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하는 고함20의 연말 어워드가 돌아왔다. 2012년은 정치계가 그야말로 폭풍처럼 요동쳤던 한 해였다. 대선주자인 박, 문 두 사람은 물론이고 18대 대통령의 탄생까지 갖가지 사건들이 일어났다. 정치적으로 더 성숙할 2013년을 기대하며 올해를 정리해보자.

올해의 환상: 안철수

전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환상’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연초부터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이 없었음에도 18대 대선의 핵심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양보한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지율 30%가 넘는 안철수 후보가 ‘통큰양보’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다. 이로써 문재인 후보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안철수를 기다린 지지자들은 또 다시 실망의 고배를 마신셈. 안철수 환상은 환상답게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환상적인 정치 데뷔로 이슈를 끌었지만 또 다시 환상으로 끝난 안철수 전 후보가 내년에는 어떠한 환상으로 등장 할지, 아니면 실질적인 정치 개입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tvN


올해의 정치 풍자: SNL 여의도텔레토비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SNL 여의도 텔레토비’는 올해 최고의 정치 풍자라는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이전에도 정치 풍자는 많았지만 이렇게 성공한 정치풍자는 없었다. 풍자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의 노골적인 역할극과 각종 드립들의 향연이 펼쳐진 개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정치분야는 이전까지 성역으로 여겨졌다. 아무리 개그맨들이 정치와 관련된 패러디를 한다지만 이것은 조심스러웠고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여의도 텔레토비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노골적으로 정치를 까발리며 우리를 웃겨버렸다. 어쩌면 그다지 패러디가 필요없을 정도로 현실 정치가 웃겼던 한 해이기 때문에 여의도 텔레토비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올해의 마이너스의 손상: 유시민

지금은 진보정의당 소속인 유시민 전 선대위원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당이 박살나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통합진보당은 개혁국민정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국민참여당에 이어 유시민 전 선대위원장이 몸 담은 다섯 번째 당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올해 있었던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으로 위기를 맞고 이에 반발한 구성원들의 탈당으로 사실상 와해된다. 잇따른 파행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유시민 전 선대위원장은 지난 9월, 탈당하고 만다. 불사조 이인제, 이른바 피닉제라 불리며 절대 망하지 않는 이인제 새누리당 국회의원와 비교했을 때 계속해서 고배를 마시는 유시민 전 선대위원장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다. 그 동안 실패의 연속이었던만큼 올해는 성공적인 정치 실적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 tvN 나도 몰랐어

올해의 카이저 소제상: 이정희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카이저 소제가 현실에도 등장했다. 아마 대선 TV 토론회의 시청자들은 정신적인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필패 후보 이정희가 토론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절음발이인 카이저 소제가 멀쩡하게 걸어가던 모습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박근혜 후보의 갖가지 의혹을 까발리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최고의 명대사를 날린다. “저는 박근혜 훕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 이렇게 절음발이 인줄 알았던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며 마지막 TV토론 직전에 쿨하게 사퇴해버리는 위엄까지 보여줬다.

올해의 정치 개그상: 한나라당

지난 12월, 한나라당은 문재인 지지를 전격 선언한다. 아니, 한나라당이 문재인을? 이 한나라당은 ‘그’ 한나라당이 아니다. 어르신들이라면 자칫 오해할만도 한 이 상황은 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는 해프닝으로부터 시작된다. 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자 이 공석인 명칭을 차지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영남신당자유평화당이었다. 잘만하면 비례대표 선출도 노려볼만 했던 이 한나라당은 결국 비례대표 득표율 2% 미달로 정당등록이 취소되었다. 이후 희망!한나라당을 다시 만들어 문재인 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유권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올해의 베스트 커플상: 변희재 & 강용석

토론회 ‘사망유희‘의 주최자이자 파워트위터리안인 변희재 ‘주간미디어워치’ 대표는 고소의 달인이다. 최근에 진중권 중앙대 교수와의 ’사망유희‘ 토론을 주관하며 화제를 일으킨 변희재 대표는 올해 초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고소한 바 있다. 그런데 변희재 대표가 선임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다름아닌 강용석 전 국회의원.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에 대한 병역의혹제기한 후, 의혹이 거짓으로 밝혀지자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인물이다. 보수진영의 대표 쌈닭인 두 사람이 뭉친 모습이 참 어울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