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학문을 손에서 놓다’라는 뜻이다. 과연 20대들은 방학을 방학의 의미 그 자체로서 보내고 있을까. 오늘날 20대가 보내는 방학은 잠시 학문에서 손을 놓고 자기 충전을 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방학은 그저 입시를 위해서, 취업을 위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기간이다. 고함20은 이번 기획을 통해 예비 대학생, 취준생 등 원치 않는 방학을 맞이하는 20대의 방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20대는 왜 방학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

대부분의 예비 대학생에게 방학은 가장 ‘잉여로운’ 시간이다. 힘든 대학입시를 끝내고 처음 맞이하는 가장 긴 휴식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보통 누구도 간섭하지 않기에,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이다. 예비 대학생들은 방학 동안에 여행을 하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알차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예비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동안은 온전히 고등학교의 일정에 맞추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예비 대학생들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자유와 시간이 주어졌지만 막상 그 시간을 온전히 쓰지 못한다. 예비 대학생 김수미 씨는 “수능이 끝나서 실컷 놀기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여유롭게 보내려고 했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매일 시간을 죽이면서 보내고 있어요. 별로 즐겁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예비 대학생은 아직 대학생이 아니다. 말 그대로 예비 대학생일 뿐이지만, 벌써부터 대학 생활을 준비하기도 한다. 많은 대학교에서도 예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비대학을 시행하고 있다. 충북대학교의 경우 예비대학에 참여하면 3학점을 이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예비 대학을 통해 토익 공부 등을 하며 학점을 미리 이수한다. 성균관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학교는 대학 입학 전에 일정 수업 학점을 미리 이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많은 대학들이 예비 대학의 이름으로 대학에 입학 전 학생들에게 토익이나 토플 강좌를 제공한다.

때문에 예비 대학생들은 모처럼 주어진 자유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보다는 예비 대학을 다니면서 어학 공부를 하는 등 공부의 연장선에 서 있게 된다. 예비대학에 참여할 계획을 가진 이건우 씨는 “작년에 합격한 선배가 예비 대학에 다녀서 3학점을 받았다고 해서 저도 예비대학을 다니면서 대학 준비를 하려고요. 예비 대학에 안가면 왠지 다른 아이들한테 뒤처지는 기분이 들 것 같은데 대학 입학 전부터 그런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예비 대학생의 방학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천천히 준비하려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일환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 시험 등의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등급이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올해 행정학과에 입학하는 조진호 씨의 경우 이번 방학 기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조진호 씨는 “되도록 공무원 시험에 빨리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여서 이번 방학에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보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예비 대학생들은 그동안 대학 입시라는 목표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방학을 즐기기 마련이다. 자신의 꿈을 돌아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예비 대학생들의 방학은 대학 재학생들의 방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취업 준비생의 방학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고, 불안한 미래에 미리 취업준비를 한다. 오늘날, 예비 대학생들의 방학은 힘든 입시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아닌, 대학이라는 또 다른 현실에 입성하기 위한 준비 기간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