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적용 대상 및 기간을 더욱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은 경영난에 시달려온 출판업계 및 중소서점 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도서 할인 혜택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전공서적을 싼 가격에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도서정가제란 책이 발행된 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책의 가격을 법정 비율 이상 할인하여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를 필두로 하여 출판, 서점업계의 요청에 의해 2003년 입법화된 도서정가제는 책이 지나치게 헐값에 팔리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출판시장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저작자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한다. 또한 대형서점에 밀려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서점을 보호하는 기능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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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제정 이후에도 출판, 서점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명무실한 법정 할인율이 가장 자주 지적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서 발행 후 18개월 동안에는 10% 이상 할인 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일리지 및 쿠폰 적용에 따른 추가 할인율은 허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정가의 최대 19%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또한 발행한지 18개월이 지난 책은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은 그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으로서, 마일리지 및 쿠폰 할인 혜택을 금지하고 도서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더라도 법정 할인율이 계속하여 적용되도록 하였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최재천 의원은 정가제 대상이 아닌 도서와 할인율이 높은 도서만 판매되면서 신간도서 시장이 위축되고 출판사는 경영난에 처해있다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또한 성명을 통하여 “마일리지, 쿠폰 역시 실제로는 ‘책값 상승’을 전제로 한 할인업체들의 판매미끼에 불과하다”며 마일리지 및 쿠폰 혜택이 폐지되어야만 양질의 책과 적정한 가격 책정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종류와 내용을 막론하고 모든 책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한다는 개정안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수업을 듣기 위해서 관련 서적을 반드시 구해야 하는 대학생들도 그중 하나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조하지만 학생들의 경제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 모씨(22)는 “출판업계나 동네 중소서점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값이 너무 비싸서 지금처럼 할인이 되지 않으면 책을 거의 사보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출판업계가 제작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학교 교재 같은 경우에는 꾸준히 수요가 있는 책이니까 이윤 걱정을 많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제작비용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책값을 조금 낮춰주었으면 좋겠어요. 갱지로 책을 만든다거나 하는 방법으로요.” 




온라인 서점의 경우 오프라인 서점과는 달리 중간유통 비용이 적기 때문에 법정 할인율 적용수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불문학과를 졸업한 금 모(25)씨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는 책과 온라인 서점에서 사는 책의 가격 차이가 없어진다면 온라인 서점의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며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의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한다는 개정안 내용을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금씨는 수입 교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의 경우 특성상 외국어 책들을 교재로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수입된 책은 국내 서적보다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니까 제값 주고 책을 살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아예 교수님이 미리 제본을 만들어서 나누어 주신 경우도 있었어요.” 금씨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에서 자신들과 같은 학생들의 전공 특성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예운(23)씨는 꼭 서점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대학 교재 출판 시장은 도서정가제 개정전보다 더욱 타격을 받게 될 것 같아요. 학생들이 돈을 주고 책 사기를 이전보다 더 꺼려할 테니까요.” 김씨는 교내 커뮤니티에서 중고서적을 사고팔거나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제본을 뜨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의 경우 도서정가제에서 학교 교재를 예외로 두고 있는 사례가 있다. 1977년 이래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학교 교재에 대한 예외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랑법 제3조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교 교재 구입을 위해 결성된 학부모회나 학생회 같은 단체에서 책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제한된 할인율 5%에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비싼 가격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교재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