가 더 보이는 젊은 공장노동자들. 대목을 맞아서 평소보다 훨씬 열심히 일해야 하는 편의점과 24시간 카페 아르바이트생들도 크리스마스가 달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가 공부에 방해가 됩니다. 취직에 성공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과, 도서관에 있는 자신이 자꾸 비교가 되어서 스트레스만 늘어갑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나’하는 자조적인 생각만 커져가죠. 고시촌, 노량진, 수많은 도서관, 독서실에 있는 20대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공부에 방해만 되는 날일 것입니다.

솔로들도 크리스마스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커플 권하는’ 사회 분위기는 크리스마스에는 꼭 연인하고 같이 보내야 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양 이야기하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솔로들은 자괴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크리스마스날의 ‘솔로’란 희화화 되거나, 동정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지어지게 됩니다. 연애를 안 한다는 이유만으로 솔로들은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에서 비주류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번 솔로대첩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 것도, 솔로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과 같아 보여서 씁쓸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상대적 박탈감에 쓸쓸해하는 수많은 20대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재미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날이라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쁜 날’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고단한 삶을 묵묵히 버티고 있는 소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될 순 없을지, 올해도 아쉬움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