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전세임대주택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한다는 긍정적 취지와는 별개로 진행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입주 대상 학생이 주택을 물색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학생에게 다시 싼 가격에 재임대 해주는 정책이다. 재개발이 어려운 대학가의 특성을 고려하여 새로 건물을 지어 공급하는 대신 기존 주택을 싼 가격에 임대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형태다. 제도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 끌기에는 성공하였으나 제도를 통해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 연합뉴스

명목만 앞선 정책, 허술한 신청과정
임대주택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1차 신청에서는 4.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여 지난해에 비해 약 76% 상승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신청방식이 방문접수에서 인터넷 접수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명분만 앞서 제도를 밀어붙인 결과 학생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적지 않다.

시행 첫 해에는 당첨 우선순위를 가르는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해 혼란을 빚었다. 임대주택의 당첨순위는 가구의 소득분위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우선순위에서 기초수급자와 소득평균 50% 이하 저소득가구가 동등한 1순위에 포함되었다. 그 결과 자산이 많은 불로소득자 가구의 학생이 당첨되고 정작 살 집이 필요한 기초수급자 가구의 학생이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LH에서는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올해부터 기초수급자와 저소득계층 간 당첨순위에 차등을 두고있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의 김현우씨(24)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했던 사정으로 인해 지난해 지원시 최초 당첨에서 탈락했다. LH에서 김현우씨의 소속기관을 정식대학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 “제가 속한 게임교육원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4년제 기관이긴 한데 본교 단과대학은 아니에요. 하지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신청가능학교에 관한 규정은 없었거든요.” 이 역시 LH에서는 올해 들어서야 지원요건에 해당하는 대학을 명시하기 시작하였다.

복불복 당첨률 뚫어도 전셋집 찾아 삼만리인데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공급량도 현저히 부족하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작년 물량에 3000호를 추가하여 올해 총 1만3000호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임대주택 수요가 2만50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어 절반에 가까운 1만2000명은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운 좋게 50%의 당첨확률에 들었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대학가 부동산 현황과 동떨어진 지원가능주택 요건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에 재학 중인 황석진씨(22)는 지난해 당첨 후 조건에 맞는 주택을 찾기 위해 학교 주변의 부동산업체를 샅샅이 돌아다녀야 했다. 최근 은행금리가 낮다 보니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계약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추가당첨이 되어 뒤늦게 전세집을 찾아 나섰지만 이미 학교 주변 전세물량은 상당수가 나간 상태였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LH에서 부랴부랴 홈페이지를 통해 부동산업체와 학생들을 직접 연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때 마음이 바빠서 서비스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죠.” 그는 결국 대학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황 씨는 지원 가능한 전세가격의 상한선을 7000만원으로 정해놓은 탓에 전세주택가격이 더 올랐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원래 7000만원이 안 되는 매물인데, 임대주택선정자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값을 7000만원으로 올려서 불러요.” 전세가격을 올리지 못 한 경우에는 관리비 명목으로 학생들한테 돈을 뜯어가는 집주인도 있다고 한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너머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주거문제의 대안으로 물량공급의 확충만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매년 3000호씩 전세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대학생들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탁근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은 작년 4월 <복지동향>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단편적인 관점으로는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학생의 주거 난은 만성화된 경제불황으로 인한 청년실업과 한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가 한데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 공급의 법칙만을 신경 쓰는 자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거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대학도 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작년 11월 민달팽이유니온에서는 적극적인 문제제기 끝에 연세대학교 당국으로 하여금 기숙사 유치 계획을 발표하도록 이끌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