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대학교 등록금이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이미 등록금을 발표한 학교들도 있고, 이제 막 등록금 협상을 시작한 학교들도 있다. 현재까지 8개 대학교가 등록금을 발표했는데, 8개 학교 모두 전년도에 비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였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학교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올해 전반적인 등록금 인하율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까지 예측 불가능하다.


학교 측이 그 해의 등록금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거친 논의가 있어야 한다. 2010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각 대학마다 등심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등심위는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 전문가 등 각 구성원들이 모여 등록금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로, 등록금을 결정하는데 학교 측의 입장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의 입장도 함께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협의 방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의 대학교에서 등심위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민주통합당 정진후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들 중 교직원이 4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학생·학부모는 이보다 작은 38.4%에 그쳐, 수적으로 교직원에게 불리했다. 이 때문에 보도자료는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대학 당국의 입장이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학생위원 및 교직원위원 선출방식도 애매했다. 학생회 대표자 참여를 명시하거나 학생회에 추천권을 부여한 대학은 각각 23(13%), 40(20%)에 불과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학교도많았다. 이는 경우에 따라 학생위원이 학교 측의 추천에 의해 선정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법인이 추천하는 재단 인사를 등심위에 포함하기도 한다. 재단 인사가 등심위에 참여할 경우 등심위의 성격은 다소 애매해지며, 자칫 재단 측이 등심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등심위 관련 사건, 사고도 적지 않게 일어나 왔다. 등록금 회계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일부러 늦게 제공한 학교도 있었고, 학생위원이 참여하지 않은 채로 등심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양대와 광운대의 경우엔 등록금 심의 과정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대신 연중 수업주수를 32주에서 30주로 줄였다. 관행적인 문제도 있다. 본래 등심위의 회의록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지만 공개를 하지 않거나 일부만 공개한 학교들이 많다. 또한 학교 측에서 등심위를 형식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한두 차례만 의례적으로 하고 바로 등록금 결정을 해 버리는 학교도 비일비재했다


작년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등록금을 인하하긴 했.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른 결과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대학교가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5% 인하하도록 했고, 만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가장학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 상위권·중상위권 사립대는 2~3%의 인하율에 그쳤다. 이들 대학교는 그 대신 장학금 확충을 통해 등록금 실질 부담률을 인하함으로써 교육과학기술부의 철퇴를 피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등록금 인하에 대한 여론은 매우 강했고, 학생대표들도 등심위를 바탕으로 학교 측과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여전히 여러 학교에서 학교 측의 의견이 더욱 강하게 반영되었다. 작년 등심위가 3회 이상 열린 학교는 전체의 40%에 불과했다.



이처럼 등심위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등심위에 대한 보다 엄격한 조항이 필요하다. 학생위원과 교직원 위원의 추천권을 법령에 명시해 이들의 대표성을 보장해야 하며, 회의록 공개에 대한 자세한 조항 및 외부 전문가위원 선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학교 측도 등심위를 단순히 통과의례로만 보는 시각을 벗어나 등록금을 사실상 결정하는 보다 중요한 단계로 여겨야 한다. 물론 등심위는 말 그대로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등심위를 통해 등록금이 곧바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등록금을 심사하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등록금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작다면 이는 제대로 된 등심위라고 할 수 없다. 등록금 책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대학교에선 등심위가 열렸다. 애초에 등심위를 의무화한 목적은 등록금 책정 과정에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여 보다 투명하게 등록금을 정하려는 의도이다.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