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0대를 청춘이라 한다. 청춘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서 만물이 푸르게 된 봄철을 의미한다. 20대는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처럼 무슨 일이든지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오늘날 20대는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힘이 없다. 어떤 일을 시작해 보기 전에 벌써 박탈감과 좌절감부터 느끼기 십상이다.

특히 ‘영어’는 20대에게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소위 ‘살다 온’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듭되는 좌절감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영어와 관련없는 일인데도, 영어로 인해 눈 앞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무언가에 제대로 도전해보기도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우열과 또 그로 인해 벌어지는 격차는 20대에게 극복하기 힘든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말 그럴까?



K대의 이민호(24 가명) 학생은 토익 점수를 비롯한 어학 점수를 높이기 위해 휴학을 하였다. 학기 중에 전공 수업과 토익 공부를 병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휴학하고 토익 학원에 다니며 토익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어 수업을 들으며 토익 점수를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어 수업에서는 좋은 학점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글로벌 인재 전형이나 영어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과 수업을 들어서는 좋은 학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의 장학제도에도 공인영어인증점수가 장학금 수여 기준에 반영되는 경우을 찾아볼 수 있다. 동아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 다수의 대학교는 토익, 토플 등의 공인영어인증점수를 심사에 반영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영어인증점수를 받아야만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즉, 더 이상 학교 전공 공부만 잘해서는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에서 수석을 하여도 일정 수준의 공인 영어 점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S대의 김보영(22 가명) 학생은 과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아서 1등을 하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부모님의 학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이다. 그러나 김보영 학생은 정작 장학금을 받지 못하였다. 일정 수준의 토익 점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에서다. 부모님의 부담을 줄어드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 대가는 영어점수가 부족하여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학교의 통보뿐이었다.


영어점수로 인해 느끼는 박탈감과 좌절감은 이 밖에 대학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서 외국인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싶어도 영어특기자 학생들과의 경쟁이 두려워 수강신청을 망설이게 된다. 막상 영어 수업을 듣게 되어도 영어 수업 시간에 느끼는 좌절감은 스스로를 더욱 위축시킨다. 대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해도 영어 점수가 낮으면 서류전형에서 합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영어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처음부터 대외활동 지원을 포기하기도 한다.



푸르름과 설레임을 담은 단어 ‘청춘’은 요즘 20대와 거리가 멀다. 영어는 20대에게 도전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극복할 수 없는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영어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을 체험한 20대의 공허한 마음을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영어에 죽고 영어에 사는 20대들은 언제쯤 영어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