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인증 하면 참 좋다. 안 하면 더 좋고”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의 ‘모두의 공원’ 게시판에 한 사용자가 “공학인증 하면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본문의 내용은 제목에 잇대어 “안 하면 더 좋고요” 라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부분의 댓글들이 “공감이 200%”라며 공학인증 제도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학교육인증(이하 공학인증)은 국제적이고 전문적인 공학 실무 능력을 갖추었음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하 공인위)이 보증하는 제도이다. 서강대 화학공학과 13학번의 경우 130학점 이상인 졸업소요학점중 공학인증이 지정한 과목으로 119학점(MSC 30+전공61(설계 18이상)+전문교양 28)을 이수해야 한다. 공학인증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 경우 104학점(전공예비 21+전공 55+전문교양 28)만 권장 커리큘럼에 따라 수강하고 나머지는 교양 또는 타 전공 학점으로 채울 수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학인증을 받기위해선 15학점 내외의 지정된 전공수업을 더 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학인증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전공과목 이수를 요구하며 특정 수업들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이미' 시간표가 짜여져 있는 셈이다.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공인위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7개에서 2012년 95개 대학으로 공학인증제도에 공과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공학계열 졸업자들의 인증률은 29%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인위와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공학인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한지 13년째를 맞는 공학인증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공학인증, 오히려 취업엔 불리할수도

서강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는 권정환(27세)씨는 공학인증이 학점 관리를 더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공학인증 프로그램에서 필수로 지정해 놓은)과목들 대부분이 전공에도 도움 되긴 하지만, 학점에서 손해 보는 경우가 있어요. 수학 관련 과목들은 수학전공자들과 경쟁해야 되니까 좋은 학점 받기에 많이 불리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는 취업에 이득이 없다면 공학인증을 후배들에게 추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실상 취업과정에서 공학인증으로 혜택을 본 친구나 선배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아요. 취업에 혜택이 없는데 학점에 불리한 과정을 감수 할 필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정책과학학회보 2010년 9월호에 실린 ‘공학교육인증제도의 효과성 평가’에 따르면, 공학인증 졸업생들의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학인증제도는 실질적인 취업과 자격 취득에 그리 큰 효과를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학인증의 효과보다는 토익점수의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론 된다”고 했다.  

2011년 인증성과분석(요약)보고서 ⓒ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공인위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공학교육 졸업생에 대한 취업우대 제도의 확대 필요성이 2010년도와 비교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의 추천의향에 대해 인증 프로그램 졸업생의 경우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인원은 공학인증을 받은 사람에게 삼성그룹 16개 계열사,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서류ㆍ면접 전형에서 우대 혜택을 준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취업 과정에서 공학인증으로 실질적 수혜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한국일보의 2011년 8월 21일자 인터뷰에서 공학인증을 받으면 입사 전형 시 우대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인증은 말 그대로 인증”이라며 “공학인증을 받지 않아도 뛰어난 사람이 있고, 받아도 뒤처지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공인위의 자료에서도 기업 상급자의 공학인증제도 인지 정도가 2011년 53.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학인증 프로그램의 많은 필수과목들이 오히려 학생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이정민(25세)씨는 수학을 복수전공하고, 경제와 경영을 부전공하면서 11학기를 다닐 예정이다. “(공학인증 프로그램에서)정해진 시간표대로 수강해야 되니 다른 학과 과목들을 듣는 데에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전공을 많이 듣게 하는 취지는 좋지만 융통성이 없는 거죠.” 그는 많은 전공 학점을 요구하는 공학인증 제도가 의무로 지정된 학과 규칙 때문에 다양한 공부를 위해 졸업을 늦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투자한만큼 얻을 수 있는 공학인증 되길

제도의 실효성에는 불만이 많지만 공학인증의 취지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의 이상엽(25세)씨는 “전공 공부를 더 많이 하게끔 하는 제도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설계 과목들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것은 전공 능력 배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공학인증 프로그램에 투자한 만큼 전공 능력이 향상되고 인정받는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인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학인증 프로그램 졸업생에 대한 상급자의 만족도가 인증 받지 않은 졸업생의 만족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공학인증 프로그램이 산업체에서 원하는 졸업생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교육하지 못하는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석사 과정중인 김동규(25세)씨는 공학인증 프로그램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기계공학과 학생이 (공학인증 때문에) 전공 실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화학이나 경영과목을 필수로 수강할 수밖에 없는 건 바뀌어야 합니다.“

공학인증이 학생들에게서 외면을 받는 것은 인증제 참여에 투자하는 노력대비 보상이 적은 것이 문제이다. ‘영어점수’보다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 인증을 받기위해 제2 전공이나 비교적 학점관리가 쉬운 교양수업을 포기하기에는 오늘날의 취업난은 너무 심각하다. 더욱이 프로그램이 비효율적인 과목들을 강요한다면 그 제도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학 계열 학생들이 교양수업을 포기하고 많은 전공수업을 감당하는 만큼 공학인증제도의 실질적 혜택과 효율적 운영에 대한 공인원과 대학당국 그리고 산업체의 고민이 불가피해 보인다.