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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인 노조 파괴 움직임이 캠퍼스까지 들어왔다. 올해부터 홍익대와 계약을 맺은 경비용역업체인 국제공신이 노무법인과 작년 홍익대 용역업체인 용진실업에게 ‘노조 탄압’ 관련 자문을 받은 것이다. 보고서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 세력 약화에 초점을 맞춰 노무관리 방향을 설정하라’고 되어 있다. 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분회 측이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보고서는 또한 몇몇 노동자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은 반드시 해고해야 할 사람이다’라고 했다. 노무법인과 용진실업 측이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우선적으로 또 다른 노조(복수노조)인 ‘홍경회’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요컨대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탄압하여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홍경회 측과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려 했던 것이다. 홍경회는 작년 홍익대에서 일어났던 ‘부당 해고 반대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경비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수노조다.


내부 문건이 공개되고 사태가 불거지자 국제공신 측은 두 노조를 어떻게 끌어가야 좋을지 법률자문을 받은 것뿐이며, 홍익대분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어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분회 측과 국제공신 측은 ‘성실 교섭’에 합의하며 논란을 종결지었다. 홍익대분회 측은 “개별 교섭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예고된 모든 농성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서 홍익대분회 측은 홍경회와 창구 단일화를 할 필요 없이 용역업체 측과 노사 간 협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용역업체인 용진실업은 홍경회 측과 단독교섭을 진행하였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최근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조 파괴 공작’이 캠퍼스까지 침투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작년 노동계를 뜨겁게 달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 시나리오와 올 초 불거지고 있는 이마트의 노조 탄압 지시 문건에 이어, 대학교 내 용역업체에서도 이처럼 서류화된 증거물이 발견된 것이다. 그나마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여 용역업체 측의 당초 계획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제 용역업체의 ‘노조 때리기’가 캠퍼스 내에서도 일상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에서는 청소 및 경비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내 청소·경비노동자를 직접적으로 관할하는 것은 용역업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용역업체들의 부당한 대우로 인한 학내 노동자들의 시위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홍익대는 지난 2011년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장기간 시위를 벌인 바 있고, 작년에는 동국대, 연세대, 서울대, 전주대 등의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의 부당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용역업체들은 이들에게 최저임금과 기본적인 교섭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조금만 수틀리면 바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심심찮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홍익대의 ‘노조 파괴’ 문건은 그러한 용역업체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노조를 하나의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귀찮은 존재’로만 본다. 이런 시선을 바꾸지 않는 한, 노조 탄압이니 파괴니 하는 일은 캠퍼스 안에서든 밖에서든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학교 측은 무조건 ‘용역업체와 노조 간의 일이다’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표면상으로 학교 측은 제 3자이긴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분명히 관련되어 있기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에서도 홍익대학교 측은 “우리가 끼어들 생각은 없다”며 여기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학교는 교육기관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만큼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마땅히 보장하도록 힘써, 더 이상 캠퍼스 내에서만큼은 용역업체들의 ‘노조 죽이기’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