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그 때’가 돌아오고 있다. 대학 등록금 납부 시기 말이다. 이제는 등록금 이슈가 조금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시야에 들어온 뒤, 이제는 언론에도 수차례 오르내리는 공공연한 사회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슈화되는 것과, 실제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새 학기가 돌아오는 지금, 다시 그 현황을 짚어 보자.



출처: 한국대학신문


25일 현재 등록금 책정을 확정한 4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68.8%(33개교)가 동결을 결정했고, 나머지 31.2%(15개교)는 0.1~5% 정도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상당수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었던 작년 이맘때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표를 토대로 볼 때 작년에 비해 인하폭 또한 줄었다.


현재 국가장학금으로 배당된 예산 7000억 원 중 1000억 원은 등록금 인하를 결정한 대학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추가 지원되며, 대학 재정지원 및 구조조정 평가에서도 ‘동결’보다는 ‘인하’에 점수를 더 줄 방침이다. ‘등록금 부담 완화’ 지표가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대세는 동결”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장학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에는 국가장학금을 배정할 때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을 같은 비율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즉, 등록금을 무리해서 인하하지 않아도 장학금 지급 액수를 조금이라도 늘리면 대학 평가 시 동일한 비중으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보편성과 상대성이 충돌하는 대목이다. 모두의 등록금 부담을 조금씩 줄일 것인가, 혹은 특정 학생들에게 소액이나마 더 지원할 것인가.


국가장학금 제도의 ‘구멍’도 보인다.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반면, 대학원 등록금은 오히려 인상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동국대(3.1%)를 비롯해 현재까지 확정된 것만 6곳이나 된다. 반면에 낮춘 대학은 3곳에 불과하다. 위의 표에 나타난 등록금 책정 확정 대학 중 대학원이 없는 학교를 제외하면 31개교 중 단지 9.6%만 인하한 셈이다. 국가장학금이 학부에는 지급되나, 대학원에는 배정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대학 측이 이용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이쯤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등록금 공약도 다시 살펴보자. 새누리당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은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반값으로 낮춘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것, 국가장학금을 확대하겠다는 것 등, 주로 보조적인 수단을 통해 등록금을 ‘부담’해준다는 것이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등 보편성보다 상대성에 중점을 둔 공약은 어쩌면 보편적인 감면보다 더 현실성 있는 방안 같기도 하다.


그러나 새 학기가 돌아올 때마다 등록금 액수에 경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분명히 고쳐져야 한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의 크기는 소득 분위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지만, 액수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은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문제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현재 연간 768만 6000원, 미국에 이어 여전히 세계 2위 수준이다. 국가 장학금 같은 보조 수단의 허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학 측이 등록금을 ‘퉁친다’(주고받을 것이 있을 때 그와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물건 또는 행동을 주고받는 것)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결’로 퉁치거나, 학부는 낮추고 대학원은 높여 재정 부담을 퉁치거나. 한껏 이슈화된 대학 등록금, 이것이 과연 해결의 실마리인가. 새 학기 등록금 현황을 보건대, 개선은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