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 말 그대로 컵에 밥을 담고 그 위에 토핑을 얹은 제품이다. 밥과 반찬이 모두 나오기까지 식당에 가만히 앉아 기다릴 여유가 없는 도시 사람들은 한번쯤 먹어보았음직하다. 휴대용 컵 하나로 단번에 한 끼 식사가 해결되니, 바쁜 이들에게는 오니기리, 삼각김밥, 컵라면 등과 더불어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가격도 2000~4000원, 일반적인 밥값보다 저렴하다.


이런 컵밥이 이른바 ‘고시촌’이라 불리는 노량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23일, 동작구청이 노량진역 주변의 컵밥 노점 4곳을 강제 철거한 것이다. 나머지 노점들도 31일까지 모두 자진 철수가 요구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역시 강제 철거의 대상이 된다. 동작구청 에서는 “컵밥집이 불법 노점인 데다, 인근 민원이 폭주하여 철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근 민원’은 대부분 노점상에게 손님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인근 상가 측에서 제기되었다.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구청 측에서는 작년 4월, 떡볶이와 튀김 등 분식을 제외한 일체 식사류 판매를 금지한 적이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기어이 강제 철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강제 철거가 가장 명쾌한 처리였을까?



노량진역의 노점상들이 철거당한 직후의 모습이다. (출처:1월 24일 @7676mom)



또한, 노점상의 역할도 조심스럽게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노점상의 컵밥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한 기업들이 작년 4월 GS25를 시작으로 속속 생겨났다. 중소기업 컵밥 전문 프랜차이즈도 생겼다. 물론 활발하게 이루어진 상업화는 지역에 따라 노점상 매출에 해를 줄지도 모르나, 한편으로 컵밥이라는 제품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컵밥은 전국 각지로 확산되어 더욱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는 적은 돈으로 간편한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층과 노점을 꾸리려는 이들 모두에게 다소간의 이익이 되는 일이라 본다. 게다가 이러한 아이디어가 처음 개발된 곳이 노점상이니, 그저 괘씸한 불법 영업자로만 보는 시각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노점상의 노(路)보다 상(商)에 더 강세를 두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이들을 ‘상인’으로 격상시키는 방법은 정말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노점상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문제를 비롯해 상권과의 공생 문제, 불법 영업(세금 미납) 등의 연쇄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현상이 노점상임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노점을 운영하는 이들을 무작정 길거리에 내몰린 복지 수혜자층이라고만 접근하는 것은 편협하지 않은지 다시 살펴볼 일이다. 이들을 엄연한 인기 소비자층을 지닌 상점으로 인식했다면, 강제 철거라는 공권력 동원이 아니라 보다 온건한 방법으로 협상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뒤집어엎는’ 것이 문제를 종결짓는 행위였다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