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은 ‘학문을 손에서 놓다’라는 뜻이다. 과연 20대들은 방학을 방학의 의미 그 자체로서 보내고 있을까. 오늘날 20대가
보내는 방학은 잠시 학문에서 손을 놓고 자기 충전을 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방학은 그저 입시를 위해서, 취업을
위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기간이다. 고함20은 이번 기획을 통해 예비 대학생, 취준생 등 원치 않는 방학을 맞이하는
20대의 방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20대는 왜 방학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

“방학”, 듣기만 해도 스르르 마음이 놓이는 것만 같다. “제발 빨리 방학했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대학생들에게는 방학에 대한 로망이 몇 있다. 이를테면, 만원버스나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고 집에서 몸이 닳도록 뒹굴 거리기. 다크써클이 무릎에 내려올 때까지 미드를 보며 주인공에 빙의하기 등등. 학원을 다니거나 대외활동을 한다고 해도 학기 중보다는 아무래도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생기는 시기가 방학이다. 생각만 해도 마냥 즐거운 방학이지만 방학을 방학 그대로 즐길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바로 ‘비정규직 교수’인 시간강사들이다. 

ⓒ이광수

시간강사 – 방학은 밥 먹여주지 않습니다
 

대학교 강단에 서 있는 교사들 중에 상당수는 시간강사다. ‘비정규직 교수’인 이들은 제자들의 신나는 마음과 달리 고통스럽게 방학을 보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결과 2010년 일반 4년제 대학의 시간강사 비율은 54.3%로 전체 교원 수의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대학교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에게 방학은 자기계발은커녕 당장 밥벌이를 걱정해야 되는 기간으로 전락했다.

문제의 원인은 연봉. 방학을 누리기에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강사는 전임교원인 정교수와 달리 학기마다 학교와 계약을 한다. 평균 시간당 5~6만원의 강의료를 받는다. 언뜻 보기엔 많아 보이는 액수지만 이들의 평균연봉은 주당 9시간 기준으로 1186만원, 시간강사들의 평균 강의 시간인 4.2시간을 적용하면 실질연봉이 600만원대이다. 학기동안 생활하기에도 모자른 돈이기 때문에 방학이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이에 반해 정교수인 전임교원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시간강사 문제는 등록금 인하 열풍과 맞물리면서 불거졌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전임교수의 수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악화에 대처한 것. 그 결과 100명이 넘는 ‘콩나물 시루’ 강좌가 넘쳐나게 되었다. 게다가 무리한 학과 통폐합과 수업일수 줄이기는 시간강사의 일자리를 더욱 줄어들었다. 현재 강사법 시행문제로 또 다시 시간강사의 처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시간강사를 대학교원으로 편입시키는 강사법 시행이 1년 안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6개 대학,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영남대 조선대 비정규교수노조는 일제히 강사법 시행에 반대하는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논란이 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계약단위를 1년으로 바꾸고, 시간강사를 대학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 9시간 이상의 강의를 해야 대학교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주당 5~6시간 강의를 하는 대다수의 강사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강사들을 교원확보율에 포함시켜서 전임교원, 이른바 정교수를 덜뽑게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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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간강사가 어려운 방학을 보내야 한다는 현실은 한국의 열악한 대학교육현실을 반영한다. 학생들이 방학에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아야하는 것처럼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도 자기계발의 시간이 필요하다. 방학 때 정교수는 학기 중의 피로를 풀고 자신만의 연구를 해나간다. 그러나 같은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간강사는 생계걱정을 하며 방학을 보내야한다. 방학이 싫은 시간강사들, 그들이 과연 대학의 주장처럼 질높은 교육을 제공해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